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9
어제는 학교를 오지 못했다. 하나 밖에 없는 27살 먹은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하루 오지 못했더니 이런 저런 일이 아이들 사이에 벌어졌더랬다. 욕을 했다는 아이, 다투었다는 아이, 장난을 치다 살짝 다녔다는 아이...내가 없는 사이에 특히 남자아이들에게서 사건 사고가 좀 있었다. 역시나 남자 아이들 세계는 확실히 다른 곳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아침에 내 놓은 아이들 글을 보니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뭔가 헛헛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그나마 달랠 수 있어 좋았다.
지난 주 예술제에 어제 입대 환송(?)으로 정신없이 보냈더니 오늘 일정들과 살펴볼 일들이 어긋나 있었다. 나도 이제 늙나 보다. 오늘 다음주에 있을 생태놀이수업 관련 사전협의가 있는데 미리 예고도 하지 못했다. 서둘러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리고 있는데 연극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맞다! 오늘 1-2교시가 연극이었는데... 서둘러 아이들에게 준비를 하게 하고 어찌어찌 첫 시간을 시작했다. 오늘 연극 수업은 동작과 정지를 반복하며 술래를 지적하고 찾아내는 색다른 얼름놀이였다.
아이들은 이런 공부를 통해 자신의 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알게 되고 주저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라게 된다. 어제 제천간디학교 교장으로 계신 이병곤선생님의 칼럼을 우연히 읽었다. 제목은 '학생 행위주체성 논의에서 빠진 두 가지 요소' . 행위주체성(agency) 개념은 OECD가 내 놓은 용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행위주체성이란, 세계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 사건, 환경이 나아질 수 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효율성과 경쟁, 산업과 경제 발전을 앞세우던 OECD가 내놓았다기에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인데, 그만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그만큼 기후변화와 전쟁 등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당장 교육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너무도 걱정스러운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개념을 우리나라가 외면할 리가 없다. 행위주체성이 없는 국내 교육학계와 정부가 배끼기라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개념을 우리 교육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화려한 논조와 주장만 있지 실속은 없다는 게 이병곤교장의 생각이다. 행위주체성을 기를 시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행위주체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또래, 교사, 지역공동체, 보호자와 관계 맺음에 대한 방안은 쏙 빠져 있다는 거다. 그야말로 배껴 쓰는 말잔치들.
거산교육과정은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진정 세계 시민으로 요구되는 행위주체성을 키우기 위해서 바탕이 되는 지식학습에 대한 탄탄한 변화를 일으키려 하고 있고 그들이 말하기도 전에 우리는 행위주체성을 키우기 위한 시관과 관계망을 넓혀 왔다. 부침이 있고 부족함도 있었고 잘못된 길을 걷기도 했지만, 이제 건강한 세계 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새로운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이제 차곡차곡 내실을 쌓고 지속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고 그에 맞는 교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후 시간도 자연스럽게 변경이 필요했다. 어제 학습한 아이들 학습내용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말이다. 오늘 세 명의 아이가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오지 못해 속도를 늦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어제 내가 없을 때 학습한 내용을 거두어 살펴보았다. 제법 잘 해주었다. 국어도 수학도 모두 잘 해주었다. 수학은 역시 실수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실수가 가만히 보면 실수가 아닌 경우가 있다. 나쁜 습관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세세히 살펴주지 않으면 배움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
지금쯤이면 우리 아들은 입대 이틀째를 보내고 있겠다. 점심을 먹고 개인정비나 다른 기초훈련을 받을 것이다. 그나마 날이 따듯한데, 본격적으로 2주 뒤부터는 추워지지 싶다. 다 큰 아들 걱정을 왜 하나 싶었는데, 이래서 그런가 보다. 부산어머님 마음도 이랬을 것이다. 잘 해드리지 못하는 게 참 죄송하다. 아들을 걱정하며 내가 참 못나고 못됐다는 생각을 해 보는 날인 듯. 오늘은 여기까지.
======
날짜: 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날씨: 눈이 올 줄 알았는데 안 내린다. 눈 범벅이 되는 건 싫은데...
제목: 일기 쓰기 싫은 날
나는 일기 쓰기 싫은 날이 가끔 있다. 나도 일기 쓰고 싶은데 내 손과 몸이 쓰기 싫은 가 보다. 어떨 때는...
"일기 써야지~ 조금만 더 놀자, 아니! 일기! 놀자! 일기! 놀자! 윽! 해롱해롱 해!"
나는 더 놀고 싶은데 왜 이러지? 이건 또 무슨 현상이 있는가 보다. 일놀현상? 아니... 음... 도**! 정신 차려! 과학자들이 와서 이 문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거산초 1학년 도**)
날짜:2023년 11월 20일 일요일
날씨: 딱 내 스타일이다.
제목: 도사 선생님
오늘 담임쌤이 아들 군대 보로 가야 해서 임시 선생님이 오셨다. 이름은 000선생님이다. 아, 직장은 아산교육지원청이셨다. 단발머린데 끝에가 아주 반듯했다. **샘(도우미교사- 충남에서는 온채움교사)이 조금 도와주셨다. 근데 시간표에 '도사샘이 없어요, 울지 마세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 부분이 웃겼지만 도사샘이 없으니 심심했다. 수업이 지루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평소보다 이상했다. (거산초 1학년 엄**)
날짜: 2023년 11월 20일 일요일
날씨: 남극 같이 춥다.
제목: 도사샘이 없어요~ 울지 마세요~
오늘 박진환쌤이 안 오셨다. 조금 슬펐다. 그래서 박진환쌤이 시간표에 오늘 '도사샘이 없어요~ 울지 마세요~'라고 써놨다. 난 처음엔 박진환쌤이 출장을 가서 없다고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루종일 박진환쌤이 없는 거였다. 그래서 조그 금 슬펐다. 내일은 박진환쌤 말을 잘 들어야겠다.(거산초 1학년 이**)
날짜: 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날씨: 어제보다 덜 추웠다.
제목: 석류
오랜만에 엄마가 석규를 사와서 먹다. 석류가 너무 반가워서 입에 조금 많이 넣었다. 석류는 내 입 안 속을 구경하다가 내가 꿀꺽 삼켜서 뱃속도 구경 시켜주었다. 석류씨는 입 속만 구경하고 로켓 발사로 뱉었다. 우리 오빠는 석류씨까지 씹어서 먹는다. 만약에 오빠가 지금 석류를 먹었다면 석류씨는 내일쯤 오빠 똥꼬를 구경했을 거다.(거산초 1학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