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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22. 2024

오늘을 사는 이유

(2024.4.22.)

"안녕하세요."

"어, 오늘은 선*도 일찍 왔네."


두 아이가 떠드는데도 시끌벅적한 아침 교실. 늘 혼자 먼저 와 앉아 조용이 있던 준*도 떠들게 만드는 친구라는 존재는 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먼저 온 두 아이는 아이들 책상 위에 찻잔을 모두 가져와 두었다.


"이제 뭐하지?"


할 게 없어 보였던 아이들에게 우유를 가지고 오게 하고 그래도 뭐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책을 펼쳐 읽었다. 백희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선*은 관련 공연물도 다 본 모양이다. 자랑삼아 이것도 봤고 저것도 봤단다. 그러다 또 한 마디 한다.


"이젠 뭐하지?"

"뭐하긴 친구들 올 시간 다 됐네. 나가봐. 아이들 이제 버스에서 내렸겠다.'

"그렇네. 나가자."


그렇게 나간 아이들은 난간 쪽으로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며 부른다.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렇게 맞이한 친구들에게 귤피 차 한 잔을 대접했다. 따듯하고 향기 나는 귤피 차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에게 <목기린씨, 타세요!>라는 동화책을 꺼내 읽어주었다. 내일이 마침 세계 책의 날이고 짝학년인 6학년이 내일 중간놀이 시간에 교실을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서 우리 학교에서 작년에 함께 읽은 <목기린씨, 타세요>로 독서부 아이들이 퀴즈문제를 내기로 했다. 올 1학년은 이 내용을 모르기에 오늘부터 읽어서 목요일 퀴즈문제에 도전해 보게 하려 한 것이다.


아이들은 동화 내용에 푹 빠져들었다. 목이 길어 마을 버스를 타지 못하는 목기린씨의 고충에 공감하면서 등장 인물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겪는 목기린씨를 도우려는 아기 돼지 '꾸리'가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미있어 한다. 여기서 나는 멈춘다. 아기 돼지 '꾸리'가 목기린씨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찾아냈다는 걸 알리는 정도에서 말이다. 아이들은 또 아쉬워 한다.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 아이들은 당장 답답해 하지만, 언제나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닌가. 그게 우리가 사는 이유인 줄도 모른다. 내일을 기대할 것도 없고 기다리지도 않는 이들은 선택은 너무도 무섭지 않은가.


오늘 첫 블록시간은 '선그림' 시간. 크래용으로 각종 형태의 그림을 그리며 익숙해 져간 아이들.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이들 몇몇이 있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는 데 희망이 있다. 오늘은 이전에 그렸던 것을 반복했다. 작은 배가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에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 밤의 불빛과 아침 태양 빛줄기가 그랬다. 그 뒤로 돌고래의 움직임으로 역 가지 선을 만날 수 있었다. 어렵지만 재밌다는 아이들. 서두르고 아직은 공간감각이 떨어지고 손에 힘이 부족한 아이들이어서 제대로 그리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그렇게 해서 선그림책 <작은 배의 여행>은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다음주부터는 또 다른 선으로 안내하려 한다.


요즘 바깥놀이에 혼을 다 빼는 아이들은 둘째 블록시간을 맞았다. 오늘 내가 착각을 해서 국악시간이 있는 줄 알고 3교시 먹고 국악시간 준비를 하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점심놀이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내게 아이들이 잔소리를 어찌나 하던지. 하여간 오늘 3-4교시는 수학이었다. 첫 시간은 2단원 여러 가지 모양을 익히게 하려 고 우리 아들이 예전에 썼던 다양한 도형이 들어가 있는 가베를 꺼내 분류하고 일정한 형태를 만들어 보게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은 작년 아이들에게는 분류하라고 하면 정말 분류에 집중했는데, 이번 아이들은 분류보다는 가지고 노는데 더 집중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역시나 차이가 있다.


이런 지점을 확인해서 다시 다독이고 비슷한 모양을 묶어서 책상에 분류하고 각자 이야기를 해 보게 했다. 겨우 분류를 마친 아이들에게는 방금 아이들이 좋아했던 모양만들기에 도전해 보게 했다. 곤충에서부터 사람, 차, 배, 꽃, 애벌래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놓고는 그걸 재밌어 하며 나를 부르며 소개해 주었다. 국악시간 다음 시간으로는 예전에 하던 수와 숫자 카드로 0~9까지의 수를 가지고 노는 놀이를 하게 했다. 나중에는 조금 다른 놀이로 안내를 했더니 더 재미있어 한다. 숫자를 묶어서 빨리 읽는 연습이 돼 주길 바랐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50일이 되는 날. 100일의 딱 절반이라는 걸 벌써 아는 아이들이 있다. 동화책 뒷 이야기의 내일이 기다려 지듯, 100일 잔치 때 나누어 먹을 케이크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내일이 궁금하고 설레고 기다려 지는 듯했다. 사람들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우리 아이들에게서 잠시 다시 확인하고 배우게 된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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