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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08. 2024

결국은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

(2024.5.8.)

오늘 아이들과 나눈 차는 꾸찌뽕이었다. 우리 반 한 아이의 할아버님이 직접 길러서 말렸다는 걸 아이들과 나눠 마셨다. 살짝 쓴 맛도 있고 구수한데, 다분히 어른 입맛이어서 어쪄나 했는데, 이제 차 맛에 적응을 했는지, 고소하다고도 하고 스파게티 냄새가 난다는 둥 잘들 마시는 것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차를 기다리던 중에는 옛이야기 '호랑이가 된 효자'를 들려주었다.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는 부부 중 아들이 한 스님의 도움으로 산에 올라가 들쳐 얻은 책에서 이야기는 시작했다. 산짐승들을 잡아서 어머님에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책을 얻게 된 아들은 우연히 책의 앞부분을 읽자 호랑이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모든 산짐승을 잡아서 어머님에게 갖다 바치는데, 다행히도 책의 뒷부분을 읽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내가 이상히 여겨 남편을 훔쳐 보다가 남편이 책을 읽고 호랑이로 변하는 걸 보고 책이 남편을 호랑이로 만든 듯하여 아궁이로 던져 버리는데, 그래서 결국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남편은 산으로 들어가 살게 됐다는 슬픈 효자의 이야기를 어버이날에 들려주게 됐다. 아이들은 중간중간 아들이 호랑이로 변신하는 모습에 배를 잡고 웃다가 슬프게 끝나는 이야기에 안타까운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옛이야기를 할 때마다 끝날 무렵 주인공들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했더니 이번에도 묻더라. 호랑이가 된 불쌍한 아들과 전화를 했냐고. 하하하.


첫 수업은 국어. 혓소리 'ㄴ'에 이어 'ㄷ'. 이제껏 한글수업을 1학년과 하면서 가장 늦은 속도다. 이러다 6월까지 낱자로 시간을 보낼 듯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건 낱자 'ㄷ' 하나를 하면서 첫소리 글자와 끝소리 글자를 이전보다 충분히 익혀 가고 있다는 것. 여기다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주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이것이 6월부터 풍성한 낱말과 이어지고 문장을 만나는 경험을 조심스럽게 1학기에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읽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낱자를 배우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낱자와 어우러지는 통글자와 낱말을 즐겁게 만나고 재미나게 익히는 과정에서 활자에 두려움이 아닌 친숙함으로 다가갔을때, 비로소 책에 대한 관심과 읽고 쓰는 것에 호시김을 더욱 가지게 되지 않을까. 1학년 담임교사로서 바람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두번째 수학시간에는 가르기를 집중해서 놀이로 연습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하나는 9,8,7,6,5 칸을 주사위로 두 번에 걸쳐 나눠 색으로 채워 나가는 과정을 했는데, 이 과정을 충분히 설명을 한다고 했지만, 아이들도 재밌겠다며 시작을 했건만, 막상 들어서가서는 쉽지 않은 양상이었다. 두 번에 걸쳐서만 주사위로 나눠 다른 색으로 색을 칠해야 한다는 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것을 지도하며 매번 돌아다녀야 했다. 다행히 온채움선생님이 옆에 계셔 그런대로 아이들에게 지도를 할 수 있었다. 한 번 더 하면 아이들이 이해를 할 수 있었겠다 싶은데, 시간도 학습지의 종이도 공책에는 한 면만 없어 다음 놀이로 넘어가야 했다. 대신 결과를 확실히 익히는 수준에서 넘어갔다.


다음 놀이는 작은 숫자카드(0~10)를 모둠별로 나눠주고 내가 보여주는 숫자 9, 8, 7, 6을 보여주며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가르기된 숫자를 찾아 모둠별로 자기 책상 앞에 모아 놓아 가장 많이 가르기 사례를 만든 모둠이 이기는 것으로 진행을 했는데, 어찌나 집중하며 재미나게 하던지. 이 과정에서 9~7까지의 수를 나누는 과정을 다시 확인도 하면서 진행을 했는데, 너무도 재미있어 해서 교육효과도 있는 것 같아 다음에도 다시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열심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점심시간 뒤에 마지막 시간에는 통합교과 시간에 사람들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 수업을 돌아보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것은 결국 교사의 몫이라는 것. 아이들마다 집중력의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여 집중력을 끌어내는 건 수업내용과 기획이라는 것.


내가 좀 더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던 오늘 하루였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데, 아이들 몇몇이 나에게 헤어지는 인사를 하면서 '어버이날 잘 보내세요.' 부모님이 시켜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군에 입대하여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이 어제부터 집에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애써보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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