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8)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52
"선생님 '도도'가 뭐예요?"
"아, 도도? 음...그건 잘난 척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모습을 말해요."
"우리 반에 도도한 사람 있는데."
"누구?"
아이들은 손바닥을 펴서 저를 가리킵니다. "이 녀셕들!"이라고 하며 함께 웃습니다.
"선생님!"
"왜?"
"단비가 뭐예요?"
"아, 단비라는 건 비가 안 오고 땅이 갈라지고 식물과 사람도 목말라할 때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선생님! 적합이 뭐예요?"
"아, 그건 무엇무엇에 알맞다. 딱 맞다. 그래서 적합하지 않다는 건 알맞지 않다는 거, 어울리지 않고 맞지 않은 걸 말하지."
아이들에게 아침에 책을 읽게 하면 저마다 모르는 말을 묻는다. 그러면 저는 딱딱 알맞게 이야기 해준다. 그러면서 잘난 척을 한다.
"선생님 대단하지 않아? 모르는 말이 없잖아. 그지?"
"에이, 선생님 잘난척 하지 마세요."
"선생님, 그럼 이런 말은 알아요?"
"뭐, 뭐, 뭐."
"스키비디 토일렛 알아요?"
"음...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봐요. 모르잖아요."
"그게 뭔데?"
"게임 캐릭터에요. 변기통에 머리달린 거요."
"그럼 그건 괴물 아니야?"
"네, 맞아요. 괴물이에요."
어줍잖게 잘난 척 하다 뒤통수 맡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참 좋다. 이어지는 활동은 '어린이 시 따라쓰기' ..... 1학기부터 꾸준히 하며 아이들 시쓰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활동이다. 따라쓰기를 하며 필체도 교정하는 의도였는데 썩 괜찮았다. 어린이 시를 따라쓰면서 외우는 것도 즐겨했다.
이렇게 말과 글로 시작하는 하루가 난 참 좋다. 생각하며 사는 아이로 키우려는 제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내어 주는 아이들 글도 너무 멋지다. 지난 일 년 제 계획 대로 잘 따라준 아이들이 그저 고맙다. 오늘 우리반 시은이는 너무도 아름다운 일기를 써 주었다. 차 창문에 종이가 생겼다는 표현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라는 (고)이오덕선생님의 말씀이 참으로 맞다.
날짜: 2023년 11월 7일 화요일
날씨: 너무 추워서 걷기만 해도 꽁꽁 얼어 붙을 거 같았다. 가을인데 너무 추워서 겨울 같았다.
제목: 손가락 싸인펜
댄스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차 창문에 종이가 생겼다. 나는 손가락 싸인펜으로 창문에 낙서를 했다. 어떤 낙서를 했냐면... 잘 기억이 안 났다. 어쨌든 이상한 낙서를 했다. 낙서를 하다가 말고 손바닥 지우개로 쓱싹 쓱싹 지웠다. 그러자 아빠가
"창문에 그림 그리지 마. 손가락 더러워져."
라고 말했다. 슬펐다. 심심해서 그런 건데. 아빠가 그리지 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해 갔다.
말과 글이 살아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올바로 성장한다. 가정과 학교에 힘 써주어야 하는 것은 패드로 공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말글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 블록수업은 수학. 오늘은 이어 세기 방법과 덧셈의 교환법칙, 10의 보수, 뺄셈의 원리를 알아가는 시간. 시작하기 전에 지난 달에 사서 쓰고자 기다렸던 교구를 꺼내 놓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숫자모양의 교구로 탑을 쌓거나 모양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이 있어 수학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 시켰고 눕혀 사용하는 걸 보고 세워 사용해보라 했다. 그랬더니 *후가 10의 보수 이야기를 했다. 박수를 쳐주고 다들 10의 보수를 활용해 만들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집중하며 재미있어 했다.
처음에는 낯설게 하다 9, 8, 7, 6까지 보수를 찾아 적용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두 수만이 아니라 세 수 이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좀 더 다르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완성하는 기쁨과 환희가 뒤섞인 30여분이 지나고 교과서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덧셈을 하기 위해서 이어제기 방법과 10을 만들어 푸는 방법, 교환 법칙에 대한 이해를 하며 즐겁게 수학시간을 보냈다.
손가락을 사용해도 점점 빨라지고 10을 만들어 풀 줄도 알고 교환 법칙도 알게 되면서 좀 더 생기있는 수학수업이 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움이 즐거우려면 어떻게서든 기본적인 교과지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풀어내지 않으면서 서툰 프로젝트수업과 주제통합수업이 아이들을 망치는 경우를 수많이 적잖게 봤었다. 달라져야 한다.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의 뿌리부터.
오늘 마지막 수업은 극본읽기 수업과 이원수 시와 백창우 곡으로 노래를 부르며 합창을 했다. 곡에 어울리는 그림(가사가 담긴)을 그려 피피티로 만들어 확인을 하며 불렀다. 극본은 자연스럽게 읽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극본을 되풀이 해서 읽으면서 읽기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낭독극의 맛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무대 위에 올려 가는 과정과 결과까지 거치게 되면 훨씬 자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즐겁고 신나 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
오늘 점심 시간에는 흥미로운 모습도 연출이 됐다. 2학년 선생님이 우리 교실로 1학년 학생 것으로 보이나며 롱패딩 하나를 건네주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더니 여학생 몇몇이 이거 냄새를 맡기 시작하더니
"여기서 황**냄새 난다."
"뭐 황** 냄새."
"네, 황**냄새 나는데요?"
"세상에. 도대체 황**냄새라는 게 뭐냐?"
"이거 황**냄새 나요?"
"황**냄새가 뭐 어떤데?"
"뭐 고소하고 좋은 냄새 나던데?"
"하하하. 뭐?"
때마침 황**이가 교실로 들어서자 물었다. 그러니 자기 게 아니란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다시 패팅에 코를 갖다 대고 맡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아하, 이거 이** 거예요."
"맞다. 이**"
"방금 황**거라며."
"다시 맡아보니 이**거예요."
그러더니 막 패딩 안쪽에서 세탁소에서 붙인 이름표를 보더니 "이** 맞네"를 외친다. 곧 들어온 이**는 자기 것을 확인했다. 어이가 없었다. 친구 옷 확인을 냄새로 하다니 또 그게 맞다고 우기다니. 이녀석들을 도대체 어이할꼬?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