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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17. 2024

안으면 안 되나?

(2024.7.15.)



몸이 무겁다. 그래도 아침 눈이 일찍 떠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씻고 나왔다. 어제 연수는 좋았다. 아쉽게도 1학년 보호자 분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2학년도 그렇고. 경제교육이라 딱히 맘이 안 끌렸을 수도 있고 각자 개인사정은 있으니 그렇겠지만, 이원배 기자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 그의 이야기를 우리 보호자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식에게도 경제교육은 시키지 못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했다는 그. 그는 경제는 한편의 문학일 뿐, 상상력일 뿐, 과학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아이 경제교육의 실질적인 내용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정작 이원배 기자는 정말 중요한 경제교육은 나만 잘 살자는 이기심을 키우는 경제교육이 아니라, 남들도 같이 살자는 공동체성을 키우는 공감력을 키우는 교육이 진짜 경제교육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의 이야기와 주장을 나는 코로나 전에  팟캐스트에서 만났다.  나중에는 그의 저서  <경제의 속살 1,2>(이후에 3, 4가 나왔는 모양이다)를 읽고 자주 듣고는 섭외를 해 내가 있는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 소개를 했다. 그때 직접 사회를 보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는데, 우리 학교 교무선생님이 함께 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이번에 우리 학교로 초대를 한 것. 이미 실증적인 실험으로 경제학에서 나온 결로는 많이 공부하고 자본주의 경제를 알면 알게 될수록 인간은 매우 이기적인 동물이 돼 간다는 것. 그래서 진짜 제대로 경제를 알고 모든 이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감성을 키워야 하고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공감은 인간 본연의 습성이라 무뎌질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학습되어야 하고 가정과 학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밤 10시가 돼 집에 왔지만, 그의 강의는 여전히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정에서 홀로 키워지거나 가정에서 모든 걸 뒷바라지 해 주다 보니 편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기초생활습관도 잘 안 돼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먹기 싫고 하기 싫다는 말이 참으로 많다. 결핍이 없는 게 결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아닌데, 요즘 아이들은 또 우리 반 아이들도 겳핍이 없는 삶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타인에 대한 친구에 대한 배려보다는 내 것을 챙겨야 하고 내가 먼저 앞서야 하고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따라서 공감력은 절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별 아이들로만 보면 한 없이 순하고 다정해 보이는데, 함께 모아 놓으면 그렇게 다툼이 잦아지는 건 우리 어른들이 정말 생각해 볼 일이다.


공감은 타인, 혹은 생물에 대한 아픔을 느끼느냐에도 있다. 어제도 다른 학년 녀석이 개구리를 밟았는데 그래서 터져 죽었는데도.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달아나 버렸다. 개구리를 잡아 밤새도록 채집통에 담아 놔 너댓마리 중 몇 마리는 죽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또 잡으러 간다.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이 한다.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 중심 학교로 알려진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교사들도 이제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과 아침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아이들이 점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학교>로 시작을 했다. 오늘은 특히 고양이들이 마술을 익히는 장면들이 있어 아이들의 흥미가 더 컸다.


첫 시간은 지난 주에 겹받침 사전을 완성한 뒤, 오늘은 겹받침이 들어간 문장을 쓰고 읽는 시간. 사전에 글을 담는데, 아무래도 문장이라 아이들이 작은 크기의 사전에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기대를 가졌는데, 역시나 아직은 무리로 보였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잘 채워내며 겹받침 사전을 완성(?)했다. 이제 두고두고 봐주길 바랄 뿐. 오늘은 중간놀이 시간이 없지만, 난 아이들에게 20분간만 쉬는 시간을 주었다. 이것도 역시나 열나게 뛰어논 20분 뒤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넋이 나가 있었다. 당장 오늘 책 만들기 활동으로 <우리나라 상징> 관련 북아트를 할려고 했는데, 시작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찾은 아이들은 규격에 따라 만들어진 것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


아직은 접고 만드는데 손이 자유롭지 못해 힘들어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친구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배우는 거니 틀리고 잘못되더라도 그냥 하게끔 했다. 아이들은 혹시 잘못될까 봐 묻기도 했지만, 상관없이 만들게 했다. 그랬더니 제법 혼자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번 시간은 우리나라의 상징을 익힌다기 보다는 손으로 종이를 접어 꾸며 보는 활동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으로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좀 남아 나는 수학 5단원 평가를 해 보았다. 역시나 한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을 해주면서 풀 게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반 재*이가 요즘 부쩍 내게 다가와 안기는데, 말을 오늘 좀 안 들어서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럼에도 쫓아와서는 "안으면 안 되나?" 한다. 그래서 마지 못한 듯 허용을 하니 이제는 수*가 나오고 하*이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나를 좀 알게 됐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아이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3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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