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_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74
어제 오지 않은 **가 돌아왔다. 정*는 오늘까지는 약을 먹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 13명 중 한 두 명만 빠져도 우리 반은 훨씬 더 적게 보인다. 왠만하면 헤어질 때까지 아프지 않고 함께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첫 수업은 '연극'이다. 외부 전문강사를 1학년부터 부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서 가장 취약했던 것은 '왜'였다. 왜 이 교육과정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지를 물었지만, 기존 교사와 보호자들은 이유를 대답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기대한다는 말 뿐이었다. 왜 교육과정에 연극이 3-4학년에 있고 5-6학년은 영화였는지는 나는 잘 알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이 곳의 교육과정 흐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만 남아 있고 초기 교육과정의 철학과 프로그램의 취지는 다 날아가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철학이 없이 공허한 상태로 프로그램만 운영하자 일반 학교와 다름없이 결과주의로 빠져들고 행사위주의 교육과정 운영 폐해가 보였다. 정비가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교육과정도 점검을 하고 성찰을 해야 한다. 이제 그 시점이 되었던 것이다. 연극을 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성장을 기대하기 때문인지 학교와 교사들의 답이 있어야 한다. 고학년에서 하는 프로그램인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최근 유행하는 미디어 매체이기는 하지만 초등단계에 영상기술을 다루는 문제는 논란도 있고 난이도와 교사 위주의 제작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적정수준도 살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그저 기술적인 영화 만들기는 위험하기까지 해 보였다. 결국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우리 학교 교사들은 영상보다는 자기와 타인을 이해하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에 연극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저학년부터 자기 표현과 발성, 동선, 시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대게 일반학교에서 연극강사들이 수업에 들어오게 되면 학교에서는 무대에 올리는 결과만을 강조한다. 연극강사들도 연극이 그런 것만이 아닌데, 학교는 결과만 이야기 한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연극을 통해서 모든 아이들이 성장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특정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학습위주로 하게 되니 결과주의에 빠져 아이들의 성장은 뒤로 밀려 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연극수업의 중심을 과정에 두고 모든 아이들이 성장의 경험을 느끼는 수업에 무게를 두어달라는 당부를 연극강사들에게 요구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아무도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며 당황해 하면서도 신선해 하는데, 이제 이런 과정을 잘 이어지게 해서 6학년에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연극으로 모든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빛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거산의 새로운 출발의 가장 큰 줄기 가운데 하나다.
오늘 연극 선생님은 수업에 들어와 우리 아이들과 관계 맺기를 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박수치며 전달하기, 자기 이름을 쓴 종이를 돌려가며 눈 코 입을 그려 타인이 본 내 친구의 모습을 확인하게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들과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을 마무리 했다. 모쪼록 앞으로 이어지는 수업에서 우리 어린 1학년들이 자기 표현을 잘 하며 타인을 생각해 보는 경험을 쌓길 바랐다. 돌아가시는 연극강사에게도 이점을 다시 확인하고 당부를 드렸다. 11월에는 옛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이 낭독극을 하게 된다. 주인공을 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자기 역할에 대한 표현과 타인과 호흡할 수 있는 감정표현을 경험해 보는 과정으로서 낭독극을 잘 해내어 보길 바랄 뿐이다.
오후 수업은 (두 자리 수) - (두 자리 수)로 2단원 덧셈과 뺄셈(1)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주에는 평가로 확실하게 아이들 실력을 다듬을 예정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난히 이 과정을 마치고 있어 다행이다 싶은데, 연습이 더 필요한 아이들이 보인다. 수학시간에 다행히도 어제 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정*가 돌아왔다. 마스크를 끼고 들어오는 정* 뒤로 어머님 문자가 날아왔다.
"정*가 아파도 쉬는 동안 일기는 꼭 써야 한다며 아픈 데도 일기는 꼭 쓰더라고요. ㅎㅎ 오늘까지 쉬면 좋은데, 선생님과 친구들 보고 싶다며 오늘 꼭 학교 가고 싶다고 해서 등교시켰습니다. 목이 아지은 아파서 음식을 넘길 때 힘든 거 빼고는 컨디션은 괜찮습니다. 선생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어지는 수업은 보건. 어제부터 리모델링 일부가 끝난 건물에서 급식실이 마련되고 어설프게나마 식사를 그곳에서 할 수 있었다. 도시락에서 급식. 급식의 새로운 가치와 참맛을 알게된 아이들이 무척이나 맛나게 식사를 한다. 가는 길은 멀다. 공사 중이라 뒷산 산책로로 걸어 100미터를 걸어야 밥을 먹을 수 있다. 가을이라 낙엽과 도토리, 밤이 널브러져 있는 오솔길을 걷는다. 그 길을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싱그럽고 빛이 난다. 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빛 나게 하는 일이 학교와 교사, 그리고 보호자들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 각 주체들의 균형점이 깨지고 교육이 불가능할 것 같은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누군가는 힘겹지만 증명해 보여야 한다. 학교가 교사가 부모가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가야 하는지,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학교를 뒷받침 해야 하는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를 바라는 게 어렵기만 하지만, 누군가는 이 길을 가야 하지 않겠나. 오늘도 쓰잘 데기 없는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오늘도 아이들의 빛나는 글 몇 편 싣는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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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0월 16일 일요일
날씨: 오늘은 덥지 않았다.
제목: 메뚜기를 한 마리도 못 잡은 나
오늘 메뚜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리고 사마귀를 풀어줬다. 왜 메뚜기를 잡으러 왔는지 알려 줄 거다. 메뚜기를 사마귀에게 줄려고 했는데 메뚜기를 안 잡고 사마귀를 자연으로 풀어줬다.
"아빠! 여기 메뚜기가 있어."
"형석아, 여기는 조그만 메뚜기만 있어."
"그래. 나도 알아."
나는 메뚜기가 너무 작아서 안 잡았다. 그래서 사마귀를 풀어 준 거다. 이제부터 사마귀를 집에 데리고 오지 않을 거다.(*석)
날짜: 2023년 10월 17일 월요일
날씨: 오늘은 어제처럼 괜찮았다.
제목: 학교를 못 가고 병원에 간 나
오늘은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다. 왜냐하면 학교를 못 가서 아쉬웠다. 오늘 학교에서 도시락 안 먹고 학교 급식 먹는 날인데 결국 병원을 가서 못 먹었다. 내가 어제 했던 말을 알려주겠다.
"엄마, 나 내일 서울병원 누구랑 갈 거야?"
"엄마랑 가."
"알겠어."
그래서 학교 안 건 거다. 그래도 잘 참아서 재미는 있었다.(형*)
날짜: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날씨: 햇빛도 내리 죄고 바람도 불었다. 가을 같았다.
제목: 송충이
점심을 먹고 교실에 가는데 신발장에서 뭐가 꿈틀 거렸다. 그것은
"송충이다!"
송충이는 딱 질색이다. 왜냐하면 털이 많고 초록색 빛깔이 나고 징그럽다. 꼭 지네 같다. 중간놀이 때도 자주 나타났다. 송충이가 맨날 '하이'라고 외치면서 나타나는 거 같다. 송충이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가 났다. 송충이를 그냥 세상에서 쫓아서 쫓아서 쫓아내고 싶다. 가을에 송충이가 많이 나오는 줄은 몰랐다. 송충이는 가을에 추워서 털 옷을 입는가 보다.(시*)
날짜: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날씨: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래서 추웠다. 나는 추운 게 싫다.
제목: 엄마 타임!
이번 달은 엄마 타임이다.
왜냐하면 돌봄에서 만든 가방 같은 물건을 만들면
엄마! 엄마!! 엄마!!!부터 줄 거기 때문이다.
다음 순서는
아빠, 나, 예*.
*예*이 꼴찌다.
날짜: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날씨: 엄마가 화 내는 것처럼 추웠다.
제목: 안경 대소동
내가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나 오늘 급식에서 밥만 두 번 먹었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내 안경부터 찾았다.
"내 안경은 밭에 아니 교실에 있는 것 같아. 아 생각해 보니까 밭에 있을 거~얼?"
그러자 엄마가 화를 냈다.
"너는 안경이 일회용이니? 왜 자꾸 잃어 버려? 00랑 **이는 안경 잘 끼고 다니던데."
나는 엄마가 친구와 나를 비교해서 슬펐다. 엄마한테 말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못 말했다.
'서**는 엣날에는 안경을 더 많이 잃어버렸는데...'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일 안경을 빨리 찾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