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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13. 2024

5월은 힘든 달

(2024.5.13.)


누가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을까? 학교에서 5월은 정말 정신이 없는 달이다. 가정의 달이라 하여 어버이날, 어린이날에 스승의 날까지. 교사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가정에서도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미리 준비하고 챙겨야 할 일이 많다. 더구나 우리 학교는 지난 토요일 가족 한마당까지 열어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했다. 그런 것이야 학교니까 본디 해야 할 일이라 하겠지만, 그 사이에 3~4월 두 달 간 챙긴 아이들 생활과 학습의 리듬이 깨져 버린다. 가정의 달을 맞아 교외체험학습까지 가정마다 이어지면서 이런 생활과 학습의 리듬을 되찾으려면 또 한 달을 지나야 할 듯하다. 그러면 머지 않아 바로 방학이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하품하고 눈에 다크서클이 내려 앉은 아이도 보일 정도로 피곤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한 아이는 힘이 없다며 수업시간 들어가면서부터 처진 어깨를 내보이기도 했는데, 우스운 건 중간놀이 시간이라고 하니 제일 먼저 뛰어 나가더라는.... 아무튼 토요일에 운동회와 일요일 하루를 쉬고 온 아이들의 리듬은 상당히 깨져 있었다. 이래저래 생활과 학습에서 태도와 행동이 달라졌으면 했던 아이들도 지난 2-3주를 거치면서 예전처럼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당장 수요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쉬게 되는데, 5월 동안 내내 또 아이들의 생활과 학습을 잡아가야 할 판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가야 한다. 뒤처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아침열기 시간은 황귤차에 옛이야기를 곁들이고 지난 운동회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저마다 운동회 때 재미난 지점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데, 운동회가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식의 운동회는 내후년에 또 하게 되는데, 그때 나는 이 학교에 없을 수도 있어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첫 수업은 선 그리기 시간. '겨울별 이야기'의  3편을 마무리 하는 시간. 반대편 무지개를 완성하고는 두 요정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여전히 흔들리는 아이들은 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지는 건 분명했다. 이 그림은 한 학기 내내 이어질 듯하다. 성장과정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수학할 거리를 잠시 미루고 당장 내일 있을 스승의 날 기념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만들기로 했다. 반제품이어서 만들기 어렵지 않겠다 싶었지만, 역시 우리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고 속도가 느려 수학 시간 모두를 채워야 했다. 그럼에도 모두들 열심히 만들어 주는 모습이 예뻤다. 지난 날 선생님을 추억하고 어떤 선생님께 드릴 지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잠시 가지고 작업을 했다. 조막만한 우리 아이들 손으로 만든 것이어서 반제품이어도 나름 괜찮은 과정이었다. 내일 아침에 카네이션 브로치도 만들어 온 학교를 누비며 선물을 건네는 아이들 모습이 상상이 갔다. 아이들에게도 오늘 내일이 또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길 바랐다.


마지막 시간은 오랜만에 치러지는 국악 시간. 소고 중심으로 수업을 해 달라는 요청을 강사님이 잘 받아주어 일 년 내내 우리 아이들은 소고에 대한 동작과 연주를 잘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말장난을 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주의를 주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아이들은 소고동작과 박자를 잘 익힌 것 같았다. 이 글을 마무리 할 무렵, 모니터 웹 기사에 눈에 띄는 제목 하나가 보였다. "교사는 극한직"...'다시 태어나도 교직' 19.7%로 역대 최저. 작년에는 제자 중 교대에 들어간 한 녀석이 결국 포기를 하고 원래 자기 꿈을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는 작년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건이었다. 내게 본래 자기 꿈이었던 여객기 승문원을 선택하고 합격해 카타르 항공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한 녀석에게 내가 해 줄 말은 '잘 선택했다'였다.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말이 10여 년 전부터 나돌았지만, 여전히 스승의 날은 5월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더 이상 스승이길 거부하는 교사들이 늘어가고 스승으로 보지도 않는 보호자도 늘어가는 세상에서 교직을 선택하는 일은 정말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교사에게 5월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만난 70번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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