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 예견하지 못한 세상

(2023.11.24.)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7

by 박진환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펼치지 못하는 건 분별없는 민원때문이에요. 결국 피해는 모든 국민한테 가는 건데..."


며칠 전 만난 행정직원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학교도 1차선 국도에서 대규모 공사를 하다보니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원칙이야 맞는 말이지만, 학교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민원으로 직원들도 학생들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어디 행정직원들 뿐이겠나. 교사도 관리직도 다르지 않다. 하다못해 간단한 설문에서조차 배설하듯 쏟아내는 무의미하고도 실정도 모르는 이들이 비난성 답변으로 상처만 입고 학생과 학교에 대한 애정철회를 선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얼마전 인근에 있는 시의 모 학교에서 방학을 불과 한 달 앞두고 학생들의 학폭과 민원으로 휴직계를 내는 교사도 있었다. 더 이상 교사들도 참지 않고 있느 것이다. 그렇다. 결국 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간다. 한 달 앞두고 그것도 졸업을 앞 둔 아이들의 담임이 그만 두겠다는 건 아이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겠나 말이다.


선생님~ 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아침이네요^^ 안녕히 잘 주무셨나요??^^ 어제 많이 피곤하다고 하셨던게 기억나서 톡 드려 봅니다. 문자 하나로 피곤이 어찌가시겠나 싶지만~~ 그래도 멀리서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에너지 충만한 하루 보내셔요!!!! 감사합니다. 충성!! (우리반 한 어머님의 오늘 아침 카톡 문자)


그럼에도 이렇게 응원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가는 동반자가 그나마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 조만간 읽을 책 중 <유럽을 성찰하다>라는 다니엘 코엔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1964년 밥 딜런은 '시대가 변했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시대는 변했다.' 하지만 시대는 예상했던 방향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첫 발령을 받고 교단에 들어선지도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시대는 변했다. 정말 변했다. 그러나 진정 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다. 교사들이 학교와 아이들에게 애정을 철회하는 모습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방향도 물론 아니다. 앞으로 4-5년 뒤에 나는 학교를 떠날 예정이다. 무척이나 절망적인 시대변화 앞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시절, 오늘 아침에 한 보호자로부터 날아온 문자가 그나마 부여잡을 지푸라기라도 될 수 있을까? 덕분에 힘이 난 것은 분명하니,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기는 하다. 그렇게라도 믿고 살지 않으면 남은 4-5년을 버티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온작품읽기 수업인 <목기린씨, 타세요!>를 모두 읽고 자신들이 기대하고 구상한 버스를 그려보고 실제로 책의 내용과 견주어 새롭게 완성해 보며 이런 버스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깨닫는 수업으로 이어갔다.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 배려와 각기 다른 차이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누어져야 한다. 머리로 알던 것이 직접 내 문제로 떨어졌을 때,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자신이 선택하고 판단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목기린씨가 탈 그림을 다 그리고 책을 다 읽으니 끝날 줄 알고는 다음주 시간표를 나눠주니 왜 또 하냔다. 더 이야기 하고 나눌 것이 있다는 걸 아직은 우리 아이들은 알지 못했다. 다음주에 그 이유를 확인하고 마무리 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그러면 좀 다른 말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아들이 군대간지도 일주일이 다 돼 간다. 아마도 훈련 기간 내내 아들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주말에는 짧게라도 통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세상이 달라지긴 했다. 이것은 예상했던 바였다. 이런 구석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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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날씨: 잘 모르겠다.

제목: 김치 담기


난 오늘 김치를 담갔다. 원래 김치를 통에 담았을 때는 빨겠는데 집에 가져 오니까 조금 하옜다. 그런데 김치가 짰다. 아빠가 김치는 처음 했을 때 제일 짜다고 했다. 진짜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김치 중에서 제일 맛있따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거산초 1학년 박**)


날짜: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날씨: 따뜻했다가 추웠다.

제목: 나눔장터


엄마 차 타고 학교에 갔는데 나만 카트를 갔고 왔다. 나눔장터에 팔 물건이 얼마나 많았으면 나만 카트를 갖고 왔다. 나는 '내가 나눔장터에 팔 물건이 많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친구들이 "너 왜 카트를 끌고 왔어?"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대답 안 했다. 무도 무겁고 물건도 무거워서 카트를 끌고 온 건데 그냥 대답 안 했다.(거산초 1학년 한**)


날짜: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날씨: 땅은 칙칙 바람은 솔솔

제목: 알뜰 시장

오늘은 알뜰시장이라는 '놀이?'라고 해야 되나? 어쨌든 알뜰시장을 열어서 돈 벌고 돈 벌은 걸로 피제스피터도 샀다. 그리고 알뜰은 어디서 했냐고? 바로 밥 먹는데 위에서 했다.

"으~ 좀 부끄러워 인형이랑, 전등 사세요!"

난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를 것만 같았다. 난 세상에서 알뜰시장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거산초 1학년 이**)


날짜: 2023년 11월 23일

날씨: 오늘은 맑아도 얼어 붙을 거 같다.

제목: 사고 팔고


점심에 알뜰장터에 가서 물건을 사고 팔고 했다. 장난감을 너무 많이 샀는지 엄청 무거웠다. 조금 들었다. 그래도 팔이 빠질 만큼 무거웠다. 근데 판 거는 3개였다. 어떻게 팔았냐면 돗자리를 펴고 가방에 있는 걸 모두 안에서 꺼내고 했다. 근데 집에 와서 학교에서 가져간 물건은 안 팔고 계속 사기만 해서 엄마에게 혼났다. 그래서 엄청 힘든 하루였다.(거산초 1학년 고**)


날짜: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날씨: 낮에는 맑음인데, 밤에는 엄청 바람이 세고 겨울에 야외 냉탕에 들어갔던 것 같다.

제목: 미용실에 간 달걀들


오늘 저녁으로 반찬에 동그랗고 반짝거리는 달걀이 있었다. 달걀을 한참동안 빤히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달걀은 꼭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빡빡 민 것 같아. 다른 과일(채소)들은 다 꼭지가 있는데....?' 만약 선생님이 달걀에 이름을 지으라고 하시면 나는 '빡빡이'로 정할 거다.(거산초 1학년 도**)


날짜: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날씨: 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해서 추웠다.

제목: 재미있는 하루


오늘 1교시에 김치를 담갔다. 처음에는 너무 심심해서 방심했는데 나중에는 엄청 바빠졌다. 깍두기만 담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배추김치도 담그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김치도 담갔다. 그리고 남은 양념을 먹어 보았다. 맛은 맵고 짜고 달았다. 우리(쌍둥이)는 통이 엄청 커서 많이 무거웠다. 그리고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밥이랑 수육이랑 무국, 두부, 배추와 우리가 담근 배추였다. 맛이 있었다. 밥을 다 먹고 알뜰장터도 했다. 내가 팔 물건은 꽃순이 가방, 보들이 가방, 나로호, 커불체어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수*랑 시*이도 같이 팔기로 했따. 가게 이름은 곰돌이네라고 지었다. 드디어 첫 손님이다! 바로 조**선생님이다. 조샘(조**샘을 짧게 부르는 말)은 꽃순이 가방을 샀다. 기념 사진도 찍었다. 두번째 손님은 우리 반 담임인 박샘(박진환선생님을 짧게 부르는 말)이었다. 박진환선생님이 나로호를 보고 "와 멋진데. 어? 1000원이라고?" 하면서 샀다. 그리고 정후가 커불체어 그리고 시*이는 복실이 가방을 샀다. 반지도 그냥 효*이한테 팔았다. 그리고 남는 반지는 언니들에게 공짜로 팔았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거산초 1학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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