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리셋'은 언제쯤일까?

(2023.12.15.)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15

by 박진환

아침부터 마치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러다 내일은 눈 내리는 영하의 기온을 보인단다. 어제 뉴스에서는 스페인 남부가 30도를 넘어서고 있고 남미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서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당장 죽지 않을 정도이니 막연한 걱정을 하지만, 10년 뒤에도 우리가 이런 걱정 수준에서 머물러만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뒤의 모습이 걱정이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50년 뒤에는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 인구의 절반이 줄어든다는데도 정치권은 코앞 총선만 바라보고 산다. 딱히 지지할 정당과 정치인이 없다는 게 우리나라에 가장 큰 불행인 것 같은 날.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하는 아이들 때문에 또 이런 생각과 시름을 잊고 하루를 보냈다.


"선생님, 가만히 있어봐요."

"뭐야?"

"좀 가만히 있어봐요. 하하하. 이 리본 선생님한테 달아줄 거야."

"무슨 리본?"

"야, 너희들 선생님 좀 붙잡아. 하하하."

"아니, 이게 뭐야."


아침부터 그냥 그저 그런 리본 하나 들고 나를 맞이하자마자 달아보겠다고 나를 붙잡아 매달려드는 통에 아이들 셋이랑 씨름을 벌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세 녀석 중 한 녀석이 눈에 띈다. 학년 초만 해도 데면데면하고 낯을 가렸고 손 한 번 잡기도 힘들었던 녀석이 나를 끌어안고 전에 없이 읏고 있는 게 아닌가. 덩달아 나도 반가워 살포시 안아 주었다. 이렇게 정이 들었구나 생각하니 정말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15일 밖에는 남지 않았다. 에효~~


첫 시간은 북스타트 책 읽기로 시작하여 어휘 공부로 이어갔다. 이제 이 루틴은 아이들도 익숙해졌다. 무던히도 잘 따라주는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 다음으로는 학급마무리 잔칫날 발표할 낭독극과 연극을 연습했다. 제법 외우고 제법 표현하고 아직은 더 연습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이 순간을 즐긴다. 서로 이야기 하고 웃고...이러면서 서로 관계를 맺어간다. 정이 쌓인다. 그거면 됐다.


이어지는 시간은 그동안 아이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운동시간. 학교 공사중이라 딱히 할 게 없는 공간에서 공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엄청 좋아하는 아이들. 수업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로 움직임을 보인다. 교실에서 학습할 때는 잘 모르는 아이들의 움직임과 서로에 대한 대응반응을 볼 수 있어 좋다. 내년 바뀔 새교육과정에는 학교체육에 대한 강화된 내용이 반영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올해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못한 체육활동을 내년에는 원없이 해 보길 바랐다.


비가 자꾸 오기도 하고 이래저래 관계들 때문에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다. 그러다 어제 홍성에 모초등학교의 방문은 나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배우고자 하는 눈빛들이 가득한 선생님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신선하다. 그러면서 일에 지쳐 있는 나를 돌아본다. 관계에 실망하고 절망하는 나를 돌아본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한 때 우리 사회를 이야기할 때, 혹은 피로노동에 지쳐 가는 이들이 우리 사회와 삶에 '리셋'이 필요하다고 할 때가 있었다. 헌데 난 당장 리셋을 할 수가 없다. 4-5년 뒤에는 어쩔 수 없이 리셋을 해야 하는지, 그 전에는 힘들까?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부럽다. 우리 아이들은 2학년이라는 리셋 단추가 있지 않은가.


에효...쓸 데 없는 생각은 여기까지.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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