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성장하는 지점

(2023.10.25)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66

by 박진환

연 이틀 학급업무와 학교행사로 야근을 하니 몸이 좀 무거워졌다. 오늘 하루 좀 넘기고 내일 또 상담으로 야근을 해야 하고 토요일 개인 일로 서울에 가야하니 이번 주 내내 몸이 무거울 듯. 그래도 아이들이 바뀌고 달라지고 성장하는 모습에 무거운 몸, 힘을 내 본다. 어제는 약 20분의 보호자 분들이 우리 학교 북스타트 중간점검과 독서교육 운동가 김은하 작가 연수에 참여하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학교와 가정이 함께 하는 북스타트 때문에 달라진 식구들의 모습과 부모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이들 읽기 능력과 변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강사로 오신 김은하작가도 세 번에 걸친 우리 학교 책읽기 운동의 변화를 보며 꽤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1학년 아이들의 읽기 능력과 쓰기 능력을 간접적으로 지켜보며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성장과 변화였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속한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열심히 실천하시는 분들의 반은 대게 이렇다. 가정의 도움이 물론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교사들이 주도하고 지도하는 힘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내게 묻는다.


"선생님, 못마땅하다가 뭐예요?"

"선생님, 깐풍기가 뭐예요?"

"선생님, 네온사인이 뭐예요?"


책을 읽고 모르는 낱말을 묻고 행간의 의미를 알아채고 다시 자기 생각을 돌아보는 과정을 날마다 밟는다. 꾸준히 한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2,3학년에서는 훨씬 덜 피곤해 하며 수업을 즐기며 자기 삶을 만끽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읽고 쓰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배우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마냥 하루하루를 그냥 시간에 맡기는 삶이어도 자연과 함께 놀면서 크면 언젠가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때때로 많은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는 걸 나는 10년 동안 대안학교 아이들 곁에서 살며 성장과정을 보며 확인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가장 강조해야 하고 힘을 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언어교육이다.


오늘의 맨 처음 글쓰기의 주제어는 '놀다'였다. 아이들은 이 움직씨를 꺼내자 마자 이건 말할 게 많다며 주절 거린다. 놀다의 파생어를 10가지 정도를 살펴본 뒤에, 단문과 띄어쓰기 관련 학습을 하고 과제로 '놀다' 관련 글을 써 오도록 안내를 했다. 이제 아이들은 주제어와 관계된 말을 어렵지 않게 꺼내어 글로 쓴다. 어머님들이 집에서 아이들이 글을 쓸 때 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때때로 힘들어 한다고 한다. 본디 글쓰기가 그런 것이다. 그때 부모님들이 이런 저런 말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자극을 주면 아이들의 글은 훨씬 달라진다. 맞춤법을 지도하기 보다 주제어와 관계된 이야기, 아이와 하루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온채움선생님이 중간에 합류하시고 아이들과 나는 수학평가 시간으로 들어갔다. 덧셈과 뺄셈(1)을 모두 정리하는 시간. 아이들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다. 남은 두 달 간 이 속도의 차이와 덧셈과 뺄셈의 개념을 더 익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말하지만, 아직도 '합'과 '차'의 용어를 헷갈려 하는 아이가 있고 빼기의 역순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보인다. 손가락으로 하면 될 것을 습관적으로 머리로 하는 아이들이 역시나 있다. 옆에 수모형을 가져다 줘도 그렇다. 늘 옆에 붙어 있을 수 없어 지도하고 옮겨 다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예전으로 돌아간다. 부지런히 다시 가르치고 또 반복해 고쳐주는 작업이 이 시기에 필요하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어렵게만 여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어떻게 해서든 넘겨야 한다. 생각하는 힘은 이런 지점에서 비롯한다.


마지막 시간은 오카리나 연습을 시켰다. 이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아예 안 될 것 같던 오카리나 음들이 하나 둘 몇몇 아이들의 소리가 달라지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그냥 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혀를 움직여 소리를 내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서툴지만 해 보려 한다. 오늘부터는 집에 가서 연습도 해 보라 했다. 극본 읽기 연습도 열심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읽기가 나아지고 있다. 아직 읽기가 힘든 두 아이도 열심이다. 1학년 아이들에게도 극본이 꽤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고 있다. 이 과정을 잘 활용하고 연극강사의 도움으로 발성까지 해결해 보려 한다.


조금 시간이 남아 예술제 때 부를 노래도 가르쳐 주었다. 재밌다고 흥미를 보인다. 거기에 가사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13명이 나눠 그려 화면에 띄우고 노래를 부르는 과정을 안내했다. 희한하게도 오늘 가르쳐 준 노래의 가사를 잘게 쪼개니 13소절이 나왔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부르고 부르는 노래의 그림을 직접 그려 큰 무대 위에 띄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들 흥분상태였다. 기특하고 대견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팝콘을 만들어 주었다. 다들 또 신나한다. 오랜만에 팝콘을 만나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도 밝다. 이 아이들과 이제 66일 뒤면 헤어진다. 이 또한 벌써부터 아쉽고 아쉽다. 하~ 오늘도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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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날씨: 낮에는 따뜻했고 저녁은 시원했다.


제목: 숙제와 시간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일기는 당연히 하고 맨 처음 글쓰기랑 연극 읽는 거 연습해오라고 하셨다. 숙제가 세 개나 있다. 아홉시 안네 다 못할 거 같았다. 시간은 너무하다. 너무 빨리 가는 거 같다. 하마터면 숙제를 다 못할 뻔했다.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은)


날짜: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날씨: 오늘 아침에는 추웠는데 버스 타고 집에 갈 땐 더웠다.

제목: 뱀


"어? 얘들이 어디 가지?"

"저기 뱀이 있대!"

오늘 점심놀이 시간 때 김주안이 밭에 뱀이 있다고 친구들이랑 소리를 질렀다.

"뱀이다! 뱀이 밭에 밭에 있다!"

난 깜짝 놀라서 도망 갔다.

"으 아아아아!"

다시는 저런 얘들처럼 위험한 곳에 가지 말아야겠다.(*석)


날짜: 2023년 10월 2일 화요일

날씨: 오늘 비가 조금 왔다.

제목: 뱀이 무섭다


오늘 수업이 끝나고 돌봄을 했다. 돌봄 때 사마귀를 잡으러 가는데 무언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도마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았는데 도마뱀이 아니라 뱀이었다.

"으악, 뱀이다!"

"뱀이 어떻게 우리 학교에 들어 왔대?"

"어휴, 무서워서 놀지도 못하겠네."

"어휴."

친구들을 불러왔다.

"얘들아, 여기 뱀 있어!"

"뭐?"

"잠깐 여기 주변에 있었는데.... 앗! 저기 뱀있다!"

"어으! 으악, 진짜다!"

"얘들아, 이제 가자."

"그래."

나도 갔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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