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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10. 2024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오늘?

(2024.5.10.)

교사를 하면서 이따금 느끼는 고민은 학급의 리듬과 학교의 리듬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에 대한 것이다. 학교에는 학사일정이 따로 있고 학교행사가 뒤따른다. 학급에는 학급운영과 수업의 리듬이 있다. 이 둘이 자주 혹은 때때로 충돌(?)할 때가 있다. 오늘처럼 말이다. 내일이 당장 거산 한마당이라는 격년으로 치르는 운동회 날이다. 아이들이 잠시 모여 내일 뛸 이어달리기 연습을 한 번은 해야 하고 응원석과 응원, 가운데 모일 대형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2교시에 나갔는데, 1교시에는 학생회에서 준비한 스승의 날 기념 사전 행사로 학교 전직원을 초대해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것도 수업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달려나가야 했던 지라 1, 2교시는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전에 공지가 된 것도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알린 것도 있어 수업을 그만하고 나갈 때는 아이들 하루의 리듬이 순식간에 깨져 버린다.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했던 아이도 이런 과정에서 다르게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런 리듬이 자주 깨지면 아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학교는 이 둘의 지점을 조화롭게 가져가는데 애를 써야 한다. 학교행사로 일상의 수업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선이 한동안 있었다. 심지어 혁신학교라 일컬어지는 데서도 그렇다. 교사의 편의를 앞세우다 보니 교사교육과정이 강조되는 시절에도 큰 학교에서 학급교육과정을 대강 처리하는 지점도 허다했다. 평범한 일상의 수업이 차곡 차곡 쌓여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사실 잘 보이지 않았다.


이건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일상수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그때마다 보호자들이 문자나 통화를 통해 전하는 말은 대개 이렇다. "선생님, 이번 주에 특별한 행사나 수업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성장이 본질적으로는 일상의 평범한 수업의 누적에서 온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교사의 일반 수업이 무시 당한다는 느낌일 들 때면 때때로 불쾌할 때도 있었다. 특히 사교육이 횡행하다 보니 학교는 즐기고 누리는 곳이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의식이 아이들이나 보호자들에게 팽배하곤 했다. 생태체험 교육을 강조하는 거산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런 모습이 도드라졌다.


이제 거산도 색깔을 바꿔내며 일상의 회복을 강조하는 시절로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오늘 기대하고 준비한 수업을 미처 다 하지 못하면서 옛 시절을 떠올렸을 뿐이다. 내일을 위한 오늘이 있듯이, 오늘을 시작으로 하는 내일도 분명히 있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공부, 누적된 배움과 시간으로 한 뼘 더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교사의 실천과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결국 또 오늘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일은 운동회를 하는 날이다. 2년 만에 다시 여는 운동회다. 지난 오늘이 쌓인 만큼 성장한 아이들의 몸짓을 내일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내일이라는 오늘을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즐기길 바란다. 참고로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우리 학교는 수업일로 잡아 전교 행사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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