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7.)_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3
오늘 같은 날이 한 번은 오지 않을까. 아직 오지 않아 올해는 넘어가나 싶었다. 올해 맡은 아이들이 웬만한 2-3학년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줘 어떤 점은 걱정이 되고 어떤 점은 대견하고 믿을만 해서 맡기곤 했는데, 오늘 같이 내가 믿고 방심한 날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사건인 즉슨, 오늘 점심 먹으려 서둘러 나가려 하는데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좀 느리게 나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막 열 두 명을 세고 출발했는데, 교문쯤 가자 세 명 정도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들어가도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산쪽으로 간 게 아니냔다.
이상하다 싶어 나머지 아이들을 6학년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맡기고 나는 산으로 쫒아 올라갔다. 이미 녀석들은 총알같이 뛰어 내려 간듯, 6학년선생님이 이미 이쪽에 있다는 전화를 주셨다.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늘 주도를 하는 한 녀석이 자기 맘대로 판단하고 사람들이 가는 쪽이 아닌 다른 쪽을 선택한 모양. 곧잘 자기 맘대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버릇이 있는 아이여서 혼을 좀 냈다. 혼 날 줄 알고 지레 겁 먹고 있던 두 녀석은 꾸중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잔소리를 한참 하고서 뒤늦은 점심을 먹게 했다. 안 그래도 한 아이를 따로 데리러 오겠다는 보호자 분 때문에 이래저래 점심시간은 뜻하지 않은 땀을 흘려야 했다.
아이들의 돌출행동에 식겁했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아이들 탓만 할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뒤 따라 오겠거니 평소대로 하겠지 싶었던 방심이 이런 결과를 나오게 한 것. 어제 신문에서 한 칼럼의 제목은 '익숙한 게 항상 옳은 게 아니다'였다. 마땅히 당연히 으레 할 거라 믿고 방심하는 순간 얘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 오늘 다시금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일부러 크게 혼을 내고 꾸중을 했지만, 나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나도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다. 너희들을 끝까지 보지 않고 움직인 내 책임도 있다고.
오늘은 수업이야기 보다 들어온 아이들 글을 모두 싣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여기까지.
====
날짜: 2023년 11월 24일 금요일
날씨: 나뭇잎들이 술래잡기 한 날
제목: 나뭇잎의 술래잡기
학교에서 급식실 가는 길에 모래 바람이 불었다. 황토색으로 아주 찐하게 보였다. 그래서 사막에 온 것 같았다. 나뭇잎들은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바람은 심판이다. 바람이 움직이라고 하면 나뭇잎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바람이 멈추라고 하면 나뭇잎들이 멈춘다. 마지막에 바람이 멈추라고 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나도 나뭇잎들 놀이에 끼고 싶다.(거산초 1학년 황**)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밖에 구름이 있었는데 비는 안 왔다.
제목: 우는 창문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창문을 보니 창문 안쪽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꼭 창문이 우는 거 같았다. 이 이야기를 아빠한테 말해주고 싶어서 말해줬더니 "그래?" 라고만 말하고 별 반응이 없었따. 엄마한테 말할 걸 그랬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반응이 있을 거 같아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못 말해줬다. 아쉽다.(거산초 1학년 한**)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귀만 살짝 시렸다.
제목: 초코 아이스크림
나는 오늘 초코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그 말은 흙으로 만들었다는 소리다. 만들기는 아~~~주 쉽다. 흙은 논에서 *빈이와 지*이라는 8호집 남자 동생이 퍼 왔꼬 물은 내가 가져왔다. 열*이는 우리가 가져온 걸 섞었다. 흙을 많이 넣고 물은 조금 넣었다. 지금은 말리고 있다. 나는 말린 다음 물을 넣고 완성하는 것 같았다. 그냥 만드는 게 재밌어서 했다. (거산초 1학년 **람)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차가운 바람이 조용~하게 다가와 나를 덥친다. 바람이 너무 무겁다.
제목: 낙엽들의 술래잡기
바람이 세면 낙엽들이 술래잡기를 한다. 낙엽이 다리도 없는데 어떻게 술래잡기를 하냐고요? 낙엽들에게 다리가 없다고요? 당연히 있죠! 바로 바람다리요! 낙엽들이 신~~ 나게 술래잡기를 한다. "얘들아, 나도 놀이에 끼워줘!"(거산초 1학년 도**)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엄마가 춥다고 해서 두껍게 입고 나갔는데 추웠다.
제목: 야, 박**! 힘들잖아!
나는 쌍둥이다. 놀기여왕 놀기 위해 태어난 예*이와 쌍둥이다. 그래서 힘들다. 왜냐하면 예*이가 주중(월화수목금을 주려서 부르는 말, 아빠가 가르쳐 준 거임) 때는 밤에 놀자고 하고 주말에는 내가 아침에 깨어나자 예*람이가 손에 피규워나 인형을 들고 내 앞에 쪼르르르 달려와가지고는 이렇게 한다. 피규워를 가지고 왔을 때는 "*빈아! 피규어 놀이 하자~"라고 말하고 인형을 가지고 왔을 때는 "*빈아~ 인형 놀이 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놀기 여왕 박예*이랑 정반대다. 나는 일어나서 책만 보는 책벌레 박*빈"이다. 사람들은 우리둘이를 보고 "야~ 집에서 놀 친구 있어서 좋~겠다."라고 한다. 우리는 ㄱ 말을 듣고 웃기만 한다. '야, 놀기 여왕 박예*! 나 힘들잖아!'(거산초 1학년 박**)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많이 안 춥다.
제목: 짜장라면
오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짜장라면을 해 먹었따. 또 참치 주먹밥을 해 먹었다. 짜장라면이랑 참치주먹밥이 맛있었다. 그리고 짜장라면에다 오이를 얇게 썰어 짜장라면에다 넣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어 먹었다. 매콤하고 시원해 맛잇었다. 다 먹고 '코코 뿌요'라는 음료수를 마셨다. 젤리가 있어 더 맛있었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거산초 1학년 이**)
날짜: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날씨: 오늘 귀가 꽁꽁 얼 것 같았다.
제목: 호랑이 아빠
아빠는 무섭다. 왜냐하면 뭐 조금 말 안 들으면 호랑이 같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우리 반 엄**보다 천배는 잔소리를 하는 것 같다. 호랑이가 입을 쩌어어억 벌리고 "어흥!"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빠가 좋을 때도 있다. 아빠 소원은 내가 말 듣는 거다. 그래도 난 아빠가 좋다. (거산초 1학년 김**)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오늘은 해가 떴는데 금방 흐려져서 변덕이 일어난 거 같았다.
제목: 알까기 ㅠㅠ
오늘 밤에 알까기를 했다. 아빠가 계속 이겼다. 엄청 짜증나고 화난다. 그걸 참고 알까기를 했다. 계속 져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근데 더 하고 싶었다. 했는데 내가 이겼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 엄청 많이 아빠가 이겨서 기분이 상했다. 오늘은 아빠 때무에 안 좋은 날이다.(거산초 1학년 고**)
날짜: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날씨: 오늘은 춥지 않았다.
제목: 엄마가 싫은 날
오늘 엄마가
"이거 먼저 해라, 저거 먼저 해라."
라고 해서 완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세상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는 것 같다.
"아! 엄마 좀! 그만 해!"
난 세상에서 엄마가 좀 그런 것 같다. '으, 이제 놀래.' 난 엄마에 잔소리가 끝난 뒤 놀았다. 엄마가 이렇게 되서 싫은 거다.(거산초 1학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