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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30. 2024

아직도 나의 바람은...

(2024.5.30.)

오늘은 둘도 없는 옛 친구의 우정에 관한 옛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 친구는 너무 가난해졌고 한 친구는 큰 부자가 됐지만, 부자가 된 친구가 가난해진 친구 하지만 욕심도 가득한 친구에게 화수분 그림을 세 번이나 건네주며 함께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부자인 친구가 하늘로 올라가는 말 그림을 그리고 그림 속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는 이야기. 아이들은 너무도 재밌어 했다. 그  전에 일찍부터 교실로 들어 온 세 아이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앞에 남겨둔 그림책 가운데 <개구리와 뱀>이라는 서적을 열심히 들여다 보며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또래,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하나의 주제로 자기 말만 하는 특징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는다. 하하하.


그래도 어제 남겨둔 그림책을 몇 권 보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래서 오랜만에 우리 반 아이들이 다 모인 것 같아 동화를 한 권 읽어주었다. 두 권을 들어 보였는데, 아이들의 선택은 유은실의 <나도 편식할래요>였다. 뭐든지 잘 먹는 주인공 정이는 뭐든지 못 먹는 오빠 혁이가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에 불만이다. 뭐든지 못 먹는 오빠 혁이에게 엄마는 잔소리도 많지만 걱정도 많아서 혁이가 잘 먹는 장조림을 따로 준비해서 대접한다. 동생 정이도 먹고 싶은 장조림. 하지만 엄마는 뭐든지 잘 먹는 너는 된장찌개나 어서 먹으라며  혁이 밥 위에 찢어 올려 준다. 아침도 점심도 혁이와 다른 식단을 받는 정이는 자기도 이제 편식하겠다고 다짐하는데, 맛난 김치찌개 앞에 무너진다.


마침내 저녁식사 시간. 여기서 나는 딱 이야기를 멈췄다. 당연히 아이들의 원성은 말도 아니다. 또 저런다며 아우성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책을 덮고 오늘의 첫 수업을 시작하자 했다. 오늘의 첫 수업은 국어. 오늘은 입술소리의 두 번째 글자 'ㅂ'에 관한 수업을 했다. 일반적으로 하던 수업 형태로 흘러가는데, 한글 익히기 속도가 더딘 우리반 한 아이가 이제 제법 읽는다. 닿소리와 홀소리의 조합의 패턴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한참 뜸을 들이는 경우가 잦다. 결국 연습과 반복, 학습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가능성이 보이는데, 조금 더 빠른 성과를 얻으려면 6월부터는 데리고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하다. 가정에서도 더 많은 도움이 있어야 될 듯했다.


오늘은 플라스틱에 대한 위험과 위기 관련 전시가 우리 학교 신축 건물인 갤러리관에서 열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열린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곳에 가서 진지하고도 열심히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은 해양생물을 파괴시키는 지를 잠시 살펴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내일은 해양생물의 다양성과 해양환경 보호에 관한 특강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아이들은 곧바로 입학식 때 받은 꽃화분을 들고 유치원쪽 좁디좁은 화단 쪽으로 갔다. 그곳에 이 꽃을 옮겨 싶을 작정이었다. 100일을 앞 두고 죽지 않고 잘 자라 준 꽃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옮겨 심는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땅을 파본 경험이 많았던 아이들은 고맙게도 잘 심어주었다. 나중에 물을 잔뜩 주고 이따금 와서 잘 자라고 있는 자신의 꽃을 잊지 않고 가꾸기로 했다.


밥을 먹고 돌아와 방과후 시간을 앞두고 잠시 점심놀이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내 아이들을 교실로 불러 들였는데,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아이 보고 다시 불러오라 했지만, 말도 없이 한 녀석이 따라나서더니 세 명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곧 방과후 시간이 이어지는 터라 부랴뷰랴 인사를 하고 세 명이 없는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나는 급히 텃밭 쪽으로 갔다. 그런데 이 세 녀석은 세월아, 네월아 주변을 살피고 있는 가 아닌가. 하여간 이번 녀석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다. 100일 정도면 이제 어느 만큼은 적응이 됐을 법도 한데, 여전히 과거와 다른 세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 아이들. 100일이 지나면 조금은 그 세계에서 이제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인데...하하 아마도 당분간 적어도 1학기에는 힘들지 싶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85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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