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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08. 2024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해

(2024.4.8.)

오늘도 흐린 날씨. 날이 좀 맑아지려나 하면 다시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날씨가 아직은 입학 적응에 힘을 쏟아야 하는 우리 반 풍경과 비슷한 모습이다. 아침에 지난 주말 어떻게 지냈느지를 묻는 시간으로 보냈다. 저마다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 했어요." 에 머문다. 그래서 했을 때, 누구랑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도 되물었다. 듣는 사람이 궁금하지 않게 자세히 말해야 된다고 했다. 매주 이런 주말나누기를 하면서 아이들 말하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해마다 1학년을 하면서 이런 지도가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인데,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어서 분명 잘 해낼 것이라 기대한다.


아이들이 너무도 기다리는 동화 <엄마 사용법>의 끝자락을 남겨둔 채 오늘도 마무리 했다. 생명장난감 엄마가 주인공 현수행동을 따라하면서 엄마의 역할에, 정확히 말하면 현수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지점까지 읽어주었다. 더 읽어주길 바라는 아이들 마음을 뒤로 하고 내일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아이들 소감을 들으려 한다. 이번에도 말로 해야 하니 차곡차곡 쌓아서 충분히 풀어내어 자기 생각을 말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지. 오늘은 한 보호자 분이 보내주신 황귤차로 아침을 열었다. 과일차가 이어지면서 아이들 불만이 잦아 들었지만 조만간 다른 차로 아이들 맛을 길들여야 할 것 같았다.


오늘 첫 수업은 선그림 그리기....이번에도 <작은 배의 여행> 중에서 이렇게도 갈매기 깃털이 떨어졌다는 선을 그리게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이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아서 종이를 여러 장 주면서 연습을 하게 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손을 잡아 감을 익히도록 했는데, 아무래도 맘 급한 아이들과 생각하지 않고 바로 선을 긋는 아이들은 완성도가 떨어지고 매번 다시 연습을 해야 했다. 그래도 꾸준히 연습을 시키니 조금씩 달라진다. 절반의 아이들이 비슷하게 흉내를 내고 남은 아이들도 시간은 걸렸지만, 그런대로 구색을 갖춰 산을 그렸다. 방향에 대한 어려움이 꽤 커 보였다. 예전에 맡았던 아이들보다 방향감각에 대한 연습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이런 지점은 오늘 국악시간에도 나타났다. 국악강사가 아직은 초보이고 밥 먹는 손을 오른쪽이라 고정시키는 방식과 아이들 눈높이에서 처음에는 방향을 알려주지  못해 꽤 많은 아이들이 헷갈려 했다. 나중에 나도 같이 움직이고 강사도 일대일 지도를 하면서 나아졌지만, 여전히 오늘 왼쪽과 오른쪽의 장단을 헷갈려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다른 건 쉽게 괜찮게 해냈던 아이들 몇몇도 왼쪽과 오른쪽에 따른 각기 다른 장단을 맞춰 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하였다. 더구나 오늘은 점심을 일찍 먹고 4교시 국악을 하는 바람에 식곤증에 빠진 아이들이 몇몇 보여 그런 현상이 더 나타나기도 한듯한데, 그럼에도 방향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오늘 3교시에는 아이들과 다목적실에서 놀이 두 개를 즐겼다. 하나는 뜀뛰기 놀이라 하여 술래와 아이들 모두 한 번씩 뜀을 뛰면서 술래가 팔로 친구들을 잡는 과정이었는데, 한 번 세기 놀이와 비슷하여 쉽게 아이들은 적응을 했다. 다른 놀이는 짝을 이루는 아이들이 서로 만나 가위바위보를 한 뒤 이긴 사람은 도망가고 진 사람이 잡으러 가는 놀이인데, 아직은 익숙지 않아서 충분히 즐길 수는 없었다. 좀 깊이 생각해야 하는 놀이에 빨리 빠져드는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 오늘도 날은 흐렸다. 4월이지만, 아직은 맑은 날이 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36번째 아이들과 만난 오늘도 그럭저럭 마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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