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Jul 15. 2024

여전히 바쁜 월요일

(2024.7.15.)

오전에는 해가 뜨는 모양이었다. 뜨꺼운 여름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학교에 도착하니 재*이가 학교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니 쏜살같이 내게 달려와 손을 내민다. 뭐가 있었을까 당장에 짐작하기도 전에 손바닥 위에는 새끼개구리가 앉아 있었다. 오늘 일찍 따로 왔는가 보다 했는데, 녀석은 학교 버스가 들어오기까지 교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학교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들이 들어오자 하나둘씩 들어오는 아이들. 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는데, 하*이가 지난 주말 이야기 안 하냔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하자고 했다. 지난 주말이야기를 별 일이 없었는데도 아이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 자잘한 것, 단순히 자고 먹는 이야기 말고 한 가지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게 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어려운 과정이다.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 조금씩 감을 잡을 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 준*랑 승*가 현관문에서 웃으며 신발을 벗고는 나를 바라본다. 방과후 활동 끝나면 오늘 아침 국어시간 낱말찾기 놀이했을 때 약속한 새우깡을 주기로 했는데, 그걸 받으러 온 것이다. 챙겨주고 나니 헤헤 거리며 떨어뜨리면 안 된다며 주문을 외듯 하며 교실 밖을 나간다. 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소식을 듣고 잠시 잊었던 새우깡을 받으로 내게로 뛰어 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국어시간은 낱말공부로 초성 맞히기 놀이를 했다. 오늘이 주제는 '여름 하며 생각나는 것' 생각보다 많이 맞히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다*이가 소리를 지르며 두 개를 정확히 맞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 보는데 그렇게 흐믓할 수가 없다. 낱말을 스스로 맞히는 기쁨을 만끽하는 표정이 너무도 해맑고 예쁘다.  이후로는 음절 카드를 교실 바닥에 펼쳐놓고 내가 부르는 낱말을 짝을 지어 찾기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활동을 매우 잘 즐겼다.


수학시간은 50까지의 수를 세는 공부를 했다. 일단 50까지의 수를 세고 어떤 수의 앞의 수와 뒤에 있는 수를 읽어내었다. 오늘 강조한 이야기는 자릿값. 10의 자리와 일의 자리가 갖는 특징을 설명했다. 말로 설명하는 건 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가는 법. 다음 시간에는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를 몸으로 익히는 방법으로 공부해 보려 한다. 오늘은 차례대로 읽는 법과 수의 크기를 비교하게 했다. 놀이로는 교과서에 이어서 숫자 말하기로 시작을 했다. 한 사람당 3개의 수까지 말할 수 있다고 하고 50을 마지막에 세는 사람이 벌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수를 세는데 앞에 사람이 말한 수를 또 말하거나 한 개에서 세 개까지 수를 말할 수 있다는 걸 처음에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서 너번 연습한 뒤에야 아이들은 이 놀이를 겨우 이해하고 50을 센 아이에게 재미난 벌칙을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아직도 50을 자기가 세면 안 되는 줄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아고 아고...뒤 이어서는 아이들에게 50까지 섞인 수 카드를 한 사람당 4-5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자기 차례의 숫자가 오면 크게 읽으며 손을 올려 보이고는 다시 뒤집는 활동을 반복하게 했다. 이 과정도 아이들은 익히는데 시간이 걸려 몇 번을 되풀이 해야 했다. 다행히 과정을 익혔는데, 다시 섞어서 할 때는 틀리기도 했다. 이 활동은 수업을 모두 마치기 전에도 한번씩 하는 활동인데, 자주 하게 되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수의 차례와 읽는 법, 크기도 알 수 있는 매우 유익한 활동이다.


나중에는 빙고놀이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내일 국어시간도 수학시간으로 바꿔야 하지 싶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주에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요일 하루도 정신없이 흘러갔다. 여기저기 아직도 자기 습관과 고집이 남아 쉽지 않은 수업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을 끌고 가야 하는 것도 내 숙명이라 꾸역꾸역 갔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건, 학기초와 다르게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고 적응하려 애를 쓰고 있다는 것. 이런 걸 회복탄력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벌써 다음 주가 방학이다.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나는 바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34번째 되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식간에 다 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