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0.)
우리 아이들을 만난지 딱 9일째다. 오늘까지 이어오면서 어느 정도 정비가 된 것 같다. 일단 아침에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벗어 책상걸이에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앉아서 나를 보며 웃는다. 이 정도가 어딘가? 불과 이번 주 월요일만 해도 피곤해 하고 시선을 딴 데 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걸 힘들어 했던 몇몇 아이들. 이따금 하기 싫다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자신이 없다고 뒤로 물러서던 아이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어쩌면 지난 9일은 지난 삶의 경계에서 새로운 삶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점에서 혼돈을 겪는 지점에 우리 아이들이 있었지 않나 싶다.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멀다. 다음주 월요일 되면 다시 아이들은 일부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 것이고 다시 또 일주일을 적응하면서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할 것이다.
오늘은 옛이야기를 두 개나 들려주었다. 너무 짧단다. 점점 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드는 아이들.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몸도 풀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기지개를 펴는 운동을 아이들에게 맡겼더니 더 재밌게 한다. 시작하기 전에 이름표 나눠주면서 친구 알아보기도 하고 며칠 전에 했던 가림막을 두고 두팀으로 나눠 서로 일어나 이름을 맞히는 놀이도 하면서 이번주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계획한 대로 산책을 하려 했으나 학교가 온통 공사 준비로 가득한 상태가 돼 텃밭쪽으로만 한정해서 움직여야 했다. 가기 전 절대로 공사장 근처에는 가지 않도록 하는 안내를 했다. 그렇게 텃밭을 둘러 보고 예전 주차장 놀이터에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놀이와 신발 던지기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중간놀이시간까지 이어지고 다시 시작한 수업. 아이들이 왜 안 보여주냐고 항의하던 그림책 <똥벼락>을 꺼내들었다. '와!'하고 달려드는 아이들을 진정시켜 가며 <똥벼락>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재밌게 그림책을 보던 아이들을 다시 자리로 돌려 보내고 <작은 배의 여행>으로 이어가는 선 그림 시간.
"자~ 우리 지금까지 했던 선 그림을 다시 볼까요?"
"여기를 펴요?"
"처음부터 보세요."
"어때요? 여러분이 했는데."
"잘 했어요."
"난 이상해요."
"괜찮아요. 이렇게 자꾸 그리고 연습하면 달라질 거예요. 오늘도 아마 달라질 걸?"
"뭐하는데요?"
"자, 어제 우리 작은 배는 밤이 되어 희미한 선 뒤로 숨었지요."
"네~~"
"자, 이제 다시 출발하려는데, 날이 밝았네요. 날이 밝으면 뭐가 보일까?"
"해가 떠요."
"맞아요. 오늘 작은 배가 출발하기 전에 해가 반짝 떴어요."
"아, 어렵겠다."
"아니야, 선생님 잘 따라하면 문제 없어... 한 번 볼까?"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오늘 해를 그리고 하늘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그리고 갈매기들이 깃털이 떨어지는 모습의 선도 그려가며 시간을 보냈다. 아직은 서툴지만, 집중해서 그려가려는 녀석들이 모습이 예뻐 보였다. 음악을 튼 사이로 아이들 손이 움직이고 손 사이로 들리지 않는 소리가 나면서 선그림 시간은 매우 조용히 흐르고 또 흘렀다.
마침내 아이들이 중간놀이 시간 다음으로 즐기는 점심시간. 밥을 같이 먹는데, 한 녀석이 어제 기억을 떠올리더니 한 마디 한다.
"진환아, 밥 맛있어?"
아, 어제 내가 아이들 눈높이에서 밥을 먹는다고 아이들 앉은 책상에 식탁을 놓고 밥을 먹었더니 자기들이랑 똑같다고 해서...오늘만큼은 이 시간만큼은 선생님도 너희들이랑 같은 친구하겠다고 했더니 녀석들이 나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그럼, 진환이는 이제 우리 친구가 됐으니 반말해도 되겠다."
"잉?"
"우리 친구라며."
"헐."
"하하하. 진환아, 우리 나중에 같이 놀이터에 놀러 가자."
이런 상황이 오늘도 재현이 된 것. 한창 재밌어 하는 모습에 나는 그냥 호응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나중에 수아는 내 손을 잡고 막 나가자며 끌어당긴다.
"진환아, 우리 같이 놀러 가자. 빨리 가자."
'에고.' 글 앞에서 경계짓기를 이야기 했는데, 어제 내가 잘못한(?) 말 때문에 그 경계가 애매모호하게 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재미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까 하는 궁금함도 들었다. 장난이나 농담은 이쯤해서 두고 다음주에는 날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선생님으로 남겨둘 생각이긴 한데... 아이들과 이런 식으로 노는 게 썩 나쁘지만은 않다. 아무튼 한 주가 다 지나갔다. 어쨌든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