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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09. 2024

아이들을 바라보면

(2024.5.9.)

교실 속 수업이 아닌 몸을 움직일 때나 오늘 같이 생태체험학습이나 일반현장학습 때 아이들의 모습은 사뭇 다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교실에서 하던 모습을 그대로 현장학습으로 이어지는. 아님, 현장학습처럼 그런 자유로운 때의 모습을 그대로 교실로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다. 오늘 나는 길을 함께 걸으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오늘은 되박산이 아닌 주관하는 단체에서 장소변경을 요청해 부득이 인근 송악저수지 근처 천년숲길을 걸으며 우리 아이들은 학교 주변 생태환경을 탐색해 보았다.


2시간이 넘는 길을 걸으며 각종 식물을 관찰하고 호두와 팽나무 열매를 만나기도 했다. 호두아기 열매가 그렇게 냄새가 좋은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이들도 향이 좋다며 신기해 한다. 길을 걷다가 꽃뱀이라 일컬어지는 유혈목도 목격하고 한동안 뱀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저수지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 보고 토기풀도 만나고 다양한 꽃들도 만나면서 걸었다. 볼 게 많은 만큼 생태교육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와중에 내 손을 잡고 걷고 싶어 하는 손을 잡아주고 사진도 찍으면서 교실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공립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교육과정이 있고 일정한 틀에 맞춰 학습이라는 걸 해야 한다. 딱딱한 의자와 좁디 좁은 책상 위에서 이른바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체험학습을 통해 배움을 확장시켜 나가지만, 기본적인 교실 학습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보여주는 양상이 교실안팎에서 다르게 드러나거나 교실 속 불편한 모습이 바깥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내내 지켜본 우리 아이들 모습은 교실 속 못지 않게 정겨웠고 집중과 산만을 넘나들며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려는 모습들이 예뻐 보였다.


오늘 체험학습의 마지막 지점에는 벌모양의 나무반지에 풀과 꽃잎으로 색을 묻혀 입히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하며 마냥 좋아했다.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냥 1학년 아이들 그 모습이었다. 마냥 놀고 싶고 만지고 싶고 뛰고 싶고 바라보고 싶은 아이들이 어떻게 배움의 세계로 무난히 안내할 수 있을지. 그것이 올해 내게 남겨진 숙제이다. 겉으로는 한가로운 생태체험길이었지만, 속으로는 아이들 모습을 내내 지켜보며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를 내내 생각해야 하는 나엑는 또 다른 체험의 길이었다. 하늘이 맑다. 맑은 하늘 같은 아이들과 오늘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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