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3.)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47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오늘도 500미터를 걸어서 출근을 했다. 12월 더 춥고 눈에 빙판까지 만들어질 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이 공사 언제 끝나나 쩝쩝... 내년 3월 입주라지만... 이렇게 추운데도 아이들은 중간날이 시간이 되니 거의 전부가 잽싸게 옷 챙겨 입고 바깥으로 뛰어나간다. 30분간 놀다 들어온 녀석이 내게 춥다고 난리다. 추운 걸 왜 나가냐 했더니 재밌어 그런단다. 그래 맞다. 아이들은 이렇게 커야 한다.
'거리의 인문학자'라 일컬어지는 최준영은 교도소와 노숙인 쉼터, 미혼모 복지시설, 지역자활센터, 공공도서관 등에서 발견하는 타인의 결핍을 마주한다. 결핍이 곧 삶의 원동력이 되는 지점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어느새 사회경제적 환경이 이전보다 나아지면서 일부 계층의 아이들은 결핍을 최소화하는 혹은 결핍자체를 거두어내는 양육방식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결핍이 없다는 건 오히려 또 다른 결핍을 낳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최근 비데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비데를 쓰던 아이들이 학교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걱정하여 또 부모들은 물에 녹는 비데티슈를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낸다. 문제는 제 때 챙기지 못했을 때 아이의 반응이다. 어쩔 줄 몰라하며 그 티슈가 없으면 볼 일을 못 보겠다는 상황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무결핍의 양육방식이 또 다른 결핍을 낳는 단적인 예였다. 학교나 학교 밖에서는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문제상황이 벌어질 텐데, 늘 하던대로 익숙했던 아이들은 이런 예상 밖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야 하는데, 학교는 오래 전부터 정답을 가르쳐 왔다. 프로젝트다 주제통합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로젝트와 주제통합 수업의 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에는 정답찾기 수업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사회는 정답이 있지 않다. 주어진 모든 상황을 아이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결핍을 줄여 주는 양육과 교육방식이 결국 야이를 위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점점 결핍을 허용하지 않는 어른과 결핍을 잊고 살아온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로 학교와 교사는 중심을 잃고 있다. 현 교육의 위기는 이런 지점이 점점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데 있다.
춥다고 나가지 않고 교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추워도 나가야 하는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이원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겨울 대장'을 노래부르고 있다. 그곳 가사에 이런 말이 있다. '찬 바람아 거기 있거라. 멋쟁이 겨울 대장 내가 나간다.' 아이들은 이렇게 혹은 그렇게 커야 한다. 오늘은 <목기린씨, 타세요!> 동화로 온작품 수업을 했다. 빠르게 읽어나가기만 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하나 하나 읽어가며 생각하는 법을 익히게 하고 있다. 다행히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지루해 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후에는 10을 만들어 덧셈을 해 보는 수학수업을 해 보았다. 모든 아이들이 무난히 이 과정을 마쳐주었다. 활동지에 그동안 바둑알을 썼더랬는데, 이제 수세기 칩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올 여름 연수에서 배운 걸 잘 써먹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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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1월 9일 목요일
날씨: 오늘은 별로 춥지 않아서 다시 가을이 된 것 같았다.
제목: 지루한 뜨게질
오늘은 교실에서 정말 재미없는 뜨게길을 했다.
"힝... 지루해."
난 지루한 뜨게질만 맨날 할 것 같다. 돌봄선생님은 뜨게질을 이십오번이나 하라고 한다. 근데 난 바보같이 뜨게질 안 하고 서 있기만 한다. 뜨게질 할 때마다 놀고 싶어한다.
"난...놀고 싶다고!!"
난 꼭 뜨게질 다 하고 놀 거다.(거산초 1학년 **석)
날짜: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날씨: 자동차에 서리가 많이 있었다.
제목: 바쁜 내 입
내가 오리고기를 먹다가 말고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내 입은 하루종일 바쁜 거 같아."
"왜?"
"왜냐하면 밥 먹을 때도 내 입이 움직이고 말할 때도 입이 움직이니까."
"듣고 보니 맞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은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한다. 왜냐하면 밥 먹을 때 입이 안 움직이면 밥을 못 먹고 말도 못하기 때문이다.(거산초 1학년 *시*)
날짜: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날씨: 엄마가 내일 영하 2도로 춥고 내일 첫눈이 올 수도 있따고 했다. 하지만 안 올 수도 있다. "내일 만약에 눈이 오면 눈덩이 굴리면서 가야지~"
제목: 왜 일기 쓸 때만 잠이 오는 거야!
나는 이상하다. 나는 마녀에 저주에 걸린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일기 쓸 때만 잠이 온다. 그냥 잠이 오는 게 아니라 일기 쓰고 나서 자야할 시간 때는 잠이 안 온다. 아마도 선생님은 도사니까 내 일기장에만 일기장을 보면 잠들게 하는 저주를 걸었나 보다. 왜 일기 쓸 때만 잠이 오는 거야!(거산초 1학년 박**)
날짜: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날씨: 맑은데 춥다. 햇볕으로 갔는데 춥다. 이상하다.
제목: 사마귀 장례식장
캠핑 갔을 때 이야기다. 두번 째 날에 사마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마귀를 잡았다. 커피를 담는 플라스틱 컵에 사마귀를 채집했는데 사마귀가 기운이 없어 풀어 줬다. 15분이 지나고 동생들이 사마귀를 괴롭혔다.
"으악! 사마귀 살려!"
"얘들아, 그러지 마!"
"꺅, 도망가자! 킥킥!"
사마귀가 죽어서 장례시을 차려줬다. 막 먹을 거 주고 절을 했다. 나는 이제 작은 생물은 괴롭히자 않을 거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빼고... 약속~~ (거산초 1학년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