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75
요즘 날마다 아이들 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두 아이가 눈에 띄었다.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우. 그러던 *우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글쓰기도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한 문장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어떻게 쓰는지 터득하게 되면서 자기가 평소에 읽었던 동화 같은 투로 자기 삶을 일기에 담기 시작했다. 상담오신 아버님은 칭찬의 힘을 말씀하시지만, 아무리 칭찬을 해도 익힌 것을 써 먹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읽기가 늘어가고 쓰기 연습이 되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연습을 한 뒤, 비로소 자기 삶을 탄탄하게 글을 써낼 수 있다. *우는 이런 전형을 잘 따라주고 있다. 오늘은 보고 들은 당시 상황을 1학년 *우의 시점에서 차근차근 잘 그려내고 있다. 짧은 단편동화 같은 이야기. 생각할 줄 앍고 읽는 법을 아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의 문해력은 힘을 낼 수 있다.
날짜: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날씨: 맑음이었다가 비가 왔다가 계속 반복했다.
제목: 불과 버스
오늘 해유에 갔다. 나는 밥을 먹을 때 큰 연기를 봤다. 그것도 아주 시커먼 연기!
나는 놀랐다. 그순간 소방차 7대와 구급차 6대가 고속으로 갔다. 사람들은 불났다고 구경을 했다. 나도 가서 구경했다. 그 때 한 어른이
"버스가 사고 났어요!"
라고 소리친다. 그 순간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지금 공연할 때가 아니에요! 도로에 불이 났다고요!!"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나는 축 늘어진 어깨로 바닥을 보고 땅이 뚫어질 것만 같은 깊은 한숨을 쉬고 다시 시뻘건 불을 봤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놓였다. 왜냐하면 소방차가 쏜 하얀 연기가 검은 연기를 이기고 있었끼 때문이었다. 불은 꺼지고 사람들은 돌아갔다. 물론 나도 갔따. 나는 돌아갈 때 키 큰 누나가 다른 누나에게 말했다.
"야, 방금 버스가 터져서 불이 났대."
"헉! 진짜? 나는 못 봤는데."
버스가 터졌다고? 나는 달려가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버스가 터졌대!"
"뭐? 버스가 터졌다고?"
나는 엄마와 말을 맞춘 뒤 집에 갔다. 불이 난 건 처음이다. 오늘은 해유에서 모든 걸 다 즐길 예정이었는데 불을 보네. 계속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즐기지 못했다. (*우)
다음 아이는 한창 글쓰는 재미에 빠져드는 시*이. 본인도 그 사실을 알지 모르겠다. 들은 것을 그대로 쓰고 그때의 자기 감정을 잃지 않고 글로 써내려가는 감성. 그 감성은 좋은 글을 만들어 낸다. 억지로 짜내서 재밌다고 쓰는 게 아니라 상황묘사와 대화로 그냥 나타내 버린다. 어른보다 낫다. *우나 시*이나 자기 삶을 글로 쓸 줄 알게 됐다. 이걸로 나는 내 역할을 이 두 아이한테는 다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장담한다.
날짜: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날씨: 아침에도 추웠고 저녁에도 추웠다. 가을 같았다.
제목: 다리 네 개
수영이 끝나고 밖에 나갔는데 너무 추웠다. 엄마한테,
"추워."
라고 말을 하니까 잠바로 감싸줘었다. 엄마랑 같이 걷고 있는데 엄마가
"누가 보면 다리가 네 개인줄 알고 경찰서에 신고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한테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더 잠바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엄마가
"잠바 속으로 더 들어가면 진짜 다리 네 개 있는 사람이라고 하겠어."
사실 엄마는 나를 재밌게 하려고 장난친 거 같다.
아이들 글을 만나고 책 읽은 아이들의 수첩을 만나고 시 따라쓰기를 하고 난 뒤에는 지난 주부터 만나고 있는 그림책 <나는 괴물이다>를 보았다. 지구인을 만나러 아파트 밖을 나가자 어른들은 무시하는데, 아이들은 동조하는 풍경. 그래서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어른들이 보기에는 괴물 같고 외계인 같은 지구인이 아닌 아이들과 거리가 있지만, 그들도 조금씩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이해하자는 그림책.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들도 외계인이라며 소리를 친다. 자신들도 그림책 속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는 걸 표정과 목소리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을 만드신 최덕규 작가는 이 아이들과 어떻게 놀지 사뭇 궁금했다.
오후 시간은 뺄셈. 지난주 배웠던 덧셈의 원리를 이용해 뺄셈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수모형으로 과정을 점검해 가며 가로셈과 세로셈을 다시 정리하고 자릿수 개념을 다시 확인했다.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따금 여전히 가르셈에서 자릿수 개념을 혼동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차츰 나아질 정도의 느낌이었다. 한 명 한 명 살펴 보며 뻴샘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시간이 조금 남은 시간에는 오카리나 연주 연습을 했다. 집에서 가져오지 못한 아이가 좀 있었지만, 있는 아이들 위주로 했다. 남은 아이들은 목소리로 음을 내고 장단을 맞추게 했다. 아직도 여전히 소리에 자신이 없었다. 손가락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몇몇 아이들은 쉽게 과정도 없이 못하겠다거나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는 듯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경우가 닥치지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세 당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예전 일기 지도를 할 때, 집에서 끙끙 거리는 자녀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곧잘 봐 왔다. 자녀의 고통과 어려움을 봐야 하는 불만을 담임에게 토로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걸 전해 듣곤 했다. 조금만 힘내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경험만 쌓아도 금세 달라지는 게 아이들인데, 어른이 그걸 못 견뎌 한다. 어른이 참고 기다리고 응원해주어야 아이들이 바뀐다. 오늘 두 아이의 글을 보면 그 지점을 확연히 읽어낼 수 있다. 문득 지난주 신문에서 읽은 기사내용이 생각이 났다. 모 대학에서 앞으로 학사일정 확인과 학점신청은 직접 학생이 해달라는 공지를 부모들에게 내 보냈다는 기사.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고 ,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