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9)_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51
오늘 공주 모초등학교로 출장을 간다. 그 와중에 일기를 쓰려니 맘이 급하다. 오늘 가는 곳은 처음 간 이후후로 긍정평가가 나오면서 추가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곳이다. 사실 학교로는 실천이야기를 잘 가지 않는 편인데, 지인이나 아는 분이 요청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간다. 학교라는 곳이 의무연수라 많아 대게 다른 실천과 학교이야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갔던 공주의 이곳은 분위기가 이전에 만나지 못한 흥과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들이 모여 열심히 공부하며 실천하는 일반학교였다. 혁신학교에 있는 우리들조차 이렇게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마저 느끼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혁신학교라 불리는 학교들이 이런 학습과 연구 실천이 잘 되지 못하는 이유, 원래 혁신학교가 그러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는 까닭은 혁신학교에는 너무도 많은 일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업무감축의 소리는 높였지만, 실상 수업을 바꿔야 한다며 진행하는 각종 활동과 행사가 오히려 교사들의 삶을 짓누르면서 오히려 혁신학교 교사들이 공부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보이는 것. 정작 살아야 할 교사들의 삶이 오늘 내가 찾는 공주 모초등학교여야 하는데 말이다. 혁신학교는 일이 많고 회의 많고 학부모들의 입김이 강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행복한 교사의 삶을 꿈꾸기보다 희생하러 간다는 생각에 더더욱 요즘 선생님들은 거리를 두고 있는 형국이다. 어쨌든 우리 학교도 내년부터는 어떻게 해서는 보호자들과 합의를 봐서라도 일을 줄여야 한다. 하던 일을 줄이는 것이 엄청 힘들고 비난 받을 일이지만 정말 아이들 한 명 한 명 봐야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우리 학교의 색깔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첫 수업 겨울교과서에 실린 한복이야기로 시작을 해서 한복을 꾸미고 색종이로 꾸미는 수업을 간단히 해 보았다. 아이들의 손놀림을 제법 볼 수 있었다. 한 복 과련 그림책 두 권을 보여주었더니 엄청 호기심을 보였다. <설빔>과 <엄마, 난 이옷이 좋아요>를 보여주고 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아 칠판 앞에 놓아 두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수업은 마침내 온작품읽기 수업. 우리 학교에서 북스트를 시작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일상적인 읽기 활동을 해왔지만, 책을 읽는 방법을 제대로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었다. 이야기 자체를 즐기고 친구들과 함께 읽고 부모와 함께 읽고 교사와 함께 읽는 정도를 즐기는 편이었다. 오늘은 겉표지부터 시작해서 속표지를 하나 하나 띁어 보며 작가와 출판사, 표지 그림에 대한 추론을 거치는 활동을 하나씩 해 보았다.
그리고 공책에 표지 그림도 그려보고 아이들과 내가 번갈아 읽어가며 문장 하나 하나 낱말 하나 하나를 뜯어가며 읽어 보았다. 읽으면서 멈추어 생각한 것, 새로운 낱말의 뜻, 상황에 대한 유추까지 해 가며 기록해 갔다. 어떻게 보면 엄청 재미없을 을 것 같은데, 의외로 아이들은 재밌나고 난리다. 다행이었다. 부디 이렇게 읽으면서 책을 깊이 읽는 연습과 과정을 겪어 보길 바랐다. 생각보다 첫시간이라서 그런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읽고 기록하고 그림그리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며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라는 말에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1학년 아이들이라 그림책에만 빠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림책을 넘어 동화책에서 아이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곤 한다.
책에서 꿈이야기가 나와 각자 자기가 꾼 꿈, 꾸고 싶은 꿈으로도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을 했다. 함께 읽지만 각기 다른 것을 생각하는 아이들. 그것이 책읽기의 출발점이지 않나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