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가만히 있는 것도 수학이에요?

- 입학식 다음 날(2023.03.03)

by 박진환

아침에 들어서니 유치원에서 올라온 아이들 셋이 모여 있었다. 오자마자 교실에서 책을 읽을 꺼내 읽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지난 2년 동안 6학년 아이들은 내가 가져온 책에 눈 길도 보내 준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보람이 든다. 힘겹게 책을 들고 다니는 수고와 보람을 말이다. 오늘은 각자 자기가 가져온 물건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사물함에 위치 시키고 책상 서랍에 정리하기까지. 13명의 아이들이 지금껏 만난 아이들과 조금은 달랐다. 이미 가정에서 잘 자라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 뒤 교과서를 나누어 주었다. 교과서 한 권씩 나눠주며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왜 이렇게 교과서가 많냐고 한다. 나중에는 너무 많다고 투덜거리며 사물함으로 움직이다 책을 떨어뜨리면서 무겁다고 난리. 하나씩 천천히 움직이라고 해도 귀 등으로도 안 듣는다. 그런 모습들이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1학년 아이들이 원래 이렇지 머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중간놀이 시간이 되었다. 화장실을 거쳐 바깥으로 나간 아이들은 곧바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로 이미 앞서 가고 있는 6학년들에게 한 마디 했다.


"우리 1학년 보다 너희들 보니까 징그럽다야. 얘들은 이렇게 귀여운데..."

"샘, 우리가 뭐가 그래요."

"봐봐. 얘들 얼마나 귀여워."

"우리도 옛날에는 그랬거든요."

"어우, 너희들이 이랬다고...그래서 이렇게 되는 거야."

"샘~"

"하하하. 미안~"


이런 짓궂은 6학년과 장난치는 대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놀이기구로 달려드는 1학년 새싹 아이들은 시소에서부터 그네에 이어지는 전 과정을 누비고 또 부볐다. 미끄럼틀에서 특히 여학생들이 단체로 밀고 내려와 놀면서 흥분을 금치 못하는 정면이 자주 연출되었든데, 나중에 결국 효*이가 눈쪽이 쓸려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효*이는 치료를 간단히 받고는 꿋꿋이 또 놀이터로 향했다. 오늘 돌봄시간까지 효정이는 놀이터에서 아주 죽치고 살았다. 2시간 간격으로 연고를 바르게 하려고 데리러 가면 꼭 이런다.


"선생님, 저 삽으로 흙을 퍼서 저리로 옮기고 그랬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너 눈 괜찮니? 이제 교실에서 노는 게 어때?"

"아니요. 난 놀이터에 가서 놀 거예요."


어머님께도 이 사항을 연락드렸더니 '적극적인 효*이를 응원합니다.'라는 답장이 날아왔다. 하하. 맞다. 애들은 이렇게 키워야 한다.


중간놀이 시간이 끝나고는 이어지는 3-4교시에는 자기 소개로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길어져 학교 둘러보는 일은 다음주로 미뤄야 했다. 그만큼 자기 소개 시간에 서툴고 때로는 부끄러움과 수줍으로 제 때 답을 하지 못해 시간이 흘렀지만 재미도 있었다. 가끔씩은 자기 자랑을 하는데, 축구로 의외로 힘겨루기를 보여주는 아이도 있고 뜬금없이 늑대와 까마귀 소리를 내는 아이, 발레를 시범보이는 아이, 옆돌기를 보여주는 아이. 자기가 귀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아이까지 정말 다양했다. 특히 정후는 주위에서 하도 귀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오늘도 급식도우미를 자처한 6학년들이 자기 보고 귀엽다고 했다고 나에게 귀뜀을 해주었다. 아고~~


그렇게 자기 소개를 마치고 이어진 점심시간. 6학년이 화요일까지는 급식도우미 역할을 해주겠다고 하여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중에 잔반처리 할 때까지 너무도 고맙게도 6학년의 도움은 컸다. 사실 학교 공사중으로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식사를 하게 됐지만, 나는 오히려 교실급식이 더 좋았다. 아이들끼리 집중해서 밥을 먹는데 속도에 구애받지 않아서 좋았고 아이들 먹는 모습을 차분히 지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이 저마다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고 나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수학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수아가 공부는 언제하냐고 물어서 출발이 된 말이 밥을 먹는 것도 수학이라고 내가 한 마디 던진 게 꼬꼬무가 되어 계속 이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럼 우리는 언제 공부해요?"

"왜, 오늘 같이 이렇게 공부하는 것도 공부고 수업이에요."

"그럼, 교과서는 왜 나눠줬어요."

"나중에 참고해야 해서 그렇지."

"어제 마노자갈을 저 통에 하나 넣는 것...수 1을 배우는 거잖아요. 우리는 이미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선생님, 그러면 밥 먹고 집으로 가는 것도 수학이에요?"

"그렇지, 봐봐. 너희들이 학교에 오는 것도 수학이야. 한 명 두 명 이 교실로 들어올 때마다 수가 늘어나잖아요. 이것도 수학인데?"

"더하기다 더하기"

"맞아. 딩동댕~"

"그럼 집에 가는 것도요?"

"그렇지. 집에 가면 한 명 두 명 빠져 나가면서 수가 줄어들잖아. 우리 반 친구들 수가."

"빼기내요. 그럼?"

"그렇지."

"그러면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뭐예요? 그것도 수학이에요?"

"그럼, 그것도 수학이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아냐, 정말 있는데? 누가 한 번 맞춰볼래?"


그랬더니 가*이가 손을 들더니


"영이에요. 영! 맞죠?"

"맞아! 와, 가*이가 맞췄네."


이렇게 아이들과 나는 말 같지도 않지만 말이 되는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1학년 아이들과 지내는 게 낯설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좀 오그라들고 그럴 줄 알았는데...점점 나도 저학년에 최적화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간다.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일단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할 일을 먼저 선택하여 나가고자 한다. 좋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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