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6)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24
결국 몸살인가. 어제 저녁부터 몸이 으스스하더니 오늘까지 이어진다. 약을 좀 먹으면 괜찮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이 몰려온다. 그나마 열은 없고 감기는 아니 듯한데. 지난 3주 내내 야근과 출장 등 개인일까지 달려왔던 게 탈인 난 듯하다. 나도 별 수 없다 싶다. 나이 생각 안 하고 움직인 것도. 그런데 오늘 밤 늦도록 학교교육과정 평가를 해야 하고 내일은 보호자들과 한 밤중에 연석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이틀 연달아 야근이다.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나야 여기에 지원해서 왔지만, 앞으로 이곳을 지원할 교사들은 대부분 이런 문화를 원하지 않을 거다. 더 이상 희생이라는 말이 운동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돼 가고 있다. 달마다 서울경기지역 선생님들을 만나는데, 수도권 학교는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이 지역에도 몇 년 뒤면 벌어질 일들이 이미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미 지역에도 소식들은 들려오고 있다. 수도권과 온도차이만 있을 뿐. 그러나 어찌됐든 버텨야 한다. 오늘내일.
내일은 수업시간에 함께 읽은 <쿵푸 아니고 똥푸.의 작가 차영아님이 저희 1,2학년을 만나러 오시는 날다.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이 묶인 책인데, 첫 번째 이야기 '쿵푸 아니고 똥푸'이야기만 수업시간에 다루고 나머지는 각자 틈나는 대로 읽게 했다. 그랬더니 우습게도 너무도 쉽게 빨리 읽어 버린다. 그동안 꾸준히 날마다 읽기를 해 온 탓이 커 보였다.
지난 번에 읽은 <목기린씨, 타세요!>로 온작품읽기 수업을 16시간에 걸쳐 하고 나중에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다음에 감상문을 쓰게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1학년도 과정을 잘 거치고 꾸준히 가르치면 잘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번에는 짧은 단편 '쿵푸 아니고 똥푸>도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쓰기를 가르치며 감상문 쓰기를 (책을 읽고 경험을 글로 쓰기 - 1학년 교육과정의 겪은 일 쓰기와 이어서 수업) 했더니 곧잘 한다.
글쓰기는 결국 사고의 논리를 기르는 거다. 수학적 논리와는 또 다른 지점에 있다. 기계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자기 경험과 생각을 소박하게 담아내는 글쓰기는 학원에서도 배우기가 어렵다. 이런 서사문 쓰기가 글쓰기의 출발점인데, 학원에서는 기능적인 부분을 먼저 강조하고 대충 잘 쓰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오늘로 공식적인 온작품읽기 수업을 마무리 하고 좀 더 섬세한 부분에서 문법과 문장을 다듬는 공부를 남은 2주동안 가르치려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쿵푸 아니고 똥푸'를 읽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위대한 사람도 똥을 싸니까 똥은 위대하다는 걸 알았따. 나는 탄이가 부끄럽지 않게 똥을 쌀 수 있꼐 되어서 기뻤다. 그리고 똥 싸는 건 부끄럽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마을미술 선생님이 똥은 하루에 한 번씩 싸야 건강하다고 했다. 나는 유치원 때 똥이 마려울 때가 있었는데, 선생님한테 말하기가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쿵푸 아니고 똥푸' 책을 읽어서 이제는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학 **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