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4.)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87
긴 연휴였다. 일상에서 6일은 꽤나 길어 보였다. 방학 때 20일은 매우 짧아 보였는데 말이다. 예전처럼 차례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형제들이 다 모이는 것도 아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녀석도 군대 가기 전 바쁜 일정 때문에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찾아가야 했을 정도였는데, 아무튼 이번 연휴는 길었다. 긴 연휴 끝에 돌아온 아이들은 인사도 안 하고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 아직 잠에서 떨 깬 아이, 오늘 친척집에 더 있겠다고 오지 않은 아이, 아침에 열이 난다고 하는 아이 등 조금은 어수선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리듬이 깨져 버리면 다시 곧추 세우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이번 주에 또 연휴가 있어서 다음주까지 가야 다시 안정이 되지 않겠나 싶다.
"저는 여섯 장 필요해요."
"그렇게 쓸 게 많아?"
"저는 아홉 장 필요해요."
"헐, 그렇게나 많이. 추석 때 그렇게 재밌었어?"
"네, 정말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야, 오늘 하루 한 문장 기대가 큰데? ㅎ"
아침 첫 시간은 자연스럽게 책을 일고 난 뒤 독서수첩에 기록을 하고 하루 한 문장으로 열었다. 추석 때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며 쓸 거리가 많다며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몇몇 아이들이 쓰기에 흥을 북돋는다. 물론 이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한 장으로 끝내는 아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이 아이들은 지난 연휴가 무척이나 즐거웠나 보다. 반면 수업을 다 마치고 교무실에 돌아오는데 바깥에서 돌봄선생님이 중고학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 오랜 만에 학교 오니 어땠냐는 인사말에 아이들은 정말 학교 오기 싫었다고 답을 한다. 누구는 안 그런가? 나도 학교 오기 싫다고.
두번째로 이어지는 시간은 마을교사 초청 '백설기 만들기' 수업.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세팅된 수업으로 준비를 해 온 것에 실망이 컸다. 다른 학교에서 하듯이 간단히 맛만 보며 끝나는 수업을 준비해 와서 강사와 아침에 실랑이(?)를 좀 벌였다. 준비해 온 그릇도 플라스틱이고 담아가는 것도 플라스틱. 일방적으로 준비해 온 탓에 아침부터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시작이었다. 아이들이야 물론 모든 게 즐거웠지만 말이다. 절편에, 미리 세팅 해 온 백설기... 이런 수업 하자고 마을교사를 부른 것은 아닌데, 다음에는 철저하게 다짐 받고 확인해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수업이었다. 마을교사라 일컬어지는 강사와 단체에 대한 검증도 다시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오후 수업은 <맨 처음 글쓰기> 수업으로 주제는 '옷'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너무 앞서 나가서 탈이었다. 내가 시작도 안 했는데,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냐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겨우 달래고 차근차근 '옷'에서 파생된 말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음에 낱말을 찾아 쓰고 다시 확이나는 과정을 거쳤다. 자꾸 서두르고 대충하려는 모습이 좀 아쉽다. 요즘 읽는 책 중에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게이 있다. 정말 우리들의 집중력이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적인 현상인지, 집중력 상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고 있다. 좀 더 읽어보고 요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우리 어른들도 문제가 없는지를 생각해 보려 한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 아이들은 겨우겨우 내 말을 들어주며 잘 마무리를 해주었다. 앞으로 10월 11월이 아이들이 가장 교사를 힘들게 하는 시기이다. 이제 적응기간을 다 마치고 알 것 다 안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학교를 오는 당당한 우리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점점 듣지 않는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1학년을 만나면 꼭 10-11월이 정말 힘들었다. 단단히 마음 먹고 나도 대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