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7.)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64
아침마다 책 읽고 독서수첩에 기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한 녀석이 내게 내민 느낌 글에 '은'이 무언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은을 본 적이 없니?"
"네!"
"금은 본 적이 있고?"
"네!"
"자, 그럼 어디 보자 우리 반 00가 이에 은을 씌웠던데...00아, 아 한 번 해줄래?"
"옳지, ㅎㅎㅎ 자 이게 은이야."
"아~"
"선생님 내 이빨에도 은이 있어요."
"난 없어요."
"없는 게 좋은 거야. 이가 썩거나 안 좋아서 씌운 건데. 하하하."
뭘 하나 꺼내면 득달 같이 달려들어 한 마디씩 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반 아이들. 오늘은 '은' 하나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
첫 시간은 모처럼 새로 꾸민 공간에 가서 공놀이를 하는 날. 미처 시간표를 확인하지 못한 아이들이 공놀이라는 말에 흥분하기 시작한다. 학교가 한창 공사중이고 내년 3월에야 그나마 구색이 갖춰질 것 같아 어려웠는데, 틈새를 비집고 공간이 열려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딱 다목적실은 아니지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에 들어갔다. 딱 우리 반이 들어가서 뛰어 놀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아이들과 피구를 했다. 모르는 아이들은 새로 배워서 함께 했다. 아직은 서툴러도 아이들은 이 시간을 즐겼다. 남녀로 나눠 한 게임에서 남학생이 이겨 여학생은 기가 죽었지만, 이어진 릴레이에서는 이겨 균형을 이뤘다. 이 균형을 맞추느라 얼마나 내가 애를 썼는지. 하하하. 이렇게 한창 아이들과 놀다가 교실로 돌아와 손 씻기고 우유 마시게 하고 앉았는데, 뒤에서 한 아이가 내게 소리친다.
"선생님, 책 읽으면 안 돼요?"
"왜? 중간놀이시간에?"
"재밌는 책 좀 보고 싶어서요."
"그래라~"
그랬더니 여기 저기서 마치 나도 그런 생각이었다는 듯 책을 펼쳐서 보고 끼리끼리 모여 함께 보기도 하면서 키득키득 웃는다. 이건 또 무슨 풍경인지도 모르겠다. 책 좀 보라고 잔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정에서 북스타트를 꾸준히 하고 학교에서도 책을 읽고 즐기는 일상이 이어지면서 책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트럭을 불러 옮기면서 이 책이 교실에서 정말 쓰이길 바랐는데, 이제야 비로소 효과를 보는 것 같아 요즘 보람이 크다. 아이들은 지금 상담선생님들과 또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 또 이렇게 한 주를 보낸다.
참! 오늘 날마다 일찍 오는 세 아이가 내민 일기장을 받아봤는데, 하나 같이 왜 이렇게 재미나게 잘 써주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이 세 아이의 일기장으로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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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0월 26일 목묘일
날씨: 춥지도 덥지도 않고 나중에는 덥고 그 다음에는 추웠다.
제목: 크리마스는 이상해
크리스마스는 이상하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다. 그런데 우리가 선물을 받는다. 내 생일에는 내가 선물을 받는데 왜 예수님 생신에 왜 우리가 선물 받지? 산타 할아버지가 예수님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짜: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날씨: 낮에는 더웠고 저녁엔 달이 주황생이었다. 달이 태양에 가까이 있는 거 같았다.
제목: 기침
학교 끝나고 피아노 학원 가는 길에 엄마가
"시*아, 오늘 학교에서 기침 많이 했어?"
라고 말하는 순간 기침이 나왔다.
"콜록 콜록 콜록."
분명히 기침을 안 하고 있었는데 기침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침이 계속 나왔다. 기침이 계속 나왔다. 기침이라는 말은 너무하다. 왜냐하면 마법처럼 기침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침이 때문이다. 기침 때문에 힘들다. 기침약을 먹는 순간 기침이 멈추는 약이 있으면 좋겠다.
날짜: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날씨: 이제 겨울이 돼 가는 것 같다. 조금 춥다.
제목: 규현이가 집에 온 날
오늘은 규현이가 우리집에 왔다. 왜냐면 규*이 엄마랑 아빠가 회의하러 우리가 다니는 거산초등학교에 회의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현이가 우리 집에 왔따. 규현이가
"내가 너희보다 쎄."
하니가 *빈이가
""야! 잘난 척 하지 마!"
라고 했다. 나도 먼가 좀 잘난 척 하는 것 같다. 남자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노는 것 같다. 여자 구들은 그런 말은 다 이저먹고 논다. 그게 남자친구들에 특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