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작업

(2023.12.28.) _ 아이들과 헤어지기 하루 전

by 박진환

학년말에 늘 바쁘지만, 이번 학년만큼 바쁜 학년말은 없었을 것 같다. 교사로 나이가 들면 좀 여유있는 삶을 살지 않겠나 싶었는데, 내가 스스로 찾아온 곳에서 나는 오늘도 내일로 모레도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학교도 이렇게 되면 우리 학교에 스스로 찾아올 교사가 없을 텐데...걱정이다. 교사와 보호자가 내년에는 다들 모여 학생과 교사가 좀 더 여유로우면서도 내용을 채우는 교육방식과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래야 한다. 더 이상 교사가 학생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교사는 학교에서 삶의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하고 학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학교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어제 개봉한 영화가 있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티처스 라운지> . 독일의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 좋은(?) 교사, 좋은(?) 학생, 민주적인 학교. 하지만 그 속에서 망가져 가는 일상과 구성원들. 한국의 학교와 다르지 않는 독일의 학교. 한 비평가는 좋은 교사 한 명이 한 학교의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 이 영화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때 우리는 혁신학교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혁신은 결국 한계가 있었고 학교는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는 것. 아래로부터 일어났던 많은 학교들이 우리 학교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그 색깔을 잃었고 또 다른 관료화로 부침을 겪어야 했다. .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문집의 남은 작업을 완성지었다. 1학년을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과 그동안 썼던 일기 중에서 시 같은 글을 모아 손글씨로 나타내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대충 해오려는 모습이라 다잡아 챙겨 가는게 쉽지 않았다. 1학년 아이들, 특히 어린 아이들일수록 끝까지 챙겨 가지 않으면 원래 잘 못하거나 안 하던 습성을 보인다. 저학년에서는 특히 이런 부분을 담임이 잘 지도하고 챙겨야 하는데,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4교시 수업을 마친 지금도 세 아이는 오늘 내 준 과제를 결국 끝내지 못해 뒷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어제도 말했지만, 아이들에게 배움이 스며든다. 조금이라도.


이제 남은 작업은 생기부 수정작업. 그리고 통지표 작업에 인쇄다. 이 작업이 끝나면 방학 중 근무상황 결제를 올려야 하고 연수원에 원고와 강사카드를 보내야 한다. 그렇게 일을 처리하고 나면 이제 교실 이삿짐을 싸야 한다. 하~ 벌써부터 한숨이다. 다행히도 보호자 두 분이 도와주시겠다고 선뜻 응해주셨다. 1학년 교실로 썼던 이 공간은 내년 1월 리모델링을 거쳐 돌봄교실로 활용이 된다. 교실동으로서 이 교실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바쁘다. 바쁘지만, 잘 마무리 하고 무사히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나저나 오늘 자대로 옮겨 훈련병에서 이등병으로 본격적으로 군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은 무사히 수방사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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