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5.)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25
날씨가 들쑥날쑥, 추웠다가 따뜻해졌다가 삼한사온도 아니고 가을인가 싶다 겨울인 것 같고 한파가 몰아치고 눈이 내리다가도 이내 해가 나면서 따뜻해진다. 정말 기후변화의 징조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님 모른체 하고 사는 걸까?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 책을 만났다. 그리고는 이내 연극놀이가 시작이 됐다. 이제 아이들은 어느덧 연극놀이 시간을 기다린다. 놀이로 진행되는 연극수업이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몸으로 움직이고 표현하고 생각한 것을 말로 몸으로 표현하게 하는 활동은 어릴적 아이들에게 매우 필요한 활동이다. 연극수업은 그 일환이다. 우리 학교가 연극에 중점을 두는 까닭이 바로 이점에 있다. 단순히 무대에 올릴 연극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정 연극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연극선생님이 남겨준 활동을 끝까지 하겠다며 모둠으로 나눠 중간놀이시간까지 시간을 보냈다.
다음 시간은 수학시간. 오늘 수업은 익힌 덧셈을 덧셈구구라는 매개체로 연습을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그 지점에서 덧셈의 교환법칙도 다시 확인하게 되고 다른 지점에서 같은 수를 더했을 때의 배열표 파악하는 것, 10의 조화수를 읽어내는 법까지 아이들은 덧셈구구표를 완성하고 색칠하고 생각하면서 보고 또 보는 활동을 이어갔다. 나중에는 놀이수학으로 덧셈 빙고돌이도 하고 10의 조화수로 땅따먹기 놀이도 했다. 이런 와중에 덧셈구구 내용을 확인하면서 수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갔다. 아직은 더 연습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수학 1차시로 아이들이 변화할 리가 없다. 읽기를 꾸준히 하면서 읽기 능력을 높이고 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쓰기 능력을 길렀듯이 수학의 연산도 이런 과정이 반드시 뛰따라야 한다. 기다리면 하겠지, 나이가 들면 해결하겠지가 공교육의 과정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꽤 많은 혁신학교들이 이 지점에서 오해와 오류가 있었다.
오후에 남은 한 시간은 <쿵푸 아니고 똥푸>로 온작품읽기를 했다. 번호대로 돌아가며 함께 읽으며 하나 하나 챙겨가며 책을 읽었다. 첫 문장이 난 이책을 읽을 읽을 때마다 인상이 깊다. 산다는 것이 1004289가지의 멋진 일을 만나는 일이라는 거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산다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랬더니 살면서 가장 멋진 만남이 건담이나 닌텐도를 만났을 때라며 설레발을 친다. 4년 전 만난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을 때 한 아이는 살면서 가장 멋진 만남이 박진환선생님을 만난 거였다며 사회생활을 잘 하던 녀석들도 있었는데, 요 녀석들은 이 지점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요리조리 국어교육과정과 성취기준에 맡는 활동들을 점검해 가며 훑어 읽어갔다. 탄이가 필리핀 엄마와 살고 있다는 것, 똥푸맨이 등장해 탄이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똥의 등장은 아이들을 더할 나위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힘이 세다. 아이들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문학 책만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릴 때, 책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문학책만한 것도 없다. 일단 책에 친숙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다른 갈래의 책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반 *석이가 내 곁을 지나면서 놀이터의 땅을 밝아보고는 큰 소리로 한 마디 했다.
"선생님, 땅이 말랑말랑해졌어요. 어제만 해도 딱딱했는데."
"어제보다 날씨가 풀려서 따듯해서, 언 땅이 녹았나 보다."
순간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란 게 다른 게 없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을 알고 깨닫게 하는 것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 교과 공부도 하고 각종 체험공부를 통해 경험이 곧 지식이 되고 삶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누구와 살고 있는지 모른채 오로지 입시공부만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아이들이 많은 우리 나라. 그만큼 청소년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 정말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게 해야 하는 것은 명백한 데도 왜 이렇게 불안에 떨며 아이들을 경쟁의 나락으로 떠미는 걸까. 날마다 써 오는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쓰는 글에도 곳곳에 담겨 있는 자기네들의 삶이 있다. 자기 삶을 온전히 가꾸고 오롯이 키워가는 일을 학교가 해야 하고 부모가 도와야 하고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하는데... 참 바뀌지 않는다. 쩝쩝....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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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아침에 손끝과 코끝이 추웠다.
제목: 사라진 일기장
일기장이 사라졌다. 금요일부터 일기장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아빠, 일기장에서 소리나게 해 줘."
"일기장에서 어떻게 소리나게 해."
일기장에서 소리나면 빨리 찾을 수도 있을 텐데...."
형아 방에 들어가니 내 일기장이 형아 책상에 있었다. 일기장을 되찾아서 기~뻤~다.(거산초 1학년 황**)
날짜: 2023년 12월 4일
날씨: 서리가 내렸는데 점퍼를 입고 있어서 안 추웠다.
제목: 놀고 싶어요.
집에서 씻고 나와 변기통에 앉아서 똥싸고 나왔따. 근데 나와서 계속 못 놀았다. 밥을 다 먹고 말씀을 쓰고 놀고 싶었다. 근데 졸렸다. 내가 엄마한테 속으로 '엄마, 저 그림 그리면서 놀고 싶어요' 라고 텔레파시로 보냈는데 엄마는 텔레파시가 안 통하나 보다.(거산초 1학년 고**)
날짜: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너무 춥다.
제목: 입술에서 피가 나!
오늘 황**랑 놀다가 의자에 부딪혀서 입술에서 피가 났다. 난 그 사실을 모르고 울음을 참고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해서 내 입술에 피가 난 건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정후 입술에 피났어요."
그래서 나는 박쌤한테 검사를 받고 풍물을 하러 갔다. 풍물을 하고나니 엄마가 데릴러 와 있었다. 그리고 서**가 내 엄마한테 달려오며 말했다.
"**엄마, **입술에서 피났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알고 있따고 말했다. 그리고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놀았다. 노는 건 재밌었지만 다친 건 아팠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다.(거산초 1학년 이**)
날짜: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오늘 바닥에 얼음이 붙었다.
제목: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우동
오늘 저녁을 먹었다. 우동집에서 우동이랑 돈까스를 먹었다. 맛있었다. 그런데 반정도 먹었을 때 갑자기 배가 안 고팠다. 더 열심히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계속 먹어도 먹은 만큼 더 생겨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약이 올랐다. 결국 그만 먹어서 기뻤다. 지겨운 우동 지옥에서 빠져 나온 것 같다.(거산초 1학년 김**)
날짜: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음...집은 좀 더웠는데...?
제목: 지루한 집
"뭐하지? 놀 게 없네. 책도 재미없고."
오늘은 정말 지루하다. 예를 들어... 거북이가 상추 먹는 거? 아빠는 책 읽고 엄마는 ... 양치, 똥, 씻고 ... 자야할 준비? 하아~ 여기가 진짜 감옥 같다. 내일은 천국이 되길.
날짜: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뭐 할 때마다 추웠다.
제목: 텔레파시
오늘은 선생님 생신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생신이신 줄 알고 급식에 미역국이 나왔다. 텔레파시가 통했다. '선생님들이 박진환선생님 마음을 알고 계신 건가?' '그럴 리가.' 나도 오늘 저녁에 미역국을 먹었다.
"할러미표 미역국~"
'할아버지표 미역국은 없나?'
'아하! 할아버지는 코로나 걸리셨는데 운동 나가셨지?'(거산초 1학년 **아)
날짜: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추웠다.
제목: 내 생일인가?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오늘은 박진환선생님 생신인데 내가 미역국을 먹으니까 '오늘 박진환선생님 생신 아니로 내 생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학교 수업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 국이 아침에 먹었던 미역국이 또 나왔다. 나는 진짜 내 생일 같았다. 왜냐하면 미역국을 두 번이나 먹었기 때문이다.(거산초 1학년 한**)
날짜: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오늘은 약간 더워서 가을인 거 같았다.
제목: 쌍둥이로 산다는 것은...
나는 쌍둥이다. 사람들은 내가 "안경 벗으면 똑같이 생겼겠다."라고 말한다. 그건 맞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랑 *람이를 일란성 쌍둥이인줄 안다. 우리는 절!대!로! 아니다. 우리는 이란성 쌍둥이다. 이란성과 일란성을 장점과 단점은 이란성은 놀고 싶은 게 다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일란성 쌍둥이는 세포가 하나 있다가 둘로 쪼개진 거다. 그래서 장래희망, 모습, 특기 등등 거의 비슷한 거다. 하지만 이란성은 세포가 원래부터 쪼개져 있는 거다. 그래서 장래희망, 특기, 성격이 다른 거다. 그리고 일란성은 남자가 두 명이거나 여가자 두명이 태어나고 이란성은 남녀가 태어 날 수 있따. 하지만 여, 여가 태어날 수도 있고 남, 남도 태어날 수 있따. 나와 *람이는 이란성이다.(거산초 1학년 박**)
날씨: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날씨: 약간 선풍기 쐰 느낌? 아...아니...기분?
제목: 엄마, 빨리 나아!
오늘 집에 들어와서 엄마를 봤는데, 엄마가 기운이 없었다. 물어보니
"엄마, 어디 아파?"
"엄...마 가영이 한...테 옮은 것 같...아."
"설마, 아...아데노?"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난 울음이 나올 것 같았따. 그래도 꾹 참았다. 엄마가 힘든데 내가 울어서 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엄마가 오늘 떡갈비 해준다고 했는데 난 결국 그냥 계란밥을 먹었다. 아빠가 요리하면 그냥 평범하다. 그래서 평범한 계란찜을 먹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아빠가 엄마로 변신했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엄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거산초 1학년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