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이 뭐길래

(2023. 9. 26.)-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94

by 박진환

한가위를 앞두고 우리 아이들이랑 송편 빚어 만들어 먹었다. 내일 하려다 방앗간들이 다들 추석 앞두고 바쁘다고 하여 부득이 하루 앞당겼다. 집에 가져갈 송편을 용기에 담아 예쁜 보자기에 싸주기로 했는데, 이것도 배송 받은 보자기가 허접해서 되물릴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생각과 다르게 시작은 했지만, 영양선생님의 도움과 안내로 2학년 7명과 함께 우리 교실에서 무난히도 즐겁게도 신나게도 재미있게도 송편빚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익반죽 되어 있는 덩어리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밤, 콩, 참깨소를 넣도록 안내하여 진행을 했다.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 소의 맛을 보게 하고 느낌을 알게 했다. 그리고 익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어 속을 눌러 소를 담아 만두 빚 듯 반달모양으로 감싸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역시나 우리 아이들은 창의적(?)인 떡을 만들어 빚어 놓았다. 내가 잘난척을 하며 건들거릴 때는 그 그 조용하던 00이도 잔소리를 해댄다. 얼마나 귀여운지.


그렇게 빚은 송편들은 솔잎을 깐 찜기에 넣고 20여분간 쪘다. 그 사이 텅빈 2학년 교실에서 우리 1학년과 2학년은 윷놀이를 했다. 어쭙잖지만, 13명 1학년과 7명 2학년은 순서를 돌아가며 진지하고도 즐겁게 때로는 불만과 질투를 보이며 윷놀이를 즐겼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도록 서둘러 찐 송편을 찾아 맛을 보고 집에 가져가도록 용기에 담는 활동을 이어갔다. 찜기에서 김이 잔뜩 나오도록 찐 송편은 투명하고도 맛나 보였다. 직접 맛을 본 느낌도 그랬다. 아이들도 저마다 맛을 보고 자기가 가지고 온 용기에 담기 바빴다.


오늘 수업은 영양교사, 1-2학년 담임 2명, 나중에는 돌봄교사 한 분까지 달려들어 함께 만들어간 수업이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렇게 각기 다른 교사들이 협력해서 하는 곳이 없을 터. 서로 자기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세상에 아이들 수업을 위해 이렇게 돕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했다. 서울 강남, 대전, 의정부에서 젊은 교사들이 악성 민원으로 삶을 포기한 시절을 맞이한 많은 교사들이 급속도로 직업에 대한 회의감으로 최소한의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만족해 한다는 소식을 요즘 여기저기서 듣는다.


마땅히 법으로 정해진 일만큼만 하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안타깝다. 여전히 어려운 아이들이 있고 그들을 돕는 일은 교사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류를 한동안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마땅히 더 이상 교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교육행위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하고 있다. 교사도 직업인이고 감정노동자이다. 직업인으로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 하는 것으로 교사의 역할을 다해도 비난하지 않는, 존중하는 사회여건이 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더 일하는 것이 미덕인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하듯, 교사의 노동도 달라져야한다. 교사의 복지도 매우 열악한 상화에서 더 이상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이 무엇이고 '교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건 헌신과 희생과 별개의 문제이다. 요즘은 승진만 보고 달려가는 교사들과 별로도 적지 않은 셀럽교사들에 의해 교사의 상이 왜곡이 되고 변질되고 있는 형편이디. 정말 우리가 왜 교육을 해야 하는지, 교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이게 정립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날렸던 화살이 다시 우리에게도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5교시에는 추석을 앞두고 교육과정에서는 추석을 어떻게 안내하고 있는지도 살폈다. 그리고 추석에는 어떤 일을 주로 했었는지도 돌아보았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여전히 조부모들을 만나러 다들 움직이는 모습들이다. 난 코로나 이후로 차례를 없앴다. 성묘할 묘도 정리하면서 벌초도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추석을 조용히 우리 식구들하고도만 지내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송편빚기도 그 옛날의 풍습이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 그런 옛날 풍습을 한 번 경험해 본 날이다. 어쩌면 이런 경험도 우리 아이들 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송편빚기 하나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 정말 '송편이 뭐길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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