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30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그 말은 이제 올해도 한 달밖에 안 남았다는 뜻. 해마다 11월에 1학년 아이들과 지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학교와 교실, 담임에게 익숙해지고 친구 관계들도 편안해지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한다. 그래서 11월 생활지도가 어렵다. 이번에는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아님 학생 수가 적어서였을가? 적어도 나하고 지낼 때는 큰 문제없이 그저그런 잔소리로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11월 말이 돼 갈수록 돌봄시간에 전해오는 아이들 모습은 사뭇 달랐다. 특히 남학생들. 다툼과 장난이 늘어나는 아이들 이야기로 돌봄교사의 우려가 전해져 왔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 출장 이후에 들려오는 아이들 소식을 전해 주신 분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남은 한 달 거칠어진 아이들 관계를 다듬어 주는 일이 이제 내게 남겨진 마지막 일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역시 책읽기로 시작했다. 이제 아이들은 이런 루틴에 익숙해졌다. 간혹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킥킥 웃는 소리도 들리고 그만 읽고 수첩에 기록을 하라고 해도 몰입해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보인다. 도서관이 빨리 만들어져 책을 읽는 문화를 좀 더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다음 수업을 넘어가려는데, 2학년 선생님의 연락. 빨리 공연 보러 가잖다. 아, 차. 맞아 오늘 악기공연이 있었지. 요즘 자꾸 일정 체크를 하는 부분을 자꾸 놓친다. 이 작은 학교에서 워낙 다양한 일정들이 빡빡하게 움직이는데, 하반기에 나 또한 다양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집중력을 잃고 있는 듯했다. 수학을 해야 하는 시간에 공연을 보러 간다니 아이들은 그야말로 환호. 아직 인테리어 작업이 들어가지 않은 음악실에서 옹기종이 앉아 전교생이 공연을 보는 풍경이란.
즐겁고 재미났다는 공연을 뒤로 하고 교실로 들어와 잠깐 쉬는 시간을 보내고는 곧장 수학시간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여러 가지 모양 단원을 마무리 하는 시간. 메모리 게임식의 모양 짝 맞추기 놀이에서 아이들은 별 것이 아닌데도 꽤나 이 시간을 즐겼다. 이기려고 하는 것,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이 시기 아이들의 특권(?)이라고 한 걸까? 나도 예전에 이랬을까? 13명 밖에 안되는 이번에 만난 아이들은 유독 승부에 집착(?)을 보인다. 긍정적인 면도 보이지만, 때로는 지나치는 면도 보여 이를 달래고 중재하는데 살짝 피곤할 때가 있다. 다음으로는 세 가지 모양을 앞 친구의 등에 손가락으로 그려주는 놀이. 그래서 앞으로 이어져 모양을 맞히는 놀이. 하하 얼마나 이 과정이 웃기던지. 설마 틀리겠나 싶었는데, 아이들 숫자가 많아질수록 동그라미가 네모가 되고 세모가 동그라미가 돼 어이없는 답을 맞히는 결과가 너무도 재밌었다. 수학익힘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어른도 힘든 게 감정조절이다. 내일은 12월 첫 날. 우리 모두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자 하고 싶다. 웬만해서는 아이들에게 양보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더욱이 배려도. 서로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의논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은 집단상담 마지막 시간도 있다. 어쨌든 해 봐야지 뭐. 결국에는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냐 말이다. 하여간.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