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거운 날, 가벼워진 까닭

(2023.12.4.)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26

by 박진환

박진환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00엄마 ***입니다! 오늘 생신이지용? 하하~

56번째 생신 축하드려요. 축하합니다~~ *2 선생님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선생님께 편지는 처음인가 봅니다. 마음은 늘 결에 있었는데요^^;;


여름 방학 때 00이 편지 보내면서 저도 쓰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네용.

00이가 학교 생활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학창 시절을

되뇌이곤 했답니다.


근데... 00이가 학생인 건데 왜 선생님이 저의 선생님이신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요?

하하~ 아마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믿고 의지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옆에서 선생님 뵐 때 '진짜 어른이시구나' 하고 느꼈어요.

큰 산, 넓은 바다 같은 선생님이 계신 건 아이들에게 축복입니다~


두꺼웠던 달력이 어느덧 바람에도 팔락거리는 달력으로 변했네요. 같은 교실에서 얼굴 뵐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거겠지요.

아쉽고, 또 아쉽고, 아쉽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얼굴 뵐 수 있으니까요.

조금 멀리에서도~ 늘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일 좀 줄이시고^^ 건강에도 신경 더 쓰시고 ----" ^^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가정 모두 평안하시길 바랄 게요.

특히 아드님도~ 군생활 잘 마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 (__) (- -) 꾸벅...


P.S 한 해도~ 마무리 잘 하셔요. 새해 인사는 조금 이른 듯하여 나중에 또 올리겠습니다. 충성!!!


마음을 꾹 *2 눌러 담아 ** 올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눈치 챈 아이들과 보호자 몇 분이 정성을 담아 아침부터 편지와 사탕을 넘겨주었다. 지난 한 주 너무 고단한 시간을 보내 월요일 야침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는데, 아이들 편지와 한 어머님의 글 때문에 갑자기 몸이 가뿐해졌다.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네 학교가 어디나 이래야 하는데,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지난 시절 나름 애써 교육운동을 해 왔다고 했는데, 자본과 권력의 힘을 넘어서기는 정말 힘든 모양이다.


그럼에도 작디 작은 삶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있고 살아가려 애쓰며 서로를 돕는 이들은 찾아보면 널려 있다. 희망이라고 하면 딱히 이밖에 찾을 도리가 없다. 그 희망도 희망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은 이번주 우리 교실을 찾아올 동화작가 <쿵푸 아니고 똥푸> 작가 차영아씨가 온다. 이번 달 온작품을 이 책으로 했는데, 일자가 마땅치 않아 결국 채 읽기 전에 올 상황이 된 것. 그래서 책 속 첫 단편만 같이 읽고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순식간에 나머지 두 단편을 후루룩 읽어버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북스타트 활동을 가정과 학교에서 한 효과가 여기서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후루룩 읽은 아이들이 내용도 알아채며 재밌단다. 일부러 묻지는 않았다. 오늘은 시간이 모라자 책 표지로 이야기를 나누고 표지를 그리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 했다.


3-4교시는 수학. 오늘은 지난주에 익혔던 10을 만들어 덧셈하는 과정을 다시 확인하고 수학익힘을 통해서 좀 더 익혀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는 '덧셈구구'를 익히는 방법을 찿아보게 했다. 일단 덧셈구구를 할 수 있는 종이를 나눠주고 내용을 채우며 외우고 익히라 했다.


최근 초등수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미국에서 만들어진 초등수학교재 <초등교사를 위한 수학교수법>(Helping Children Learn Mathematics 11 EDITION)을 두 번째 보고 있다. 이론과 사례가 함께 나오는 이 교재에서 곱셈구구 못지 않게 공교육에서 덧셈구구는 학생들의 연산능력을 키우는데 매우 필요한 요소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교육과정, 우리 교과서에도 이 덧셈구구가 있지만, 이들처럼 강조하고 있지도 않을 뿐더라 다루기만 하는 수준이어서 다시 생각해보는 지점이 있었다. 결론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아이들에게 해 보게 하니 재밌어 하면서도 힘들어 한다. 덧셈과 뺄셈 구구가 곱셈과 나눗셈은 물론 종합적인 연산능력을 키워가며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습을 하게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동안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구체물을 다루며 개념만 익혀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최근 깨닫고 있다. 역시 공부가 필요하다. 끝으로 오늘은 들어온 아이들 글 중....한 아이 글만 올려 본다. 정말 사랑스럽다. 이 아이들과 떠날 날도 이제 26일밖에 남지 않다. ㅜㅜ

==


날짜: 2023년 12월 1일 금요일

날씨: 춥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제목: 지각


원래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데 도로 공사한다고 해서 오늘만 엄마 차타고 가야 됐다. 그런데 엄마 차 타고 가는데 공사를 아직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엄마가


"차에 잠깐만 있어."


라고 말하고서 공사 아저씨한테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뭐라고 말하고서 차로 돌아와서 5분 정도 기다렸다. 혹시나 학교에 못 갈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1분 지나고나서 공사 아저씨가 가도 된다고 손짓을 했다. 지각은 했지만 무사히 학교에 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의자에 앉고 나서 옛날이야기를 59초 밖에 못들었다. 속상했다.


날짜: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날씨: 아침에는 추웠는데 오후가 되니 조금 따듯해졌다.

제목: 누가 오빠 머리에 똥 쌌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오빠가 방귀를 뽕~~~옹 소리를 내며 뀌었다. 오빠가 방귀를 나한테 뀐 줄 알고 나도 오빠한테 방귀를 뀌려고 똥꼬에 힘을 줬다. 그런데 방귀가 안 나오고 똥이 나올 거 같아서 똥꼬에 힘을 빼고

"엄마, 오빠한테 방귀 뀌어주려고 똥꼬에 힘을 줬떠니 똥이 나올 거 같아."

라고 말하니까 엄마가

"왜? 오빠 머리에 똥 싸려고?"

라고 말하자 나는 얼른

"아니."

라고 말했따. 그 순간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래서 내가

"누가 오빠 머리에 똥 쌌어? 책 만들어도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자 모두 깔깔깔 웃었다.


날짜: 2023년 12월 3일 일요일

날씨: 겨울인데 해가 쨍쨍 내리 쬐서 집안 아니 따뜻해졌다. 빨래도 금방 말랐다.

제목: 셈셈 피자가게


밤에 심심해서 나눔장터에서 사온 '셈셈 피자가게'라는 게임을 했다. 첫번째 판은 내가 이겼고 세번째 판은 내가 이기고 싶었지만 엄마가 이겼다. 나는 너무 속상해서 눈에 눈물이 고일 거 같았다. 맨날 이길 순 없어도 게임할 때 거의 내가 맨날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도 다 되어 가는데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줄 거 같아서 눈물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그런데 6살 때 울었는데도 멋진 선물을 받았다. 내가 울 때 산타할아버지가 하루종일 보고 있으니 너무 피곤해서 깜빡 졸았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럼에도 무사하고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