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 _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50
부쩍 추워졌다. 이제 초겨울로 들어서는 건 분명하다. 기후위기는 이제 너무도 심각하게 우리 삶으로 들어왔다. 유럽 젊은이들은 '기후퇴사'(Climate quitting)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한다. 기후퇴사란, 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퇴사를 택하거나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자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후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유럽젊은이들은 여긴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떨까? 당장 정부조차 플라스틱 규제를 철폐하고 소상공인들을 살린다는 명분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그들이 만든 정책조차 폐기해 버렸다. 정부정책을 믿고 대안을 준비하던 상인들과 기업인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분노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따사로운 햇볕 뒤로 차가운 기운이 몰려드는 날에 세상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고 불안하기만 하다.
오늘은 다모임과 상담이 있는 날. 전교 다모임에서는 나눔주간 알뜰장터 문제와 김장 담그기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앉은 자리. 하지만 고학년 일부 학생들이 나눔의 개념을 확인여 수익을 기부하기보다 수익을 오롯이 개인들이 챙겨 갔으면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회의가 산으로 가고 있었다. 나눔행사를 하자는데...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정말 사는 대로 살게 되는 아이들의 전형을 일부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어 정말 안타까웠다. 배웠지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게 돼 그저 한심스러웠다. 일부 아이들이었지만, 정말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저렇게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만 드는 시간이었다. 난감한 시간을 뒤로 하고 나는 우리 아이들을 2학년선생님에게 맡기고 지난 달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상담 결과를 듣고 논의를 하러 교실로 향했다.
두 분의 전문상담사와 우리 반을 집단상담한 중간결과를 나누었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이야기하며 걱정거리와 우려를 나누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대로 내버려두면 일어날 일들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었다. 제3자의 시각에서 본 우리 반이나 내가 본 아이들이나 크게 차이나는 점은 없었다. 다만 활동을 통해서 얻은 아이들의 내면에는 또 다른 지점이 읽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서로가 아는 정보를 교환하면서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좀 더 일찍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객관화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좀 더 원활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어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오래 전 읽는 책 중 가장 충격적이고 기억에 남는 책이 하나 있다. 일본의 임상심리학자 오자와 마키코가 쓰고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박동섭교수가 번역한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심리학을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의 삶과 성장을 돕는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 작동했을 때 비로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들여다 보면 볼수록 논란의 여지가 크다.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격차가 심해지면서 그 영향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면서 상담심리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특정한 학자와 관련 단체가 모든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등장하여 온갖 광고와 예능까지 섭렵하며 상담의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
어쩌면 자본과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정작 도와야 할 아이들은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자와 마키코는 그런 일본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정작 아이들을 도와야 할 심리학이 아이들을 돕고 있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있는 형국을 고발한 것이다. 문제는 부모와 학교에게 있는데, 아이들만 상담하여 그들을 진정시킨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은 없었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오늘의 상담은 매우 유익했다. 진정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담임이, 부모가, 학교가 각각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심리학은 아이들 편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과 권력의 유혹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오늘은 새삼 그 가치를 깨닫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