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예술을...

(2023.11.17.)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43

by 박진환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여러 질문을 했다. 모르니까 질문하고 다르니까 질문을 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을 흔쾌히 해주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질문한다고 불편하다고 하고 그런 질문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거나 우리가 틀렸냐고 반문하며 질문을 회피하기도 했다. 지금 수행하는 교육과정의 철학과 의미를 물어봤고 문서와 다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물었는데, 이것에 대한 답들이 저랬으니 학교가 위험하고위기로 보였을 밖에 없지 않을까. 당시 여러가지 질문 중에 하나가 왜 '거산예술제'냐는 것이었다. 이름이 예술이면 예술제다운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 질문에 황당한 답 중의 하나는 개념 정리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빨리 일이나 추진하자는 이들이었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와 일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데, 어린이들에게서 무엇을 얻게 할 것이고 무엇을 배우게 한단 말인가 말이다. 당시 예술제는 담임교사들의 실천내용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보다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 활동 발표가 주를 이루었다. 이름만 예술이지 일반학교 학예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보호자들은 잔치처럼 벌였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그것을 예술제라 일컬었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 온 예술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불평불만이 가득한 비판만 하는 이로 비춰졌을 게다.


그렇다면 어린이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사전적 의미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인간활동과 산물을 통칭하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는 아직은 창작보다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서툴고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예술적 과정을 체험하며 느끼고 깨닫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교실에서는 어떻게 동아리 활동에서는 어떻게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극이라면 우리는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는 결과로 무대 위에 올리는 작품만 연상한다.


교육에서 연극이란 , 교실연극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학년별로 어떤 위계로 이뤄져야 하고 각학년별로 어떤 장르나 갈래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 없이 그저 발표하고 그날 먹고 노는 것을 예술제라고 하면 이건 아니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당시 사람들은 귀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당장 닥친 일을 치루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당장 오늘 우리 학교는 예술제를 코로나 이후 4년만에 대면으로 치러진다. 예전 틀로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 기존 틀에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한꺼번에 끼워 넣으려니 공연 시간만 3시간이 넘는다. 과도기라 아직 우리도 이번 평가때부터 예술제 대한 새로운 개념과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 지점에 정작 교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올해가 그 처음이었다.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 학교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쉽지 않다. 기존의 것을 바꾸고 새롭게 간다는 건. 하지만 우리 거산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오늘 첫 수업은 <목기린씨, 타세요!>로 온작품읽기 수업을 했다. 새롭게 등장한 꾸리가 목기린씨에게 새롭게 디자인된 버스를 상상하여 제시를 한다. 그것에 대한 기대를 품는 장면까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꾸리처럼 아니 꾸리보다 나은 버스를 생각해 보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목기린씨를 배려하는 버스디자인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수업은 오늘 거산예술제 무대에 올리는 작품 두 가지를 연습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낭독극 하나와 합창.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라 잔소리는 이어졌지만, 꽤 잘 해내었다.


오늘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이어지는 공연이 무사히 치러지길 그저 바랄 뿐이다. 오늘은 다음주 월요일 군대에 가는 우리 아들이 입대를 앞두고 오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밤 늦게 들어간다고 밤 10시 넘어 서울서 출발한다고 한다. 퇴근하다 마중을 나가야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심했는데, 막상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하니 마음이 짠하다. 부모 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예술제 하는 날, 아들이 입대 전 집으로 오는 날, 지금 날은 꾸리꾸리 흐리고 비까지 추적 추적 내린다. 밤되면 눈이 내릴 수도 있다는데... 하여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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