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6.)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85
오늘은 다모임과 한글날 기념 행사가 있었던 날이었다. 전교 다모임은 2학기 때부터 1학년이 합류하기로 했는데,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그동안 학교에 적응하고 서로 만나 대화하는 법을 익힌 상태에서 찾는 첫 다모임. 오늘 첫 주제는 요즘 말 많은 학교 학생생활 규정에 관한 것.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해하여 참여할 수 없는 상태의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는데, 이에 대한 대처를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하겠다는 첫 시도가 바로 이 규정을 새롭게 정비하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씁쓸한 풍경이었다. 자율적으로 스스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악성 민원에 따른 교사들의 죽음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학교학생생활규정을 만드는데, 학교의 입장(교육부 지침에 따른)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의견도 물어 정비하겠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과연 이 과정의 의미를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우리네 공교육 풍토는 법과 규정에 따라 학생을 대하는 일이 당연시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구성원 서로가 서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하여 좀 더 나은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진정 학교와 교사를 이해하고 준중하는 보호자 풍토가 조성이 되어야 하고 가정에서도 건강한 양육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학교와 교사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자기 연수와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오늘 회의 끝에 6학년 한 학생이 제기한 제안 중에 규정 중에서 '보상'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꼭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의견을 주고 받아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이 다 되어 1학년에게도 물어보자는 그리고 마무리 짓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때 우리반 00가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해주었다. 그런데 발표 내용과 발언이 너무도 귀엽고 설득(?)력이 있었다. 답을 듣자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크게 웃었다.
"우리 반에서도 선생님이 게임이나 수업할 때 간식을 주시는데, 그런 거 안 하기로 로 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이어지는 시간은 한글날 행사. 3,4,5,6학년에서 준비한 부스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해서 한글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한글 쿠키도 만들고 슈링크 열쇠고리도 만들고 올바른 맞춤법과 한글 바르게 쓰기, 점자명함과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에 아이들은 즐겁게 참여하였다. 그리고는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 다목적실에 가서 한글날 기념 뱃지도 만들고 전학년이 모여 개성 있고 매력적인 나만의 글꼴을 만들어 보는 글쓰기대전이 있었다. 저학년은 시인 이안의 '기뻐의 비밀'을 옮겨 쓰게 했는데, 우리 1학년들은 1학기부터 시 따라쓰기를 해왔던 터라 사뭇 기대가 되었다.
조금 뒤 시작한 글쓰기 대전. 역시나 우리 1학년은 진지한 모습으로 늘 해왔던 것을 또 한다는 생각으로 아주 바른 글씨를 써주고 있었다. 대견했다. 시 따랐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힘도 없고 틀도 없어 방황하던 글꼴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자기 글씨체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힘들어 하면서도 정성을 다해 글을 써 내려가는 우리 반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사진 한 장 찍고 우리 아이들은 한글날 기념 지우개랑 자를 선물 받았다. 다들 기쁜 얼굴들이었다. 오늘 우리 아이드링 썼던 시, '기뻐의 비밀'이 아이들 웃음 속에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 또 연휴다. 12월까지 가기 전의 마지막 연휴. 무사히 보내고 다시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