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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r 25. 2024

월요증후군이 사라진 날

(2024.3.25.)

아침 출근을 하니 건물 현관과 교실밖으로 먼지가 자욱하다.  아침부터 막바지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공사 중 하나를 빼 먹는 바람에 난리통이었다. 내일이 준공검사하는 날이라 하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학교 공사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지. 시골작은 학교라 더더욱 꼼꼼히 살피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감수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20여분이 지나서야 먼지와 청소가 마무리 되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결석생이 하나 있었고 다른 한 아이는 사정이 있어 조금 늦는 관계로 모두가 함께 시작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옛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고 먼저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학습태도때문에 매번 실랑이를 벌여야 했던 아이가 왠지 오늘은 바른 자세로 학습에 임해 칭찬도 해줄겸해서 옛이야기 한 편을 더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오늘의 첫 수업인 '선그림 그리기'에 앞서 지난 주에 익히다 말았던 '한글 쓰기 일곱 동무'들을 살펴보면서 선그림의 기초를 먼저 다지기로 했다. 'ㅣ'내림, 'ㅡ' 건넘, 'ㄱ' 건너꺽음, 'ㄴ' 내리꺽음, '/'삐침, '/'의 반대는 벌림, 'ㅇ' 동글 이라고 이름지어 글쓸 때 획순을 살피게 하며 선을 긋도록 했다. 여전히 빨리하고 대충하고 참을성 있게 선을 긋는 게 어려운 아이들이 많지만, 매우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게 보여 조금이나마 힘을 얻고 간다.


이어서 지난 주에 배운 'ㅏ,ㅓ'를 새로 기획해 만든 공책에 쓰게 해 보았다. 그냥 네모 칸이 아니라 글자의 구조에 맞게 균형을 잡아 아이들 글씨체를 일찍부터 잡아보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양이 조금 많게 만든 것 같아서 내년에는 양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일단 지켜보면서 이런 식의 방법이 아이들 글씨체를 바로 잡는데 도움을 주는지 계속 추적 관찰할 생각이다. 한 아이가 빠지고 다른 아이가 학습태도를 바로 고쳐 잡은 탓일까? 오늘 유독 지난 3주의 월요일과 다른 하루라는 느낌이 들었다. 차분히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이러다 또 달라지는 게 내일이니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지만, 오늘 하루라도 어딘가 싶었다. 하하하.


신나게 중간놀이시간을 보낸 아이들과 두 번째 블록시간에 해야 할 것을 돌아보게 했다. 시간표를 나눠주지만 아이들은 시간표를 거의 제대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무엇을 배울 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호자들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아직은 모두가 서툴고 어색한 시간 3월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주간학습안내표를 나눠지지 않았을 때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과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선생님, 이제 뭐해요? 다음 시간에 뭐해요?"다. 이건 지난 6학년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똑 같은 말을 해야 하는 교사도 힘든 일지만, 그것을 떠나 오늘의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1학년때부터 이런 잘못된 배움의 문화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주간학습안내표 배부였다. 이번 주 있을 보호자들과 만나는 다모임 때 꼭 말씀드려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두 번째 블록 시간에는 발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우리 반 아이들의 특징이자 이 나이 또래 아이들, 그리고 자기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한 끼어들기, 선생님이 말할 때 자기 이야기 꺼내기, 친구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기 등등이었다. 손을 들 때의 팔의 높이와 여러 번 발표할 때 주의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지켜보자했다. 연습삼아 시킨 지난 주말이야기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지만, 한 것만 이야기 하고 그때 주변의 사람과 환경, 느낌은 생략을 한다. 뭐 보통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의 특징이긴 한데, 앞으로 연습 또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말을 꺼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다해이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후로는 '한 발 걷기' 놀이를 하고 놀이터와 텃밭을 산책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모처럼 월요증후군이 없었던 날. 그래서 하루가 평안했던 날.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2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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