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2023.10.31.)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60

by 박진환

10월도 어느새 끝에 이르렀다. 살짝 쌀쌀한 가을 아침날을 걷고 또 걸어 학교로 도착. 예정대로라면 10월 이즈음에는 학교가 거의 다 지어져 주차장도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난 여전히 500미터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학교를 걸어간다. 그런데 불편은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길을 이렇게 걸을 때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무관심했던 지점을 다시 보게 된다. 차를 몰고 지났쳤을 시절에는 보지 못한 사과나무도 봤고 길가에 심어 놓은 호박들. 그리고 주차하고 바로 교실로 들어오면 맡지 못했을 길가의 바람을 만난다. 앞으로도 두 달. 이제는 차가운 바람과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바닥을 걸으며 나는 또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오늘은 1학년 생태지원단 세 분과 4교시까지 가을을 만끽하는 생태놀이시간을 준비한 날. 어제 잠깐 씨앗에 대해 공부를 하고 와서 그런지 교실로 들어오던 한 녀석이 큰 소리로 내게 외친다.


"선생님, 박주가리 봤어요!"

"어디 어디? 있었는데?"

"학교 버스 타고 내리는데, 나무에 걸려 있었어요."

"야, 그걸 발견했구나. 어제 공부한 보람이 있네.'


이 아이의 한 마디에 옆에 있던 녀석들까지 덩달아 박주가리 박주가리. 들뜬 아이들 진정시키며 생태지원단분들 교실로 안내하고 인시를 나누고는 곧바로 손에 비닐 하나씩 쥐어주며 밖으로 나갔다. 짝을 지워 나가며 학교 뒷산에 올라 봄에 이름지어줬던 나무가 아직도 우리 곁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곧장 가을열매를 줍기 시작했다. 도토리에서부터 밤, 솔방울, 작살나무 열매, 굴피나무, 도깨비 바늘에 찔레까지. 아름다운 낙엽을 모으는 것까지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 주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을 자연물을 만나고 또 만났다.


그렇게 교실로 들어와서는 준비 해 놓은 열매상자에 분류하여 담고 관찰하며 우리 곁에 어떤 식물과 열매가 있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는 열매를 가지고 놀기도 해 보았다. 하나는 도토리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이쑤시개를 끼워 팽이를 만들어 놀게 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다. 다른 활동으로는 낙엽이 가진 색깔로 분류해 보기 낙엽으로 왕관과 가면을 비롯해 각종 장신구를 활용해 수업을 해 보았다. 저마다 낙업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렇게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니. 교과서에 있는 내용보다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와 예술제에 올릴 극본을 선정하는 시간. 아이들마다 충분히 연습을 해 왔던 터라 오늘 결정에 기대가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 아이들이 저마다 열심히 집에서 연습을 해 온 티가 났다. 그럼에도 한 작품만 올리는 거여서 아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실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실망은 학급 마무리 잔치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확인 또 확인을 해주며 가라앉은 기운을 달래주었다. 표현력이 날로 좋아지는 우리 반 아이들의 멋진 낭독극과 연극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하~ 날이 다시 맑아졌다. 오늘 가을열매놀이를 한 소감을 이야기 하라 할 때, 00가 아주 멋드러지게 말을 해주었다.


"가을이 온 걸 오늘 정말 느낄 수 있었어요."


맞다. 정말 오늘은 가을이 부쩍 우리 곁에 온 걸 확인할 수 있는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시월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