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_아이들과 헤어지기전 D-67
규칙을 지킨다는 게 뭘까?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또 뭘까? 이미 세상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강국이 약국을 쥐락펴락해도 주위 국가들은 강대국의 눈치만 살필 듯 이른바 정의롭지 못하다. 어디 국가만 그런가. 우리네 세상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데도 오랫동안 정부는 약자인 세입자의 입장보다는 재산을 가진 임대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겉으로야 재산권을 보호한다지만, 큰 돈을 맡긴 세입자들의 재산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자는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돈을 들여 또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법만 잘 만들면 될 것을 약자는 이중으로 피해를 보며 산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들보고 규칙을 지키고 법을 지키라고 한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1-2교시에 연극전문강사를 초청해 수업을 했다. 총 10차시 중 4차시가 흘렀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발성과 몸짓, 시선처리를 집중하여 가르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몸풀기를 하는데, 역시나 우리 아이들의 가장 높은 벽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담임이 아닌 강사에게 지시에 잘 따르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규칙을 잘 지켜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이 습관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자기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극에 달하는 움직임들이 아이들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버린다.
다르게 보면, 정말 이 아이들에게 규칙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한 개념은 어느 지점에 있느냐는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정도야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지점이지만, 아이들도 각자 머리로는 아는 것 같은데, 친구들과 섞여 있으면 들뜬 감정이 절제가 되기 힘든 모양이다. 시간이 가면 해결해 주는 지점이 있을 텐데, 너무 서둘러 잔소리로 아이들 상황을 억압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수업이 진행이 안 되니 교사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아이들을 절제하게 만들어야 하는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혼자 있을 때와 친구들과 있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의 각자 다른 지점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지점에 규칙과 약속이 있다. 겨우 겨우 아이들을 달래고 통제해 가며 마친 연극수업. 다음 주는 달라지려나.
남은 수업은 아침에 미처 하지 못한 독서수첩기록, 시 따라쓰기, 그리고 맨처음 글쓰기였다. 마치내 <맨 처음 글쓰기> 공책은 이름씨를 거쳐 '움직씨'로 옮겨 갔다. 오늘의 주제어는 '가다' 이름씨에서 번진 파생어와 움직씨에서 번지는 파생어의 차이를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가다'에서 나온 말들이 어떤 말들이 있을까 하는데, 한 아이가 '오다'를 외친다. 서술어에 해당하는 움직씨의 변이를 아이들은 쉽게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간신히 움직씨의 파생어 처리를 익히게 하였다. 아마도 다음부터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의 감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달라지니 말이다.
끝으로 희곡집 <옛날이야기>로 하는 극복읽기 시간. 오늘의 마지막 꼭지를 함께 읽으며 두 편의 작품을 뽑아내기로 했다. 두 편은 300일째 되는 1학년 학급마무리잔치 때 올리려 하는데, 그 중 한 편은 오는 11월 17일에 있을 거산 예술제에 낭독극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아이들과 결정하기로 한 오늘이다. 두 편이 결정이 됐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도 나누었다. 모든 아이들이 각자 한 역할은 맡기로 했고 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직 읽는 게 서툰 아이도 있고 급하게 읽고 책 읽듯이 읽는 아이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연습시키며 두 달을 갈 에정이다. 1학년 아이라고 희곡을 읽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 한다. 연극의 규칙을 잘 지키며 서로를 바라보며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 보는 경험. 이 경험이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자라게 하는 작은 발판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거창한 생각일까?
오늘은 저녁에 독서교육운동가 김은하 작가를 초대해 우리 학교 북스타트 중간점검과 지도를 받고자 하는 날이다. 쉽지 않은 과정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보호자들을 응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참고로 오늘 들어온 일기 중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글 몇 편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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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0월 23일
날씨: 해가 떴지만, 바람이 엄청 불어서 날아갈 거 같았다.
제목: 급식 먹을 때
학교 급식 때, 엄마를 만났다. 내가 엄마한테
"가지 마."
라고 했다. 엄마가 의자에 앉아서 급식을 드셨다.
나는 엄마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나한테
"밥 먹어."
라고 했다. 어쨌든 나는 엄마를 만나서 반가웠다.(*현)
날짜: 2023년 10월 23일 월요일
날씨: 오늘 흐리면서 해가 쨍쨍했다.
제목: 엄마가 안 와서 윤우네 집에 간 날
오늘 축구를 하고 온 다음에 집에 내렸다. 집에 와서
"엄마!" 하고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놀랐다. 나는 윤우네 집에 가서
"이모, 엄마한테 전화 좀 해주세요."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오토바이 아저씨가 문을 열어줬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너무 대단해서."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어?"
"다 기억했는 걸요?"
"야, 너 진짜 대단하다."
"고맙습니다."
내가그렇게 잘 했나? 어쨌든 잘 했나 보다. 해해해. 기분이 좋았다.
"주안아, 이제 집에 가야 돼."
"네."
나는 집에 갔다.(*안)
날짜: 2023년 10월 23일 월요일
날씨: 이제 많이 추워지는 것 같다. 가을은 너무 짧다. 가을은 너무 짧다.
제목: 안경은 나를 바쁘게 한다
나는 안경이 좋은지 싫은지 모르겠다. 안경은 나를 바쁘게 한다. 엄마는 맨날 아침마다 "안경 닦아라~ 안경 닦았냐?" 라고 한다. 그리고 제일 안 좋은 점! 바로 안경 올리기다. 내가 아는 정보를 친구들한테 얘기 하고 있을 때! 종종 안경이 내려 온다. 그래서 안경을 올릴 때! 종종 안경이 내려온다. 그래서 안경을 올릴 때 친구들이 "우헤헤헤. 박예빈 잘난 척 한다." 그때 나는 너무 부끄럽다. 그런 친굳르이 있으면 뚜시 파워 해줄 거다. 특히 남자 친구들을 더~~ 많이 해 줄 거다!!!(*빈)
날짜: 2023년 10월 23일 월요일
날씨: 보통이다.
제목: 돈 번 날 기분 설렘
나는 오늘 이마트에 갔다. 나는 스타킹, 반스타킹을 사고 싶었다. 근데 엄마가 안 사줬다. 힝~ 짜증나. 돌아갈 때 보안관 할아버지가 "수고했어요."라고 하셨다. 내가 크게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보안관 할아버지가 잠깐 오라고 하셨따. 그랬더니 오천 원을 주셨다. 나는 말도 못하게 기뻤다. 그리고 설렜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난 쓰러질 뻔했다. 다음에도 꼭 인사할 거다. 돈 때문인지 짜증이 사라졌다.(*영)
날짜: 2023년 10월 23일 월요일
날씨: 오늘 아침에 추웠다. 밤에도 추울 것 같다.
제목: 사마귀 배틀
나는 오늘 황지훈이랑 사마귀를 잡았다. 어떤 종류냐면 넙적배 좀사마귀랑 일반 넙적배 사마귀다. 그런데 왜 제목이 사마귀 배틀이냐면 악마 사마귀랑 황지훈 사마귀를 배틀 시켰기 때문이다.
"으악, 사마귀 살려!"
"그렇게 계속 해! 사마귀야!"
누가 이겼냐면 바로 넙적배 사마귀가 이겼다. 마지막으로 넙적배 좀자마귀로 배틀을 끝을 맺었다. 엄청 재밌는 배틀이었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