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야단법석

(2023. 9. 27.)-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93

by 박진환

"선생님, 철부지가 뭐에요?"

"음...너 같은 아이를 말하지. 샘 말 안 듣고 장난치고 샘 괴롭히고 나이에 안 맞게 사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하지. 넌 아직 유치원 같아. 푸하하하."

"선생님, 저도 철부지예요?"

"음...너도 다르지 않지. 크크. 그런데 샘도 아직 철부지야."

"왜요? 선생님은 154살 먹은 도사잖아요.'

"근데 아직 이렇게 너희들이랑 장난치면서 살잖아."

"아아~~"

"선생님, 야단법석은 뭐예요?"

"음...난리가 난 걸 말해. 너희가 선생님 없는 사이에 막 나와서 이야기 하고 놀고 뛰고 장난을 치잖아. 그게 바로 야단법섭이지."


오늘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인 날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1-2교시까지는 차분하다가 중간놀이 이후에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며 들썩이다가 점심시간 이후로는 더 텐션이 올라가고 돌봄시간에 극치에 이른다. 도무지 에너지가 줄지 않는다. 요즘 몇몇 아이가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는 것이 조금씩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 볼 일이다.


오늘 첫 시간은 늘 하는 루틴으로 하루를 보냈다. 책 읽기, 하루 한 문장, 시 따라쓰기, 차 찬 한...그리고 이어지는 수학 수세기 공식적(?) 마지막 시간...1학기 때도 했던 '수세기 놀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새우깡 55개 세어 먹기' 어제 00이가 내가 없는 사이에 컴퓨터 작업에 찍힌 이 문구를 보고는 내가 들어오자 큰 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내일 새우깡 먹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응?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저거 보고 알았어요."

"으잉? 하하하. 그렇군. 내일 00이에게는 더 많이 줘야겠네."


오늘 아침에 새우깡 큰 봉지 두 개를 들고 교실로 들어오자 00가 묻는다.


"선생님, 왜 두 개예요?"

"우리 00이 더 주려고 많이 주려고 두 개 샀지."

"고맙습니다."


이쁘게 웃는 00 모습으로 오늘 하루 받을 복은 다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수세기 운동회. 이번 수세기 운동회는 '50 이상 100까지의 수'로 이뤄진 13가지 마당놀이였다. 13명의 아이들이 각자 한 놀이마당에서 시작을 해서 빈 곳을 찾아 13가지 미션을 모두 완성하면 끝. 주어진 시간은 50분이었다. 길게 즐기게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다행이도 우리 아이들은 이 과정을 즐겼다. 더디고 힘든 아이들은 두 아이를 함께 할 수 있게 붙여 주어 미션을 완성할 수 있게 했다. 그랬더니 훨씬 속도도 붙고 더디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보내고 수학나라 공책에 남은 읽고 세기 과정을 완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은 6교시인 데다 점심식사 이후 곧바로 국악시간이어서 빠르게 먹고 준비할 수 있어야 했다. 오늘 국악시간에는 강사님이 가야금끼지 직접 준비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가야금 소리에 맞춰 즐겁게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는 텃밭에 가서 부쩍 자란 무우를 솎아주는 텃밭활동을 했다. 서툴지만 난 무우 중에서 하나만 남겨두고 남은 무우 줄기를 붙잡아 흙을 덮어주는 작업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들 손이라 원활하지는 않았다. 남은 일은 주사님에게 맡겨두고 서둘러 교실로 돌아와서는 추석을 맞는 아이들에게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며 보름달이 떠 오르거든 꼭 소원을 빌라고 했다.


오늘 겉으로는 무난하게 보낸 것 같지만, 6교시까지 흐름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한 녀석은 텀블러 밑이 깨져 가방에서 물이 흘러 교실 한 쪽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그 와중에 치우는 내게 달려 들어 매달리는 아이들. 서로 소리 높여 자기 말만 하려는 아이들 붙잡아 가며 다음을 이어가야 했다.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 대로 오늘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 마음도 야단법석이지 않았나 싶다. 명절이라지만, 무려 6일을 쉬는 어쩌면 중간방학과도 같은 이 기간을 모쪼록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보내기만을 바랐다. 정말 보름달이라도 뜨면 우리 아이들, 내게 사탕 받아 먹겠다고 잘 생긴 선생님, 오래 오래 살라고 빌겠다는 소원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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