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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r 15. 2024

쉽지 않았던 한 주를 떠나보내며...

(2024. 3. 15.)

어느덧 아이들과 만난지도 12일째 들어섰다. 잔뜩 흐렸던 지난 2주의 날씨가 이제는 봄을 부르는듯 맑은 날로 바뀌었다. 캐모마일로 시작한 하루. 역시나 호불호가 있다.  차분하게 차를 음미하며 사는 이야기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하루는 열었고 노래로 시작했다. 이제 익숙해진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노래는 훨씬 편하게 아이들에게 다가섰다. '구랑이'에 관한 옛이야기로 시작을 한 뒤에는 '선 그림'으로 시작을 했다.


오늘은 어제 뻗은 선에 이어 꺾은 선과 기울어진 선을 그렸다. 처음보다는 분명 나아졌지만, 아직은 멀었다. 곧은 선 긋기 상태, 연필 쥔 자세, 공책을 놓는 위치, 색연필과 크래용을 놓는 위치,  이 모든 것이 한꺼 번에 작동해야 하는 상황이 이번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아 보였다. 천천히 갈 수밖에 없지만,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나의 지도방법도 점검해 봐야 할 듯하다. 곧잘 집중력을 잃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아이들을 돕는 과정을 무던히도 지켜보고 가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상태는 각기 다른데, 같은 내용을 각기 다른 속도에 맞춰 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나마 12명의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하지 않으려 하는 아이, 딴 짓을 하는 아이, 가르쳐 준대로 하지 않고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가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답답하고 지치고 그런다. 그러나 이 순간을 지나놓고 가만히 되돌아 보면 그 아이인들 잘 하고 싶은 생각이 없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어느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하는 다른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교육은 어렵다. 이론으로야 참으로 쉬운 이야기, 말로야 다 할 수 있는 게 교육이지 않은가. 1학년 아이들과 지내는 일은 그래서 담임에게는 일종의 수양을 쌓는 일과 다르지 않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그렇게 고생 시킨 녀석이 나중에는 자기를 안아 달란다. 어이없이 웃고 마는데, 녀석의 말은 더 가관이다. "선생님은 꽃미남처럼 잘 생겼어요." 무슨 꿍꿍이로 이 말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맞다고 넘어가는 수밖에. 옆에 있던 녀석도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선그림 수업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만 했다. 다음주에는 이번 주보다 나아지길 바라며....


중간놀이 시간 뒤로는 어제 미리 해 버린 활동으로 다른 수업으로 바꾸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수학. 오늘의 수학 배움거리는 숫자 3에 대한 것. 먼저 그림책 <숫자 3의 비밀>을 꺼내들었다. 지난해에도 숫자 3에 얽힌 옛이야기인 이 그림책에 아이들이 호응을 보였던 터라, 이번에도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역시나 흥미를 보였는데, 특히 다리가 세 개인 개, 삼족구와 다리가 세 개인 삼족오, 머리가 세 개인 삼두매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했다.


3을 가장 완벽한 수라 생각한 조상들의 생각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는지로 오늘 숫자 3와 세 개의 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수학공책에 숫자 3을 쓰고 세는 활동으로 오늘을 마무리 했다. 여전히 울퉁불퉁, 힘없는 연필자국들이 낭자(?)한 상태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번에 되는 건 없다. 아이들도 교사도 그걸 알고 깨닫고 기다려 주고 애를 쓰는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이 있을 것이다. 다음주에는 다섯가지의 수를 마무리 하면서 구체물 조작과 놀이로 5까지의 수를 마무리 하려 한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헤어지려는데, 몇몇 아이들의 말이 참 예쁘다.


"선생님, 멋진 주말 보내세요~"

"선생님, 행복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다음주에 만나요."


힘들었던 지난 한 주를 이 말 한 마디로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됐지, 뭘 바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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