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을 잘도 써주는 아이들

(2023.11.16.)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44

by 박진환

나는 아이들이 써 온 일기장에 별표를 주곤한다. 이전보다 글이 좋아지면 별을 더 준다. 못하면 반대로 줄어든다. 다른 아이들과 견주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글이 얼마나 자기 삶을 표현하는 가에 달렸다. 많이 쓴다고 길게 쓴다고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날 그날 자기 삶과 생각을 거침없이 잘 표현해주면 된다. 틀도 없다. 그저 아이들이 내뱉는 언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라 별 개수에 무척 신경을 쓴다. 아무리 별을 신경 써도 자기 삶과 생각을 담지 못하면 그만인데, 다행히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면서 그러니 다행이라 여긴다. 아래 '몰래쓰기'를 쓴 아이는 너무도 글을 잘 써주어서 최고 별인 다섯개를 늘 받는데, 한 번 딱 네 개를 받아서 서운했는지, 이런 글을 써주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 다섯 개를 꼭 받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별 다섯 개를 갖고 싶어서...'라는 표현은 어이없이 웃음만 난다. 이렇듯 사랑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오늘도 출근의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날짜: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날씨: 어제보다 덜 추웠지만, 그래도 추웠다.

제목: 몰래 쓰기


일기장2(두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습니다)에는 별 다섯개만 있었는데 처음으로 별 네 개를 받았다. 별 다섯개를 꼭 받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별 다섯개를 갖고 싶어서 '공책에 몰래 별 네개짜리 펴서 별 한 개 더 그릴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할 거 같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도사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거 같았기 때문이다.(거산초 1학년 한**)


다음으로는 날마다 늦게 자고 일어나 학교를 와서 조는 모습에 늘 제 잔소리를 듣던 아이가 쓴 글이다. 수업 마치고 돌봄시간부터 생생하게 돌아오는 아이이다. 그러니 집에 가서는 맑은 머리로 이렇게 좋은 글을 써 준다. 이렇게 좋은 글을 저녁에 써주니 아침에 졸아도 된다고 해야할까? 이제 좀 깨라고 잔소리 안 하고 놔둘까 고민이 들 정도다.


책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말을 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이렇게 1학년이어도 자기 삶을 생각을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이 글로 쓸 수 있게 됐다. 처음에 어려워 하던 글쓰기였는데 말이다. 가정과 학교가 서로 도와 제대로 가르치면 이렇게 잘 크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시작하고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어른들마다 교사마다 다르다는 거. 그래서 교사는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보호자는 그것에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아이들은 일관된 학습을 하게 된다.


아울러 학교 교육과정도 중요하다. 이론과 과학을 바탕으로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올해 우리 1학년이 이 과정을 비슷하게나마 거치고 증명해 주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날짜: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날씨: 잎이 하얀 색으로 꽁꽁 얼어서 물들은 것 같이 추운 날

제목: 일기 써 주는 로봇


일기를 써 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 대신에 생각하고 일기 쓰는 동안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싶다. 학교에서 졸기 싫은데 나도 모르게 졸게 된다. 5교시까지 졸 때도 있다. 눈이 감기고 머리가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날아간다. 그런데 일기 써주는 로봇이 있으면 박쌤이 싫어할 것 같다. 왜냐하면 로봇이 숙제도 해주고 다 알려주니까 학교가 필요 없어지고 박쌤이 직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봇은 내 상상 속에만 있어야 한다. (거산초 1학년 **훈)


오늘은 주로 통합교과 '겨울'의 우리나라에 대해 공부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틀이 있는 북아트 세트를 구입했다. 거기에 어울리는 내용을 담아가며 같이 학습을 했다. 띄엄띄엄 나와 있는 교과서 내용보다 이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번 정리를 하고 다음주 부터 우리나라 음식, 집, 옷에 대한 좀 더 깊은 활동을 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기특하게도 오늘 배운 내용을 외우기도 하면서 즐겁게 참여해 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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