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3.)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7
늘 힘들지만, 오늘은 좀 더 힘들었다. 저녁에 독서지원단 마지막 회의까지 참석하면 그야말로 녹초가 될 듯하다. 오늘은 우리 학교 전체가 김장을 담는 날. 오후에는 나눔장터까지 이어져 바삐 움직여야 하는 날이었다. 물론 아이들은 바쁘지 않지만, 언제나 준비와 도움을 줘야하는 교사는 바쁠 수 밖에 없다. 집에서 썰어 온 무. 깍두기를 담기 위해 아이들은 어제 캔 무를 집에 가져가서 어머님들의 도움을 받아 써는 과정을 지켜 보았고 무겁지만 오늘 밀폐용기에 담아 교실로 가져왔다.
그것을 다시 급식실로 가져가 영영사선생님과 교무선생님의 도움으로 양념 거리를 제공받았다. 찹쌀죽에 과일과 양파를 함께 간 즙에 대파, 멸치액젓, 새우젓, 고추가루를 넣어 깍두기를 넣어 양념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며 즐겼다. 마침내 집에서 썰어 온 깍두기를 양념에 쏟아넣고 묻히는 과정. 아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어 반반 나눠 묻히게 했다. 그렇게 큰 대야 두 개를 담고서야 집에 각자 가져갈 양이 채워졌다.
나중에 시간이 남을 때는 중고학년에서 담는 배추 남는 것을 아이들마다 가져가서 배추에 양념을 채워 담는 체험도 같이 해 보았다. 이 과정을 모두 경험한 아이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뿌듯 , 그 자체. 평소에는 맛조차 보기 싫어하던 아이들이 양념 맛을 보겠다고 달려들고 깍두기 맛도 보겠다고 달려들고. 지난 9월이후에 80일만에 우리 반 아이들은 심고 가꾸고 관찰하고 거두고 음식을 만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물의 한 살이와 사람들이 계절 살이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오후시간에는 나눔장터를 열었다. 큰 시간과 노력없이 각자 집에서 나누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오고 각자 또 알아서 좌판을 열어 파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역시나 우리 학교 아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상황에 맞게 대처하며 주어진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팝콘도 팔고 솜사탕도 팔고 쿠키도 팔면서 저마다 자기가 가져온 물건에 가격을 매겨 팔고 사는 모든 활동을 즐겼다. 학교 공사로 모든 조건이 열악했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아이들은 모든 환경과 상황에 잘 대처해 주었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님 연일 피곤한 나날들을 보내서 그런건지...어쨌거나 오늘 야근도 무사히 마치고 내일도 넘겨 무사히 주말을 푹 쉬어 힘을 좀 내야겠다. 그러나 저러나 훈련소에 들어간 아들도 피곤한 한 주를 보냈을 텐데... 오늘도 빛나는 아이들 글로 마무리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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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날씨: 추웠다, 더웠다, 추웠다
제목: 다섯 개의 별
일기를 쓰면 선생님이 별을 준다. 별을 안 줄 때도 있다. 별 다섯개 받을 때가 기분이 제일 좋다. 선생님이 칭찬해 줄 때는 뿌듯하다. 그리고 일기를 더 잘 쓰고 싶다. 이번 일기에는 별 다섯 개, 네 개, 세 개가 있었다. 별이 왜 다른지 알 것 같다. 감정이 많이 들어 갈수록 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오늘도 일기를 잘 쓰고 싶은데 너~무 너~무 어렵다. (거산초 1학년 **훈)
날짜: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날씨: 추울 줄 알았다. 그런데 춥기는 커녕 맑음이었다.
제목: 호떡의 치료
오늘 컨디션이 안 좋고 아~주 조금 열이 났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아팠다. 엄마가 말을 걸었다.
"윤우야, 무 같이 썰래?"
"아니..."
영어를 갔다 왔는데 엄마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초당 옥수수 호떡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달려와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벌써 다 나았다. 꿈인 줄 알고 볼을 꼬집었는데 아팠다. 이건 100% 마법이다. (거산초 1학년 도**)
날짜: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날씨: 춥고 또 추웠다.
제목: 무서운 선생님
오늘 79일동안 우리가 키운 무를 뽑았다. 그동안 물 주고 가꿔주고 아껴주는 무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고 평범한 씨앗이었는데 뽑고 나니 아주 큰 무로 변신했다. 무가 올라오는데 힘들까봐 다행이다. 그런데 뽑히자마자 선생님이 싹둑싹둑 무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렸다. 약간 불쌍했다. 내일 뽑은 무로 김장을 한다. 나는 잘할 거라고 믿는다.(거산초 1학년 김**)
날짜: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날씨: 오늘 그렇게 춥지 않았다.
제목: 텃밭은 좋아
오늘 무를 뽑았다. 이상하게 생긴 무도 있고 긴 무도 있었다. 나는 텃밭이 좋다. 곤충도 있고 도마뱀이나 뱀 같은 게 여러가지 있어서 좋다. 그리고 나는 식물까지 좋다. 곤충 중에서 사마귀가 좋다. 식물은 아무거나 좋다. 그리고 동물 중에는 도마뱀이 좋다. 나는 우리 텃밭이 좋다.(거산초 1학년 *주*)
날짜: 2023년 11월 22일
날씨:오늘 서리가 왔는데 눈 같았다.
제목: 무썰기
저녁밥을 먹고 나서 엄마가 무 써는 걸 봤다. 엄마는 내 옆에서 무를 자르게 계셨다. 엄마는 무를 4등분하고 잘게 썰었다. 근데 엄마가 무를 써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그리고 내가 엄마에게
"엄마, 제가 도와드릴 게요."
그러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다. 내가 채반을 좀 들었다. 무를 먹었는데 조금 매웠다. 근데 엄마를 도와주는 건 재미있다.(거산초 1학년 고**)
날짜: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날씨: 겨울인데 더웠다. 봄 같았다.
제목: 애기 밤나무
차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작년에 썩은 밤을 마당 뒤에 버렸더니 밤나무가 자랐어."
라고 말했따.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엄마한테
"밖에 같이 나가서 보여 줘."
라고 말했다. 마당 뒤에 나가보니 진짜 밤나무가 세 개나 자라 있었다. 큰 밤나무는 아니고 조그마한 애기 밤나무였지만 던졌던 밤이 나무로 자라니 신기했다.(거산초 1학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