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하루 또 하루

(2023.12.11.)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19

by 박진환

하, 벌써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날짜가 줄어들고 그 줄어든 날을 칠판에 쓰면 아이들은 '아~' 하며 한탄 소리를 낸다. 진심일지 의심스러워 정말 섭섭하냐고 하면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킥킥 웃기도 한다. 이별이라는 걸 아이들은 알까? 이 아이들과 만난지도 어언 282일째. 정말 우연히 인연을 맺어 일 년을 같이 살았으니 정말 큰 인연이 아닐까 싶다. 교실과 교사, 학교를 낯설어 하던 아이들은 어느덧 교실과 학교 주변을 활개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자랐다.


오늘은 책 읽기에 이어 처음으로 박지희 선생님의 <1학년 첫배움책>에 이어 <어휘 글쓰기 배움책>을 건넸다. 첫 배움책 말고는 학습지 같은 국어학습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반응일까 싶었다. 나 또한 이제 읽고 쓰는데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어휘와 다듬어진 문장을 새롭게 복습도 예습도 할 수 있는 교재로 정리를 하게 하고 싶었다.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아 틈나는 대로 채워나가고 남은 것은 가정에 맡기기로 했다. 이제 내가 할 몫의 최대치는 여기까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다시 잡아 본 <맨 처음 글쓰기>. 오늘의 주제어는 그림씨의 첫 번째 말인 '검다'였다. '검다'의 파생어를 여덟가지 정도 살펴보고 아이들은 익숙한 듯 단문 학습을 하고는 '검다'로 생각나는 삶이야기들로 공간을 채웠다. 이제는 그냥 편하게 이야기 하고 편하게 글을 쓴다. 이 정도면 더 할 나위가 있을까? 잘 쓰고 못 쓰고는 그 다음이다. 일단 머리에 있던 게 아이들 손을 거쳐 공책에 적혀야 비로소 글쓰기가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중간놀이 시간에 이어진 수업은 수학. 오늘은 뺄셈. 두 자리 수에서 한 자리 수를 빼는 시간. 10을 기준으로 앞 뒤로 수를 맞춰 빼는 연습을 한 뒤에는 뺄셈구구의 원리를 익혀 나갔다. 에그블록을 사용하기도 하고 머리셈을 써서 셈을 하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빼기를 어렵지 않게 해 나갔다. 문제는 뻴셈 구구에 대한 이해.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단순 암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오늘 못다한 부분은 내일 다시 확인하면서 뺄셈 구구의 효과를 아이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하려 한다. 남은 놀이수학도 해 가면서 이제 수학도 대단원의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다. 이 또한 아이들이 일단은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다행이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학폭예방' 관련 뮤지컬 관람이 있는 날이었다. 가을비도 아닌 겨울비가 엄청 내리는 날에 우리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인근 송남초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뮤지컬을 한 시간 반 정도 관람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겨울 답지 않은 온도, 겨울 답지 않은 가을비 같은 비. 돌아온 아이들은 지금 돌봄선생님이 건넨 간식으로 수다를 떨며 지워지는 시간을 마냥 즐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흘러간다기 보다는 자꾸 지워져만 가는 것 같다. 잊고 잊히고 또 다시 비슷한 날이 되풀이 되고....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나한테 딱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