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0.)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61
어김없다. 교실에는 세 아이가 일찍 와서 책을 읽고 있다. 나를 보며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책에 빠져 있다. 내가 들고 있는 수학교구상자를 본 뒤에야 내게 그게 뭐냐 묻는다. 지난주 내장산을 간 쌍둥이가 하품을 한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지난주에 하지 못한 업무처리를 하나 한다. 그즈음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며 인사를 거네고 이내 책읽기로 돌입. 아이들 사이를 돌아보며 묻는다. 무슨 책을 읽는지, 뭐가 재미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아직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수준평정 그림책을 나눠주고 읽는 연습을 시킨다. 그 사이 사이에 아이들은 독서수첩을 들고와 내게 확인을 받는다. 그리고는 시 따라쓰기로 이어졌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오늘 아이들에게 차 한 잔 대접하는 걸 잊었다. 좀 더 일찍 올 걸...
오늘 첫 수업은 목요일에 오실 최덕규 작가님을 환영하는 준비이기도 하고 읽은 책으로 자기 느낌과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으로 책만들기 작업을 했다. 책 만들기 작업을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으로만 여기기 쉽지만, 제대로 하면 결코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오늘 같이 책등팝업을 만들려면 책등에 대한 지식을 다시 확인해야 하고 각자 읽은 그림책을 이해한 방식으로 그림책 표지를 그려보게 하려면 먼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여러분은 이 책을 만나면서 어떤 생각들이 막 떠올랐어요?"
"나 같으면 먼저 부탁하고 사정해서 금방 몸을 뒤집을 것 같은데, 거북이는 너무 자존심이 쎄요."
"거북이의 상태를 00는 읽었네. 맞아 책을 읽을 때는 그렇게 <나같으면 >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책은 원래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사는 걸 읽고 배우는 거거든."
"전 거북이 표정이 재밌었어요. 의심을 품기도 하고 땀을 빌빌 흘리면서 눈치보는 것 같은 거 같기도 했어요."
"전 속표지 제목에 동물들을 그려 넣은게 재밌었어요. 제목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걸 알았어요."
"전 그림책이 바로 시작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 하다가 제목이 나와서 신기했어요."
"우리 반에 옛날 책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는 지금 책과 좀 달라서 신기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아이들은 오늘 만들 책에 대한 구상을 자연스럽게 한다 다. 책을 만들면서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 생각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떠올린다. 나는 그것을 도와주면 된다. 공책에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좀 다른 그릇으로 안내해서 새로운 그릇에 각자의 생각을 담아내게 하는 일은 책 읽는 작업을 덜 지루하게 한다. 북아트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때 이 활동이 지루한 노동이 되지 않고 책을 다시 읽게 되는 찾게 되는 동기를 갖게 한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지난주에 애써 미리 잘라 제공을 한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고서도 책등 팝업을 매우 신기하게 바라봤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감탄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다.
아이들은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그때 내가 좀 실없는 소리를 했다.
"야, 너희들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 1학년 치고는 너무 잘해."
"정말요?"
"그럼, 이게 다 위대하신 선생님 덕이 아니겠어?"
"맞아요. 위대한 건 맞아요. 위대해요."
"맞아요. 위대해요. 그런데 잘 생기지는 않았어요."
"맞아요. 잘 생긴 건 아닌 것 같아요. 위대만 해요."
에고 에고... 1학년 주제에... 쩝쩝... 크킄
마지막 시간은 내일 가을 열매로 생태놀이를 할 준비를 간단히 해 보았다. 먼저 열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가을 열매에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림으로 살펴보고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도 살피게 했다. 오늘 시간이 남으면 잠깐 바깥으로 나가 열매를 찾고 구해보려고도 했는데, 그건 내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각자 받은 상자를 살펴보고 이름표에 이름을 쓰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게 됐다. 참 시간 빠르다. 그만큼 아이들도 자랐고 이제 떠나 보내도 될 만큼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 써 놓은 아이들 글을 대신하는 것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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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날씨: 오늘밤은 먼가 좀 춥다.
제목: 이야기는 고마워
오늘은 내장산에 간다. 내장산은 아닌데, 내장산이랑 가까운 내장산 생태탐방원에 간다. 차를 타고 30분은 갔는데, 이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나는 아빠랑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체했을 때 손가락 따는 것의 얘기를 한 것이다. 내가 아빠한테
"체했을 때, 왜 손가락을 따?"
라고 물었다. 왜 그걸 물어봤냐면, 오늘 책을 을 읽을 때 체를 하면 손가락을 딴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체했을 때 손가락을 따면 빨간 피가 아니고,검은 피가 나는데 그걸 짜면 머리도 안 어지럽고 소화도 잘 돼."
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다 끝내고 나서 내가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언제 다 와?"
그러니까 엄마가 10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정말 신기하다. 한 시간 반이었는데 얘기하다보니 벌써 10분으로 즐었다니. 이야기는 고맙다.(*람)
날짜: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날씨: 아침에 자전가 탈 때, 엄청 추웠고 낮에는 가을인데, 여름 같다.
제목: 아빠는 내편, 엄마는 적
오늘은 일요일. 어제 에버랜드에 가서 일기도 못 쓰고 푹~~ 잤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와 라면을 사러갔다.
"아빠, 크록스를 신어서 바람이 폭폭 들어가."
"그래? 아빠는 바람이 차갑기만 한데..."
점심에는 아빠와 TV를 봤다. 축구를 봤다. 속닥이면서 말을 했다.
"아빠, 이거 끝나고 다른 거 보자. "
"그래."
나는 축구를 다 보고서 '아이들 나라'를 봤다.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빛의 속도로 껐다. 엄마였다! 엄마는 봤다는 듯 우리를 째려 봤다. 그리고 우리를 혼냈다. 그 순간순간이 저녁이 됐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우)
날짜: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날씨: 낮에는 춥고 밥에는 덥다.
제목: 교실 밖은 위험해!
나는 교실 밖을 많이 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실 안에 있으면 행운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슨 행운이냐면 김밥을 먹거나 뭐 그런 일이 일어나서 안에 있는 거다. 긜고 황지훈이 밖에 나가서 말벌한테 쏘일 뻔 했다. 그러니까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거다.
날짜: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날씨: 해가 대보름처럼 둥글고 예쁜 날
제목: 가래떡의 축복
며칠 전에 '피아노야, 놀자'에서 가래덕이 생각났다. 피아노 치고 U모양 체크하다가 가래떢 모양이랑 비슷해서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가래떡을 해달라고 했다. 엄마가
"밥 먹을 시간이야. 내일 해 줄 게."
다음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계~속 미뤘다. 엄마는 내가 가래떡이 얼마나 먹고 싶은지 내 마음을 모른다. 내 머릿속에 가래떡이 계속 찾아온다. 오늘 아침에 드디어 가래떡을 만났다. 쫀득쫀득한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단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너무 달콤해서 조청떡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가래떡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훈)
날짜: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날씨: 낮에는 따뜻했고 저녁에는 달이 예뻤다. 보름달이었다. 그런데 보름달이 좀 찌르러져 있었다. 달토끼가 달을 먹은 거 같았다.
제목: 단풍잎
학교 끝나고
수영장 가는 길에 나무를 봤다.
나뭇잎이 다
노랑색으로 물들어 있었따.
초록색 잎이
한~~~~~~~~~~~개도 없었다.
지난 금요일에는
잎이 노랑색이었는지 몰랐는데
오늘보니까
잎이 물들어 있었다.
나무 다섯그루가 있는데
다섯 그루가 다 물들어 있었다.
신기하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