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2.)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8
"선생님, 산으로 가면 안 돼요?"
몇몇 아이들이 외치자, 다른 아이들도 소리친다. 어제부터 그랬다. 한창 공사중이라 한동안 학교 뒤편 낮은 산 산책로로 급식실을 갔었다. 아이들은 도로가로 가는 재미없는 짧은 길보다 길지만 산으로 가면서 즐기며 걷길 바랐다. 빠르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것만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길어도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것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을까?
물론 이 아이들의 경험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중등과정만 가도 경쟁으로 들어가야 하고 더불어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초등학교 때라도 이런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일까? 지속 가능한 행복한 경험은 이 나라에서는 과연 불가능할까? 음....그렇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말이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무한경쟁 시스템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경험과 과정이 중요한 건,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울과 좌절, 패배와 실패의 경험으로 방향을 잃을 삶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라도 따듯했던 유년의 경험이 새로운 길을 찾는데 작은 힘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소리쳤다.
"선생님, 우리 오늘도 산으로 가면 안 돼요?"
"그럴까?"
불확실한 믿음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 보려 난 아이들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오늘은 <목기린씨, 타세요!>로 어휘 공부와 대화글에 대한 공부를 해 보았다. 다음으로는 79일만에 심은 무를 뽑아 수확의 기쁨을 누려 보는 경험도 해 보았다. 무성한 무청에 비해 뿌리가 짧은 무였지만, 뽑아 올리는 기쁨은 더할 나위 없었다. 교실로 돌아와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 소감을 적어 보았다. 그리고 각자 소감을 나눠 보았다. 좁쌀만 했던 무씨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내일 깍두기를 담을 생각에 기대가 크다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끝으로 여러가지 모양의 도형으로 자유롭게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으로 수학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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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날씨: 따듯했다. 겨울인데 봄 같았다.
제목: 까치밥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창문 밖을 보며
"시은아, 밖에 까치들이 감 쪼아 먹고 있따."
라고 말했다. 창문 밖을 보니 진짜 까치들이 감을 콕콕 쪼아먹고 있었다. 엄마가 겨울에 새가 먹을 게 없어서 새를 먹으라고 감나무에 있는 감을 몇 개 남겨 놓고 딴다고 했다. 감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침을 흘릴 뻔 했는데 까치한테 양보해야겠다.(거산초 1학년 **은)
날짜: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날씨: 오늘은 해가 떠서 겨울인데도 안 추웠다.
제목: 이~0~0석의 편지!
저녁에 아침에 받은 이00 편지를 봤다. 근데 종이 모양이 신기했다. 근데 종이모양이 계단모양처럼 생겨 신기했다. '내 친구 편지니까 잘 아껴야지.' 그 다음엔 내가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형석을 먼저 초대한다고도 썼다. 난 이00이랑 엄청 친해지고 싶다.(거산초 1학년 고**)
날짜: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날씨: 너무 추웠다. 핫팩 필요해!
제목: 용암!
오늘 창의과학(방과후) 때 용암을 폭발시켰다. 음... 쉽게 말하자면, 일단 용암산 틀을 받고 또 하얀색 가루를 넣고.... 톡톡 터지는 가루를 넣고 빨간 색소를 넣고 주사기에 물을 넣고 부으면... "펑!"
진짜 화산같이 흘러내렸다. 나는 피인줄 알았다. 왜냐하면 너무 빨겠기 때문이다. 그 빨강물이 옷에 묻어서 옷을 버렸다. 00이는 고인 피색 같았다. 너무 빨가면 무섭다. 집에 가서 또 용암 놀이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엄마를 "펑어어엉!" 놀래켜 주고 싶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도 포함!(거산초 1학년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