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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02. 2024

내적 동기, 외적 동기

(2024.4.2.)

오늘은 아침 일찍 학교로 와야 했다. 도착하니 7시 45분. 어제 생각해 두었던 아이들 활동이 있어 광목천을 찾았고 사포도 찾았다. 다행이었다. 이제 내일 광목천에 크레파스로 감자가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그림을 새겨 넣으면 될 듯하다. 크레파스가 광목천에 다림질로 스며드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신기하게 지켜보길 기대했다. 그러고 나서 오늘 할 일을 살펴보고 개인 일을 보니 벌써 아이들이 올 시간. 모처럼 아주 일찍 오니 아침에 여유가 많다. 앞으로 다시 생각해 볼 일인데, 저녁 늦게까지 다른 일을 보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들어온 뒤로 차를 따라주고 오늘의 책 <엄마 사용법>을 들려주었다. 마침내 생명장난감 엄마를 조립하여 깨우는 날. 주인공 현수에 빙의가 돼 두근두근 생명 장난감 엄마가 깨어나길 바라는데, 나는 또 결정적인 순간에 멈추었다. 아이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가득하지만, 이렇게 해야 책책책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자 한 녀석이 뭐라한다.


"왜, 선생님은 중간에 읽어주다가 자꾸 끝내는데요?"

"그래야, 재밌지 않아?"

"난 하나도 재미없어요. 그냥 읽어주면 안 돼요?"

"내일까지 기다려 봐."

"기다리기 싫은데, 나 저 책 그냥 읽을래요."

"으잉? 너 저렇게 긴 책을 읽을 줄 알아?"

"네, 알아요."

"근데, 어떻게 책을 읽을 건데?"

"저 앞에 있잖아요."

"그거 선생님 건데?"

"아, 맞다."


어쨌거나 아이들에게 책이 재미있다는 것. 그림책 말고도 긴 글이 담긴 동화도 꽤 매력이 있다는 걸, 난 1학기 내내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길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훈련을 겸하는 이 책 읽어주기 활동은 1학년에게는 그 무엇보다 매우 중요하다.


난 며칠부터 칭찬도장 카드를 은근히 한 녀석에게 내밀었다. 사실 이런 행동주의 교육방식을 딱히 선호하지는 않는데, 당장 빨리 교정이 필요할 때와 무언가 보상을 주어야겠다 싶을 때는 꽤 유용하다 싶어 사용을 한다. 만날 일찍 오는 준*가 우유를 자주 가지고 오는데, 거기에 맞는 칭찬을 하면서 도장을 찍어주니 별 거 아닌데도 매우 흡족해 했다.


오늘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칭찬도장을 주면서 글씨 바르게 쓰기와 앉는 자세 바르게 하기를 강조했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꽤나 신경을 써서 반응을 보인다. 거기에 우리반 트러블메이커들에게도 적절한 보상과 격려를 위해 썼는데, 순간만큼은 꽤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한 시간 뒤부터는 소용이 별로 없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힘들어도 내적 동기가 유발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 아이들 변화와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행동 교정을 위해 무엇을 하면 무엇을 주겠다, 어디에 가겠다는 조건을 내밀지만, 그것이 진정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를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순간 뿐인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은 외적동기나 아닌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내적 동기를 끄집어 내는 일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1년만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힘들고 어른들은 직간접적인 보상에 쉽게 흔들린다.


오늘 국어와 수학시간에 각종 놀이와 활동으로 아이들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나 또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도 급한 아이들을 차분히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안내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면 또 아이들은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기대를 한다. 그것이 단번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가보려 한다. 오늘 칭찬도장 카드도 병행을 할 생각이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국어 수학보다 아침부터 풍선놀이 하기로 했는데, 하는 거냐고 물었다.


맞다. 당연히 해야지. 국어수학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데 협동하면서 같이 즐기는 것도 중요한 걸 알아가길 바래. 그래야 진짜 잘 노는 거란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서른 번째 되는 날이었다. 그게 진짜 내적 동기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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