(2023.9.22.)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98.
"선생님! 00이 뭐예요?"
"응 그건 000이란 뜻이야."
"선생님! **이 뭐예요?"
"응 그건 **0이란 뜻이지."
"선생님! $$이 뭐예요?"
"응, 그건 $$$이란 뜻이야. 푸하하하.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지?"
"헐~ 선생님 그럼, -------- 이 뭔지 알아요?"
"선생님은 ++++++ 이런 거 알아요?"
"선생님은 \\\\\\\\\\\\ 이런 거는 모르잖아요."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낱말을 내게 묻는 아이들에게 잘난 척을 했더니, 아이들은 곧바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 캐릭터 이름을 갖다 대며 나를 공격(?)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의 한축인 게임 캐릭터 이름을 난 모른다. 게임을 하지도 않는데다 관심도 없다보니 아이들의 삶의 일부이기도 한 것을 나는 까맣게 모르는 상태다. 아이들이 아는 것도 있고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는 걸 오늘 아침 우리 아이들은 내게 너무도 쉽고 가볍게 깨닫게 해주었다.
오늘 아침 시간은 평소의 루틴대로 흘러갔다. 요즘 스스로 읽기와 쓰기에 집중하다보니 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가 팍 줄었다. 10월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도록 정비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빨리 쓰기에 원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달 집중 지도를 했는데, 나름 성과가 있었다. 이제 10월부터는 읽기와 쓰기를 병행해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볼 남은 석달에 기대가 크다.
오늘 아이들이 보여준 북스타트 독서수첩의 글도 살갑다. 하루 한 문장에 담긴 아이들의 글도 어느새 무르 익고 있다. 나중에 <맨 처음 글쓰기> 공책에 쓴 '맛'에 관한 겪은 일 쓰기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 더 파고들어 섬세한 글쓰기를 10월부터 지도하려 한다. 글쓰기 지도 뒤에 달라지는 아이들의 변화가 내겐 큰 힘이 된다.
첫 사랑 만나기 | 1학년 000
첫 사랑을 다시 만났다.
너~~~~~~~무 좋았다.
첫 사랑 이름은 ***이다.
*** 동생이 많이 어려 보였는데
말도 진짜 잘했다.
첫 사랑을 다시 만나 좋았다.(2023.9.22)
"이 글 앞에 송남중학교는 빼자. 중요한 건 첫 사랑이니까."
"네. 맞아요. 내 첫사랑이야기에요."
"선생님도 보고 싶다. 얼마나 이쁜지."
"우리 반에 ....... ..... ..... 는 알아요. 봤어요."
"그랬군. 근데 이뻐?"
"네, 제 눈에는 이뻐요."
"하하하. 네 눈에는 이뻐?"
"네."
이런 아이들과 오늘 하루를 살았다. 추석 이야기는 담주로 미뤘다. 보름 전에 심은 무우를 관찰하기 위해 텃밭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햇볕에 살짝 따가웠다. 귀엽게 솟아 오른 무우 잎을 관찰하던 아이들이 뜨겁다고 난리다. 엉덩이도 아프난다. 그래서 하루에 20분은 햇볕을 쐬어 주어야 건강해지고 비타민 D도 만들어진다고 했더니 그럼 좀 더 참을 수 있겠단다. 에고~~~~~ 그럭저럭 무잎을 그려주고 교실로 돌아간 아이들은 점심을 잘 먹고 신나게 놀고는 지금은 방과후 미술 시간을 즐기고 있다. 창밖 하늘이 맑다.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