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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08. 2024

비가 온다 뚝뚝, 아니 쫙쫙

(2024.7.8.)

일요일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드문드문 했지만, 한 번 내리면 세차게 내렸다. 학교가 걱정이었다. 역시나 학교 곳곳이 비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공사를 크게 지어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이번 장마가 시험대가 되었는데, 여지없이 문제가 곳곳에서 보였다. 그럼에도 1학년 교실은 다행히 큰 문제가 없어 하루를 보내는데 지장이 없었다. 비도 마침 오고 해서 백창우씨의 곡 '비가 온다'를 아이들과 부르고 싶었는데, 오늘도 두 아이가 없어 부득이 수요일로 미뤄야 했다.


그래도 지난주부터 읽어주는 동화책 <고양이 학교>의 한 꼭지는 읽어주었다. 적어도 4학년 이상에게 적당한 이 책을 울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여 읽어주는데, 나름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버들이와 우체통 고양이, 그리고 양말고양이의 등장으로 한껏 재미나 나는 지점에 이르자 조금씩 아이들이 더 읽어 줄 수 없냐고 난리다. 판타지 동화를 함께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이 다섯권이라 다 읽어주면 일 년이 다 지날 수도 있는데, 일단 일 권까지는 가보려 한다.


오늘 첫 수업은 낱말공부. 지난주 초성게임으로 즐겼는데, 이번에는 초성게임 '한식'편과 음절카드로 낱말 찾아내기 활동을 했다. 초성게임은 엄청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라 시간 내내 집중을 했다. 뒤이은 음절카드는 칠판이 여유롭지 않아 교실 뒤편 바닥을 이용했다. 먼저 아이들이 음절 카드를 다 늘어놓고 거기서 내가 부르는 낱말을 찾도록 한 것. 둘이서 짝을 지어 부르는 낱말을 찾는 놀이인데, 역시나 즐거워 한다. 다만 이런 활동에 학습에 집중하기 보다 돌아다니는 재미를 더 느끼는 아이들이 있어 아쉽기는 했다. 아직은 놀이와 학습을 이어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음절카드에는 사연이 있다. 이 많은 음절카드를 학교에서 인쇄해 오리고 붙이고 뒷면에 자석 조각까지 붙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딱 4년 전 일이다. 코로나가 온 나라를 덮치고 아이들이 학교를 오지 못하던 때,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고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서 죽치고 앉아 만들었던 음절카드. 그때 그 시절, 그와 같은 시간이 없었다면 이 카드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렇게 만들어 놓은 음절카드는 작년에도 올해도 이렇게 그 아이들의 후배가 되는 아이들에게 쓰이고 있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중간놀이 시간. 오늘 유독 월요일이라 그런지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탓에 조금은 힘들게 1-2교실를 넘기고 몇몇 아이들을 시간 차를 두고 교실 밖으로 내 보내었다.


여학생 혼자인 노*아를 챙겨 나도 뒤따라 나갔다. 우산을 쓰고 학교 운동장과 텃밭을 두루 돌아다니며 비를 맞았다. 참으로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또 다시 개구리 워터 파크를 만들겠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자 노*가 묻는다. "선생님, 정말 개구리한테 그게 워터 파트일까요?" 그래서 나도 대답해 주었다. "그러게. 그건 개구리 워터 파크가 아니라 개구리 지옥이겠지. 하하." 멀리서 돌아다니는 아이들 챙겨 다시 교실로 돌아온 나는 수학시간을 준비했다. 온채움 도우미 교사가 들어오고 아이들은 수학공책과 교과서, 그리고 책상 위에는 에그블록을 준비시켰다. 그렇게 시작한 10이상 20이하의 모으기와 가르기. 몇몇 아이들은 그새 잊었고 다시 에그블록으로 감을 잡고 연습을 시켰다. 모으기보다는 가르기에서 역시나 헤매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이 중요한 모으기 가르기를 한 차시 만에 해결하게 만들어 놨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지난주에 이어 6시간째 하는데도 이걸 이해하고 바로 적용하기 어려워 하는데 말이다. 그냥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야 물론 시간 내에 진도 빼듯이 나가겠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떻게 한 차시만에 모으기와 가르기를 해결하냔 말이다. 학원도 잘 안 가는 우리 반 아이들 중 절반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어쩔 수 없으니 내가 쉬는 시간 일부를 빼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이대로 넘길 수는 없다. 마냥 기다려준다는 건 위선이고 무책임이다. 가정에도 부탁을 드렸으니 앞으로 잘 보완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하~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27일째 되는 비가 뚝뚝이 아니라, 쫙쫙 내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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