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2.) 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18
오늘은 날마다 일찍 와서 맨 먼저 일기장을 내 놓는 우리 반 시*가 쓴 글을 읽으며 막 출근해 교실로 들어선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의 글은 읽을 때마다 참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완벽한 우산'이라...
날짜: 2023년 12월 11일 월요일
날씨: 9시부터 비가 다다닥 다닥하며 많이 내렸다.
제목: 완벽한 우산
학교 버스에서 내리니 엄마가 나를 데리러 나와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나를 데리러 왔나 보다. 엄마 우산이 커서 나랑 엄마랑 같이 쓰고 같다. 그런데 앞에서 바람이 불어서 비가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내 투명 우산을 앞에 펼쳐서 막았다. 그랬더니 비도 안 맞고 앞도 잘 보이는 완벽한 우산이 됐다. 나는 완벽한 우산을 엄마랑 함께 쓰고 수다를 떨며 집까지 걸어 갔다. 완벽한 우산 덕분에 비를 한 방울도 안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거산초 1학년 *시*)
어김없이 하루를 쌓아나가다 보니 어느새 283일째. 어김없이 몇 년을 쌓아가다보니 어느새 교직 경력 31년째. 시*이 글처럼 나도 완벽한 하루와 일 년을 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세상을 완벽하게 사는 이는 그 누구도 없으리라. 모순 투성이 세상에서 모순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에서 완벽이란 애당초 없을 테니. 그럼에도 시*이 글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낯설거나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엄마, 그 엄마와 함께 걷는 아이. 그 사이를 매꾸는 우산 두 개. 이 삼박자가 잘 어우러지면서 시*은이가 그려낸 풍경은 너무도 완벽한 모습, 그 자체였다. 어디 비 한 방을 튀지 않았을 것이며 어디 옷자락 어디 젖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시*이는 이 풍경 자체가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완벽한 풍경과 삶 그 자체였을 것이다. 행복한 삶이 만족한 삶이 먼데 있지 않다는 걸, 시*이 글에서 어렵잖게 읽어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 나의 하루는 어땠을까? 연극선생님이 오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어제 나눠 준 '어휘'관련 책을 해결하게 하고 이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는 바로 인계하여 지도를 하시도록 했다. 연극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탄탄해 보였다. 아이들 모둠별로 각자 만든 이야기로 자기 역할을 하는 연습을 했다. 1학년도 저렇게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단한 상황극을 연출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연극시간을 보내고 이어진 수학시간. 오늘은 어제 다룬 뺄셈구구로 적극적으로 뺄셈을 머리로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뺄셈 구구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뺄셈과 덧셈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 처음에 아이들은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몇 번 해 보더니 그제야 '아하' 한다. 그저 교과서대로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할 수 없는 접근을 나름 수학공부를 하면서 터득했다. 그냥 맛만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주에도 계속 확인하고 연습시켜 보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
남은 끝자락 시간과 오후 남은 한 시간에는 빙고놀이로 덧셈과 뺄셈을 다시 복습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는 수학익힘책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제법 마무리를 잘 해내었다. 이 정도면 완벽한 하루였을까? 이제 아이들과 남은 날도 18일 밖에 안 남았다. 그중 300일째 되는 26일에 학급마무리 잔치를 하는 것으로 어쩌면 모든 이별 준비는 끝이 날 것 같다. 아직 문집 작업이 남았지만... 완벽한 일 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넘 많다. 그래서 '완벽'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시*이는 그렇게 마음쓰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혹은 가까이에 완벽한 삶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쉽고도 가까운 그 삶에 가기가 사실은 너무 어렵다. 어쩌면 시*처럼 맑고 순수한 이들만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