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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23. 2024

비내리는 날, 서울 나들이

(2024.7.23.)

오늘은 한 달 전에 계획한 현장체험학습날. 서울로 나들이 가는 날. 백희나 작품인 <달 샤베트>를 관람하고 오후에는 국립한글박물관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처음에는 기차를 타고 1학년만 가려 하다가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놀이터가 쉽게 단체예약이 가능하지 않았던 터라 2학년과 버스를 같이 타고 한글박물관도 일반 전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이날을 기다렸는데, 일주일 전부터도 봤고 어제도 확인했거늘  오늘 천안아산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서울이 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아침에 바뀐 날씨를 보고 황당하긴 했다. 천안아산은 비가 내리고 서울은 정작 거의 내리지 않았던 것.


어쨌든 일정은 수행할 수 있었고 서울에 도착해 <달 샤베트>를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맞는 뮤지컬 작품의 흐름이 맘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장수탕선녀>가 훨씬 아이들 눈에 들어오는 것 같긴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모두 좋았단다. 일정을 마치고 점심. 작년에 갔던 중국식당은 올해는 그동안 장사가 잘 됐는지, 꼬마손님들은 돈이 안 된다고 황금시간대인 점심시간에 받지 않겠단다. 어쩔 수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푸드코트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아이들 식사를 겨우 대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글 박물관을 가기 전 어린이 박물관을 들르려 했다가 예약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여 아쉽게도 잠시 머물며 음료수를 마쉰 뒤, 제법 서늘해진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글박물관으로 향했다.


한글박물관에 조금 일찍 가서는 앞마당 너른 잔디에 아이들을 잠시 풀어 놓았다. 어찌나 잘 놀던지. 정말 우리 아이들은 아무 것도 갖다주지 않아도 이렇게 마당만 내어주어도 잘도 논다. 곧 한글박물관으로 들어가 전시물을 관람하는데, 생각보다는 어렵게 돼 있어서 아쉬웠다. 어린 아이들은 정말 한글놀이터로 가야 할 판이었다. 그럼에도 훈민정음혜례본도 직접 보고 한글로 쓴 정조임금의 편지, 오래된 교과서도 만나면서 한글의 역사를 잠시 맛볼 수 있었다. 정작 아쉬운 건, 전시관에서 안내요원(?)을 맡은 분들의 꽤나 고압(?)적인 목소리였다.


1학년 아이들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소리와 움직임이었다고 여겼는데, 그것마저도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제지하고 뒤쫓아다니며 불편함을 주는 모습은 매우 불쾌했다. 물론 아이들이 전시물을 관람하며 문제행동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어 관리자들의 당부와 지시가 있었겠지만, 좀 더 친절한 목소리와 안내였으면 어떻겠나 싶었다. 박물관 게시판에 글을 남겨야 하나 할 정도로 오늘 매우 불쾌하고 불편했다. 나중에는 하도 목소리가 기분이 나빠 내가 일부러 요원을 째려 보며 바라보기도 했다. 3층에는 사투리 관련 특별전도 했었다. 역시나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관람할 여지를 주지 않아 다음 번에는 절대로 국립한글박물관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산으로 내려오는 길...서울은 비가 내리지 않았고 아산은 도착하자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버스 안에서 재*가 수*가 아파 오지 못한 탓에 내 옆에 앉았는데, 온갖 수다와 애교를 떨며 나중에는 갈 때 올 때 내 다리에 머리를 얹고는 그냥 자 버렸다. 내려올 때는 아예 침을 흘리며 자기까지 했다. 나는 토닥토닥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42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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