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May 02. 2024

싱그러운 5월의 하늘 아래

(2024.5.2.)

여전히 꽃가루가 바람 따라 흩날리지만, 비가 온 뒤 5월의 두 번째 날은 싱그럽다는 말에 딱 어울렸다. 그만큼 아이들의 엉덩이도 들썩 들썩 할만 한 날에 아이들에게 나는 '땅속 세상'이라는 옛이야기와 예쁜 꽃 차로 하루를 시작했다. '병 속 세상'이라는 노래와 비슷한 이야기로 아이들은 또 한 번 웃고 시작했다. 오늘은 시간표를 부득이 바꾸어야 했다. 내일 어린이 행사로 1학년도 다모임에 참여를 해야 하고 내일 예*주가 가족여행으로 일찍 떠나야 해 오늘로 당겨서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우선 내일 학교에 오지 못할 예*에게 학급티와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양말, 지우개)을 건넸다.


그렇게 시작한 오늘 첫 시간은 어제 미처 하지 못한 '초대하고 싶은 사람' 책을 완성하는 것. 그 전에 노*가 집에서 가족 관련 책 두 권을 가지고 와서 그걸 먼저 만나게 해주었다. 오늘은 실물화상기는 저만치 밀쳐두고 앞으로 아이들을 모아 그림책을 직접 보여주었다. <근사한 우리 가족>이라는 그림책은 집안 식구들의 특징을 동물과 이어 불러 마치 동물가족처럼 보이게 한 그림책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 집 식구들은 어떤 동물과 견줄 수 있냐 하니 다들 이유를 들어 아빠와 엄마, 동생과 삼촌까지 지 꺼내어 신나게 말을 주었다. 다음으로 4층 다세대 주택에 사는 동물들의 모습이 가득한 <모두 모두 한 집에 살아요>를 함께 보았다.


이어서 책만들기로 들어갔는데, 제법 그림과 글을 써주었다. 이어서 나는 마스킹 테이프를 아이들에게 건네며 자기가 그린 면에 이걸 붙이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안내했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온다. 그렇게 붙여 나갔더니 조금 부족해 보이는 그림과 글의 모양새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작년 것을 쓰는데 어느 정도 많이 쓴 것 같아서 좀 더 많이 모아 제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재밌어 한다. 아직 다 하지 못했지만,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내일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하려 했던 운동장 놀이를 하러 아이들을 내 보냈다. 달팽이 놀이에 대한 기본 설명을 해 준 뒤, 운동장에 그은 줄에서 천천히 다시 연습을 한 뒤 시작을 했더니 다행히 실수 없이 아이들은 시간을 즐겼다.


중간놀이 시간까지 덤으로 얻은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어제부터 뱀이 보인다고 난리 치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보러 가고 싶다는 아이들 다독여 가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예전에는 반대쪽에서 출현했던 녀석들이 방향을 돌린 것일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블록시간은 국어. 오늘부터는 날마다 온채움교사인 도우미 교사가 교실에 들어와 우리 반 아이들 학습을 돕게 됐다. 안 그래도 도움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무척 다행이다. 교사 혼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을 일정한 수준까지 격차 없이 끌어간다는 것은 애당초 힘든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립학교에도 한 교실 두 교사 체제가 되어야 질 높은 수업으로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속도와 훨씬 줄어든 격차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교사 수를 줄이려 하니 정부가 교육을 최우선에 둔다는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분명 높다.


온채움샘 덕분에 오늘은 모두가 함께 비슷한 속도로 수업을 나갈 수 있었다. 전에 없이 열심히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이 났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그 짧은 점심놀이시간을 보낸 아이들을 다시 불러 모아 마무리 하는 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아이들과 만난 지 예순 번째 되는 날은 그렇게 끝을 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화의 이면을 생각해 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