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1)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29
3월 첫날에 아이들을 만났는데, 어느덧 12월 첫날을 맞았다. 그 시절 날씨는 차가웠는데, 오늘 날씨는 시리고 쌀쌀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실바닥이 따듯한 교실에서 덥단다. 뭘 해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알아서 착착한다. 내 앞과 내 뒤에서 달라지는 아이들. 마치 집과 학교가 다르듯 행동하는 아이들. 그 중에서 남자녀석들. 오늘 상담 결과에서 맹렬한 공격성들이 보인다고 한다. 딱히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싶다. 학교 공사가 예정된 일정을 한 달 넘기도 내년 3월에도 입주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겨울철 들어서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그나마 있던 놀이터와 텃밭도 가지 않고 이제는 사마귀도 없는 철이 되어 찾지도 않자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엉켜가고 있다. 장난이 싸움이 되고 다툼이 싸움이 된다. 공간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그럼에도 상담과정이 있어 아이들 상황을 잠시 진정 시키고 나도 변화를 감지하면서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 다행이었다고 다행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무사하다. 괜찮다. 건강한 가정이 있고 본디 밝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도 성장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두 시간의 집단상담과 중간놀이시간에 상담결과를 받은 뒤 돌아온 3-4교시는 저번시간에 하지 못한 움직이는 병풍화첩을 마저 만들게 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이 나오고 결과를 묶어내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서로 돕는 모습이 보인다. 으레 수업시간 우리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랬다. 때때로 엉크러지고 비딱해지고 비틀어져도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제자리로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아이들이라 믿는다. 믿음이 없다면 가르침도 없고 배움도 없다. 아이들이 나를 믿어주듯이, 힘들어도 나는 아이들을 믿고 가야 한다. 오늘은 그 지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선생님!"
"왜?"
"선생님은 왜 효*이만 좋아해요."
"선생님이 효*이 좋아하면 안 돼?"
"좋아하면 둘이 결혼해야 하는데요?"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나? 그리고 효*이랑 샘이 결혼하기엔 너무 나이 차이가 많아."
"그런데 왜 효*이만 점심시간 줄 설 때 맨 앞에 서요."
"효*이가 자꾸 샘한테 먼저 오는 건데?"
"그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게 좋아하는 거일 수도 있지."
오늘 나눈 우리반 1학년 남자아이와 나눈 대화. 이러니 무사하고 괜찮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