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5.)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45
**후의 날씨 표현에 보인 남극으로 이사간 것 같은 추위는 오늘 사라졌다. 초겨울이 아닌 늦가을의 전형적인 날씨.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인데... 오늘은 점심시간 뒷산으로 걸어내려가는 게 아닌 교문 앞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을 하며 급식실로 들어섰다. 이전에 이동급식을 할 때와 다르게 자체 급식을 하니 음식의 온도 뿐만 아니라 음식의 질도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오늘은 더구나 맛난 음식이 기다리는 수요일. 따뜻한 핫도그가 아이들 후식으로 제공이 되고 멜론으로 입가심을 하며 교실로 돌아온 날.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조금씩 다른 하루였다.
오늘 아침은 책읽고 기록하고 시따라쓰기 하는 패턴으로 움직였다. 쓰기도 쓰기지만, 이제 소리내어 읽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몇몇 아이들이 유창하게 읽는 게 조금 부족해 보였다. 쓰기가 힘든 아이들일수록 읽기능력도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결국 같이 가야하는데, 남은 한 달 동안 이 부분을 깊이 챙겨야 할 듯했다. 시따라쓰기 이후에는 금요일에 있을 예술제를 위한 준비를 좀 했다. 낭독극부터 연습했다. 낭독극 두 편 중 한 편만 올리는데, 오늘 상태로는 300일째 공연하기로 한 아이들의 연습이 더 잘된 것 같았다. 무대에 올릴 아이들의 연습을 독려할 수밖에. 합창까지 하면서 연습을 잘 마무리 했다. 1학년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두 번째 블럭시간에는 온작품읽기 <목기린씨, 타세요!> 도입부분에서 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상황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 같이 읽어나가는데 집중을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과 이 책을 꼼꼼히 다시 읽으니 어린 아이들이 쓰지 않는 말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를 쓰는 작가가 이점을 잘 신경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기도 했다. '~할 터, 여간, 이내, 도맡고, 무심한, 으레...' 저학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낱말이 의외로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읽을 <똥푸 아니고 쿵푸>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런 어휘들을 살펴가며 내용을 파악하는데 집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목기린씨가 단지 신체적인 부분의 차이로 차별을 받는 지점까지 가는데서 그쳤다. 차별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시키는데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니 비로소 이해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목기린 아저씨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나오는 다음주 시간부터는 좀 더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배려와 차이' 거기서 빚어지는 차별이 아닌 함께 사는 법을 찾는 과정을 우리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문득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내 수업을 기다릴 수 있도록 기대할 수 있도록 좀 더 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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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날씨: 남극으로 이사간 것 같은 추위
제목: 별을 본 날
오늘 일기를 쓸려고 하는데 엄마가 약을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순순이 약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순순이 가야 됐다. 같은 약부터 먹었다. 그 약은 정~~~말 맛있었다. 근데 맛없는 약을 먹어야 했다. 맛없는 약을 먹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거 같았다. 너무 맛이 없어서 별이 보였다. 그런데 엄마도 그 약을 먹었다고 했다. 엄마는 맛없어서 쓰러졌다. 그리고 엄마가 다시 일어났다. 다행이었다.(거산초 1학년 **후)
날짜: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날씨: 엄청 춥다가 따뜻했다. 날씨는 변덕쟁이!
제목: 재미, 슬픔, 무서움에 날
오늘 연극수업이 끝나고 급식실이 있는 건물에 가서 흡연마술을 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마술이 흡연마술이 아니라 그냥 마술이었다. 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마술은 하얀 손수건에서 불꽃이 '파바닥!' 하더니 그 손수건에서 하얀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이다. 그런데 마술사 아저씨가 당배이야기를 했는데 발암물질이 암을 생기게 만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눈물도 나올 것 같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나기 오~~~래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암이었다. 나는 외할아버지 얼굴은 못 보았지만 나랑 눈썹은 비슷할 거라고 짐작한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 가족한테 "외할아버지 눈썹이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많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건수업도 했는데 보건선생님이 목에 숨을 쉬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알사탕이 들어가서 죽은 아이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무서워서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오늘은 마술은 재미있고 담배이야기는 슬프고 보건수업은 무서웠다.(거산초 1학년 박**)
날짜: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날씨: 생각보다 많이 춥진 않았다.
제목: 검정색 콩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어떤 풀이 있었다. 나는 그 풀을 자세히 봤는데 콩이 떨어져 있었다. 열 개 정도가 있었다. 나는 콩을 주우면서 생각했다. 이게 어떤 콩인지 생각했다. 그런데 박진환선생님은 도사니까 그 검정콩 이름을 알고 있을 거다. 하늘에서 구름탈 때 다 봤을 거니까 말이다. 킥킥킥.(거산초 1학년 **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